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나라

우리가 물 되어

서문섭 2019. 10. 28. 11:06

우리가 물이 되어

%%% 풀 잎%%%-_-_ 강은교  시인
뇌 수술로 인해 죽음의 사선을 넘나들었다
시의 주 된 내용은 인생의 허무주의다
***
아주 뒷날 부는 바람을
나는 알고 있어요.
아주 뒷날 눈비가
어느 집 창틀을 넘나드는지도.
늦도록 잠이 안 와
살(肉)밖으로 나가 앉는 날이면
어쩌면 그렇게도 어김없이
울며 떠나는 당신들이 보여요.
누런 베수건 거머쥐고
닦아도 닦아도 지지 않는 피(血)를 닦으며
야, 하루나 이틀
해 저문 하늘을 우러르다 가네요.
알 수 있어요, 우린
땅속에 다시 눕지 않아도. 
 
$$우리 가 물이 되어-_-_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 녁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뿌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저물 무렵-_-_강은교 
 
저물 무렵 네가 돌아왔다
서쪽 하늘이 열리고
큰 무덤이 보이고
떠나가는 몇 마리의 새
식구들은 다시 안심한다.
 
곧 이불을 펴리라
지난해를 다 바쳐 마련한
삼베 이불이
곳곳에서 펴지리라
나는 헌 옷을 벗고
낡은 피는 수챗구멍에 버린다
곁눈질로 우는 피의 기쁨
뒤뜰에선 오랜만에
꽃잎 떨어지는 소리
 
마지막 꽃잎도 떨어지는 나면
더 무엇이 살아서 떨어지겠는가
서쪽 하늘이 열리고
네가 돌아왔다
살아 있는 것 모두
물이 되도록
물 끝에 거품으로 일 때까지
성실한 너는 또다시 오라.
 
##사랑법###-_-_강은교
 
떠나고 싶은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 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 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홀로 잠드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뒤에 있다.
 
@@@순례자의 잠-_-_강은교***
바람은 늘 떠나고 있네.
잘 빗질된   의 구름떼를 이끌면서
남은 살결은 꽃물 든 마차에 싣고\
집앞 벌판에 무성한
내 그림자도 거두며 가네. 
비폭력자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죽은 아침8
8싸움이 끝난 사람들의 어깨 위로
하루낮만 내리는 비
落果처럼 지구는 숲 너머 출렁이고
오래 닦인 초침 하나가
궁륭 밖으로
장미가시를 끌고 떨어진다. 
들여다보면 안개 속을
문은 어디서 열리고 있는가.
생전에 박아두었던
곤한 하늘 뿌리를 뽑아들고
페허의 햇빛 아래 전신을 말리고 있는
눈먼 얼굴들이여
떨어지는 것들이 쌓여서 잠이 들면88
이제 알았으리, 바람속에서
사람의 손톱은 낡고8
집은 자주 가벼워지는 것을.8
위대한 비폭력자
마틴 루터 킹 목사와 함께 가는 아침888
돌아옴이 없이 늘 날으는
바람에 살이
내 밟던 흙은 저기 지중해 씀에서
또 어떤 꽃의 목숨을 빚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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