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등꽃 사월의 담장 밖으로
주르륵 꽃 타래 흘러내리고
은방울 소리 낭랑히 들리는
그 남자의 꽃 대궐을 열면
오죽 댓 닢 푸르름 아래
사랑하던 식솔들 다 떠나보내고
혼자 꽃 보며 사는 재미로
쉬는 날엔 밖을 모른다는
꽃 주인 늘 행복한 표정이다
다달이 다른 얼굴
탄생화 재미난 요정의 꽃 이야기
세상 꽃이란 꽃들 다 모여
저마다 트는 꽃자리에서
휴지처럼 꾸겨진 꽃봉오리가
첫날밤 새색시 족두리머리
떨잠나비 잠 떨리며 핀단다
그 꽃 중에 으뜸인 보랏빛
미스 킴 라일락은
정원가득 계절 향기로 그윽하고
하늘 나는 매 발톱 푸른 눈초리,
이 땅의 순박하고 착한 이름
동이 나물, 으아 으아한
연둣빛 큰 으아리,
그 잎을 만지면
허브향이 나는 허브 꽃,
화려한 꽃 고명 장식으로
비빔밥에 얹히기도 하는
철학적인 명상가
팡세를 닮은 삼색 제비꽃
그 주걱턱 또한 우스꽝스럽다
앵두꽃 흐드득 다지고
앵두나무 사이 길섶 금낭화
붉은 꽃 머니를 열며
앵초 귀여운 치마폭에 싸여
변산 바람꽃이 봄바람을
불어 넣어도 멀쑥한 키, 하얀
턱수염에 홀아비꽃대
그 남자 향기로운 들꽃나라
초애원에 산 수국 달콤한 이슬
차 한 모금에 하늘 우러른
정원의 봄은
홀아비 꽃대를 흔들며 간다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