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녀에게
*****직녀 에게****
&&&문병란-_-_ 시인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그대 몇번이고 감고 푼 실을
밤마다 그리움 수놓아 짠 베 다시 풀어야 했는가.
내가 먹인 암소는 몇번이고 새끼를 쳤는데,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사방이 막혀버린 죽음의 땅에 서서
그대 손짓하는 연인아
유방도 빼앗기고 처녀막도 빼앗기고
마직막 머리털까지 빼앗길지라도
우리는 다시 만나야 한다
우리들은 은하수를 건너야 한다
오작교가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을 딛고 건너가 다시 만나야 할 우리.
칼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이별은 이별은 끝나야 한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을 노돗돌 놓아
슬픔은 슬픔은 끝나야 한다, 연인아.
****시골 여중생의 노래****
###문병란-_-_시인
공부 잘하여
농군 남편 얻지 말고
출세한 남편 얻어 가라고
우리 담임선생님 말씀은 싫어요.
공부 잘하여 출세하면
남 우에서 잘 살고
공부 못하면 못난 남편 얻어
남의 밑에 눌려 산다는
우리 담임선생님 훈화는 싫어요.
참고서 베껴 출제하고
참고서 커미션 먹는 선생님,
참고서 베낀 출제 항의하면
그런 부정적 저항기질 못 쓴다 으름장 놓는
우리 무실력파 사회선생님 나는 싫어요,
출세한 사림이 누구인가요?
휼륭한 사람이 누구인가요?
잘 사는 사람이 누구인가요?
까딱하면 출세 찾고 명예 찾는
우리 담임선생님 나는 싫어요.
무식하고 땅밖에 모르는 우리 아빠
일년내 일해도 우리 담임선생님
몇달 봉급도 못 되는 아빠의 수입
매듭진 아빠의 손을 나는 사랑해요
주름진 까만 얼굴을 나는 사랑해요.
오늘 아침 학교 올 때
추곡 수매하여 찾은 돈
침 발라 육성회비 주신 우리 아빠,
월말에 받는 무거운 봉투
그 속에 담긴 돈이 어디서 왔나요.
선생님 저는 농군의 딸이에요
선생님 저는 일자무식
20년이나 머슴살이로 늙어온
무시한 시골 농사꾼의 딸이에요.
저더러 도시로 나가라고 가르치지 마셔요
저더러 출세한 남편 얻으라고 말하지 마셔요
저더러 공장으로 나가서 돈 벌라고 권하지 마셔요
저더러 술집으로 나가라고 말하지 마셔요
선생님 저는 참고서 살 돈이 없어요
선생님 저는 웃학교 갈 돈이 없어요
선생님 저는 좋은 남편 얻을 문벌이 없어요
선생임 저는 면장 딸이 아니에요
선생님 저는 사장 딸이 아니에요
저는 농군의 딸이에요 선생님
저는 무식하고 가난한 머슴 출신
출세하지 못한 농군의 딸이에요 선생님
나는 가나나한 농군의 아내가 될 테야요
시집 올 사람도 없다는 농군
복돌이에게 시집 갈 테야요
선생님
우리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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