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꽝 논둑길 아래로
살얼음이 깔리는 저녁
휘영청 달빛 비추는
샛강을 따라가다 보니
외줄기길 끝에 선
빈 오두막집 한 채가 있다
서리 맞은 국화꽃이
집안에 홀로 시들어질 적
글썽글썽
별빛들이 돋아나고
억새잎 손 흔드는
인적 드문 간이역에선
누군가가 떠나는 밤마다
잠 못 들던 기적소리를 듣는다
얼어붙던 샛강이
쩡 쩡 쩡
이슥토록 울고 있다
1월
새해의 염원
이 아침 의연히 솟아오른
동녘 햇살에 물든 하늘과 땅처럼
님의 말씀 소망이 되어 내 가슴
갈릴리 포도주로 붉게 물들게 하소서
자신을 불태워 온 땅을 밝히듯
이천이십삼년이 다 가도록 삶도 불태워
누군가를 위해 타오르게 하소서
푸른 것은 더 푸르게
붉은 것은 더 붉게
타오른 것들은 더 뜨겁게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심장으로
시간이 흐르고 인생은 저물어 가도
추억은 나이를 먹지 않은 법
다 이루지 못한 꿈 일지라도
언제나 처음처럼
오직 그것만이 가야 할 우리의 길,
구름 낀 하늘
풍랑의 바다도 두려움 없으리
1월
날마다 새날
비바람 눈보라 속에서도
맑고 화창한 날은 돌아온다
어둠 물러간 아침은
어제가 가고 또 한 날이 시작된다
흐르는 시간 속에 근심 사라지고
슬픔도 지나간다
고통은 힘들지만
우리를 새롭게 하고 길을 연다
어제는 오늘이 아니고
오늘은 내일이 아니다
강물은 흘러가고
새 이야기 엮어가는 세월 속
태양은 날마다 유장하게 떠오르며
별은 밤마다 다르게 빛난다
순간마다 우리는
가보지 못한 역사의 길을 가고
내일을 다 알지 못한 채
꿈속 은하수에 누인다
어둠에서 태어나지 않는 생명 있으랴
차가운 흙 속에서 봄은 등불 켜고
흑암과 혼돈 속에서
지구는 이 땅에 꽃을 피운다
신비한 미지의 우주로 날아가는
날마다 오늘은 시작의 새 날이다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