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와우산에서
미포와 청사포 구덕포로 잇는
덤으로 즐길 수 있는
사스레피나무 삼포길,
해운대해수욕장 동쪽에
소 한 마리 누워있다
산과 들은 온통 푸르고
거뭇한 나무 등걸과
누렇게 마른 넝쿨이
퉁박스럽게 널려있는 길
자지러지게 핀 꽃들에
맑은 햇살은 어지간이 푸지다
흘리는 분냄새
고릿한 듯 싸아하며
직박구리 곤줄박이 까치가
노래하는 여유로움의 길
나뭇가지에 옷 걸어 두고
꽃 흥을 그득 마시며 취한다
2, 동백꽃
벌린 입 미쳐 다물지 못 한 채
한세상 마감하는 꽃송이
그중 유독 붉고 작은 입술 하나
무어라 할 말 있다는 듯
내 발길 붙잡는다
허리를 굽히고 더 낮춰야
들을 수 있단다 저들의 소리
살만한 세상
아주 잠깐 한 몸의 지체였던
순간들이 절정이다
나지막이 속삭여본다
그 사랑스런 입
그 고백 외면하지 못해
모가지 꺾어다가 차에 동승을 시켰다
우리에겐 쓰레기야
오호 통제라고
이 일을 우짜면 좋노
내밀한 마음의 소리 아무나 들을까
3, 노을빛
노을 젖은 수평선에
남겨진 것 하고는
아직 뜨거운 사랑
그리고 정
금빛 휘황찬란한 세월의 무게
저것이 파리하게 쓰러져 가는
안타까운 시간들,
몇 번쯤 반복하며
너는 거듭하여 또다시 사는가
너처럼 살겠다는 욕심이 울컥
얼마나 간절함이 있어야 가능할까
얼마나 사정해야 그 꿈 이룰까
문신처럼 일그러진 생채기
남겨진 것들 뒤란이 되어
가만가만 사위어가는
잊혀진 시간들
저것이 뒹굴어
우리의 죽음을 부르는가
4, 동백섬에서
파도가 치면 입을 여는 해변
소리 들리는 듯 바닷가에서
고운이라는 소리 죽은 이름이
파도를 호령하며 산다
흔적이 남아있는 이름
바윗돌처럼 서나 보일 리 없고
해변 걸어가던 궤적
잃어버린 발자국처럼 찾을 리 없다
파도길 열어주는 먼 곳 어디에
변화무쌍의 수년의 세월이 오고 갔으나
웃고 울던 그 추념의 상상
파도야 넌 아는가 그런 심정의 속을
소리 죽은 이름이 대낮처럼 밝은데
나도 그곳에 갈 때 쯤이면
격황소서 같은 글 한 편 남겨보게 될까
그래서,
서글퍼진 파도 소리로 들려지게 될지
5,동백
완연한 봄날인데
지는 꽃 어느새 하르르르
피는 꽃이야 이제사 아름다운데,
모두가 질 때는 한결같이
절명을 하듯 뚝 뚝
아!
이래봬도 한 때는 아름다웠단다
아쉬움 남긴 채 널브러진다
각혈이라도 하는 것 같은
붉은 숨 가쁘게 몰아쉬다가
유장한 글씨로 유언장을 남긴다
한세상
징하게 살다 간다고...
6,동백섬에서
겨울비인가 봄비인가
가늠이 어려운 동백섬에
어디서인지 모를 꽃향기가
빗방울에 은은히 젖어든다
꽃송이에 부리를 대고
동백류를 빠는 건지 먹는 건지
이리 꼬고 저리 돌리면
나무는 가만있어도
작은 동박새가 움직임을 만든다
꽃과 새 하나 되니
향이 짙고 향기롭다
한참,
시간을 보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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