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산문시(自由, 散文詩)

담양을 가기 전

서문섭 2019. 11. 2. 12:38

전라도로 문학기행을 떠난다고라

그렇다면 모름지기
아침 일찍부터 발싸심 요란할 것
너무나 당연한 일이제,
오늘 일정은 가봐야 알겄고
기행문솜씨 따윈 나도 잘 모르겄네
다만 보는 대로 느낀 대로 한 편 지어 볼란디
부산에서 출발을 혀 담양 명옥헌, 가사문학, 식영정, 또 뭐시기냐
그 소쇄원인가 뭔가를 거쳐 화순 운주사를 최종 들른다 하대
오메 어째스까~이 징하고 환장을 하겄구마,,,
그란디 초입부터가 어깨에 힘을 주는 나무가 있드라니
바로 느티나무라
281년이나 됐다고 으스대고 힘을 주고 있으면
날 보고 어쩌란 말이간디
되게 거만하다는 생각부터 약간은 드네
좌우지간 그 느티나무가 근 300년이 다 돼간다 하니
참으로 우람하지 않다 할 수는 있겠는가
100년도 못살 것 같은 자신에 비해
일단 경의를 표하고 싶다는 생각이제
장수나무에 대해 일단 목례를 대충 하고
명옥헌 원림의 게시 글을 줄줄이 읽어 보는디
오희도의 넷째아들 오이정이란다
아버지를 위해 별장을 지어준 곳이라며
지금에사 이곳이 전라도 기념물 제 44호로 지정될 만큼
경관이 무척 아름답다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주위에 못이 있어 그 때의 상황을 잘 읽을 수 있었고
좌우로는 배롱나무와 느티나무, 그리고 적송들까지 운치를 더하다보니
이곳이야말로 참 선비의 공간이며 표연의 궤적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각종 비문도 볼 수 있고 피리를 부는 소년상,
또한 차를 나누는 공간도 만들어져있다
물레방아는 무슨? 박동실 명창은 또 뭐래?
도저히 짧은 머리로는 그 감을 잡기가 너무 어중충하다
이유야 어찌 됐든 발길을 뒤로하고
서서히 가사문학이 어떤 것이고
어떤 이름들이 오갔을까 라는 호기심이 든다
옛 선비들의 각종 글 솜씨들이 참으로 요란하다
해서체 행서체 갖가지 문형들은 물론이고 족자에 넣어 걸어놓은
온갖 산수화들이 마음을 요동케 하니 황홀한 마음이야 너무나 당연한 듯싶다
가사문학이란 게 처음엔 무슨 뜻일까 했다
가사문학 건립비석주위에
각종 아름다운 꽃들로 조경을 이루었는데
노고초를 비롯한 옥잠화, 영산홍, 골담초 등이
상춘객들이 보는 진정한 백미라 아니할 수 없다
또한 각종 여러 문구를 통해 가사문학의 참 의미를 알면
이래서 공부는 끝이 없구나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추월산을 가로질러 완만한 길을 내달리다보니
진귀한 약초와 자생란蘭, 그리고 두릅들이 길가를 메우고 있다
상큼한 향기와 특유한 맛이 봄의 미각을 한껏 돋우어 줄 듯하다
호객을 하는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추월산은
그리 높지 않는 산이기에 누구나 오를 수 있고
그래서 이곳을 오른다하지만 그렇다고 말과 같이
쉽게 오를 수 없는 능성으로
연중 등산객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는 곳이라 넌지시 자랑을 한다
인생길 나그네길 음악이 울려 퍼지고
시인이라는 자존을 잠시 버리기라도 했던가
잎새주 한잔두잔 순배를 거듭한 황홀한 기분
뉘 제지할 수 있더란 말인가!?
그리하듯 희열을 만끽하고 도착한 곳은 바로 화순 운주사였다
어리석은 중생의 발길은 위아래로 이어져
석가여래상이 좌불한 곳과 석탑에 연유한
생불의 기도가 이어지기도 한다
초파일은 아직 멀었는데 불을 밝힌 등들이 열을 지어 걸려있고
동행 중 누군가는 정성을 다해 절을 올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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