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나라

새(鳥)

서문섭 2019. 10. 28. 11:41

 

***새*** /김 지 하  시인
  
              (1) 새ㅡ1970-1980년 독재시절을 감옥 안에서 표현한
시 이다. 감옥살이 하던중 창살너머 보이는 하늘 구름 산맥,  
날으는 새를 또 보며 지은 시 이다.
  
저 청청한 하늘
저 흰구름 저 눈부심 산맥
왜 날 울리나
날으는 새여
묶인 이 가슴
 
밤새워 물어뜯어도
닿지 않는 밑바닥 마지막 살의 그리움이여
피만이 흐르네
더운 여름날 썩은 피 
땅을 기는 육신이 너를 우러러
낮이면 낮 그여 한번은
울줄 아는 이 서러운 눈도 아예
시뻘건 몸뚱어리 몸부림 함께
함께 답새라
아 끝없이 새하얀 사슬소리여 새여
죽어 너 되는 날의 길고 아득함이여 
낮이 밝을수록 침침해 가는
넋 속의 저 짧은
여이어 가는 저 짧은 볕발을 스쳐내리고
떠나가는 새
 
청청한 하늘 끝
푸르른 저 산맥너머 떠나가는 새
왜 날 울리나
덧없는 가없는 저 눈부신 구룸
아아 묶인 이 가슴
@@타는 목마름으로-_-_ 김지하@@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소리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품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시의 나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가시나무,썩은 여자  (0) 2019.10.28
혼혈 가수의 노래 기러기  (0) 2019.10.28
물금으로 가는 길  (0) 2019.10.28
개밥풀 外 내 눈을 당신에게  (0) 2019.10.28
들 소리, 유복려  (0) 2019.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