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도록 사랑을 하다가
고독하리만큼 울어 보다가
넝마도 한 벌 걸쳐보다가
볼이 미어지도록 먹어 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이 부르면
무거운 짐 다 내려놓고
한 줌의 티끌로 남을 이 육신
생은 길고도 짧은 소풍이라지
처음엔 나 혼자서
어쩌다가 둘이서
때때론 여럿이서 그리고
마지막엔 또 혼자서
그러듯 소풍을 하는 거라며
알고도 모르는 체하고
흠모하고도 아닌 체했고
그러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지우고 싶잖은 추억이 아니든가
생은 지워지지 않은
단 한 번의 소풍이고
여행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