인생시(人生詩)

한 번 뿐인 소풍

서문섭 2022. 7. 2. 09:42

미치도록 사랑을 하다가

고독하리만큼 울어 보다가

넝마도 한 벌 걸쳐보다가

볼이 미어지도록 먹어 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이 부르면

무거운 짐 다 내려놓고

한 줌의 티끌로 남을 이 육신

생은 길고도 짧은 소풍이라지

 

처음엔 나 혼자서

어쩌다가 둘이서

때때론 여럿이서 그리고

마지막엔 또 혼자서

그러듯 소풍을 하는 거라며

 

알고도 모르는 체하고

흠모하고도 아닌 체했고

그러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지우고 싶잖은 추억이 아니든가

생은 지워지지 않은

단 한 번의 소풍이고

여행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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