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와 참새

홀아비 꽃대를 흔드는 바람

서문섭 2022. 8. 17. 16:51

백 등꽃 사월의 담장 밖으로

주르륵 꽃 타래 흘러내리고

은방울 소리 낭랑히 들리는

그 남자의 꽃 대궐을 열면

오죽 댓 닢 푸르름 아래

사랑하던 식솔들 다 떠나보내고

혼자 꽃 보며 사는 재미로

쉬는 날엔 밖을 모른다는

꽃 주인 늘 행복한 표정이다

다달이 다른 얼굴

탄생화 재미난 요정의 꽃 이야기

세상 꽃이란 꽃들 다 모여

저마다 트는 꽃자리에서

휴지처럼 꾸겨진 꽃봉오리가

첫날밤 새색시 족두리머리

떨잠나비 잠 떨리며 핀단다

그 꽃 중에 으뜸인 보랏빛

미스 킴 라일락은

정원가득 계절 향기로 그윽하고

하늘 나는 매 발톱 푸른 눈초리,

이 땅의 순박하고 착한 이름

동이 나물, 으아 으아한

연둣빛 큰 으아리,

그 잎을 만지면

허브향이 나는 허브 꽃,

화려한 꽃 고명 장식으로

비빔밥에 얹히기도 하는

철학적인 명상가

팡세를 닮은 삼색 제비꽃

그 주걱턱 또한 우스꽝스럽다

앵두꽃 흐드득 다지고

앵두나무 사이 길섶 금낭화

붉은 꽃 머니를 열며

앵초 귀여운 치마폭에 싸여

변산 바람꽃이 봄바람을

불어 넣어도 멀쑥한 키, 하얀

턱수염에 홀아비꽃대

그 남자 향기로운 들꽃나라

초애원에 산 수국 달콤한 이슬

차 한 모금에 하늘 우러른

정원의 봄은

홀아비 꽃대를 흔들며 간다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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