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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섬, 사람들

바다 향한 서두름이 즐겁다 일상을 조금은 잃고하나의 설렘과 흥분덜익은 긴장감을 풀어발걸음이 아닌들 괜찮지 않을까갯내음 풍부한 선창에서남 다른 일상을 여는 사람이방인이 된다는 것은그 역시 또한 괜찮지 않을까매서운 바다가 풍요로워만선 꿈꾸는 노랫소리횟감 확보 위해 목청 높이는 상인한 푼이나마 적게 주려고 흥정하는 아줌마들이것이 곧 넉넉함의 이유다 방파제 낚시꾼도 붐볐다밑밥 뿌리는 걸 보니올라오긴 오는가 보다불쑥 튀어나온 짜릿한 흥분힘 좋은 녀석이 수면을 가른다당기는 힘 가늠하니봄은 봄인가 보다

섬과 바다

어릴 적 손에 부축여 올라탔던 그 철부선마음 속 피어나는 아지랑이다멀리 두고 바라보는 곳그 자리에 다리가 놓였구나빠르고 편리한 게 미덕이래도섬은 섬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어쩜 나의 욕심은 아닐까세상이 변하고 또 변하여도고즈넉한 섬마을 풍경은그대로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억겁 지나온 바다어지간한 바람과 파도에도끄덕도 하지 않는 방파제지친 삶 지탱하는 우리의 바다우리가 꿈꾸고 신음하는 곳맑은 숨 불어넣는 물길 따라서내 꿈 펼쳐지길 바랄 뿐이다

구례 산동마을에서

마음이 스치는 봄 그림이 펼치어 진다 옴팡진 마을 에두른 적요 앞에 산수유 빛 노란 눈물이 자자하다 수목에 구긴 햇살 펴고 젖어있는 잔설 털며 바쁘게 물 오른 곧은 줄기에 톡톡 노란 꽃물이 든다 꽃샘바람이라도 불어대면 사시나무 아래서 잠시 피안을 하고 다시 버리지 못할 사랑의 불길처럼 메마른 가지에 슬며시 눈을 뜬다 두터운 겨울이 놀라며 깨어지는 소리 듣는다 바람에 흩어지는 노란 빛 내 속에 날아와 침잠에 있던 내면을 출렁이게 한다

가을에는

태양이 제풀에 지쳐갈 즈음가을도 우리 곁을 지난다햇살 머리에 이면피부에 닿는 서늘한 바람에잘 익은 가을냄새가 물씬하다핥고 지나는 바람에서낙엽 굴리는 소리 듣는다가을 끝짜락 휘감는 소리먼 발치에서살점으로 떨어져 뒹군다 뿌연 먼지 속갈색의 들풀로 흔들리는 쭉정이아쉬움 수놓는 바람 한 자락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기에재촉하지 않는 발걸음이다소 넉넉하고 푸지다살수록 모지러지는 삶이라면얼마만큼의 아픔을더 집어 삼키고 아파해야 할까가을볕 황금 알처럼 쏟아지는 낙엽 바스라지는 호젓한 길에서침묵이 홀로 자유롭다

빗줄기 되어

나 일찍이 물이더라꿈꾸던 구름위에 앉을까내리쬐는 긴 햇살을야무지게 붇잡았다오르고 또 올라도끝 보이지 않더니마침내 한 방울 물 되어 무너져 내려오는 길은너무 아찔해 죽는 줄 알았다거세게 내리치는 물줄기 오랜 기억의 저편비록 한 방울의 물이되어흩어진다 하더라도행복 느낄 겨를이 없었다그러듯 허공을 배회하며하얀 빗줄기로 날아야 했던가쏟아지고 깨져 버리는하얀 물거품 것들인 것을...

존재

바람은 꽃잎을 흔들어대고 옷깃을 나풀대며 담벼락도 툭툭 칩니다 님 또한 그러려니 한 잎 떨구지 않은 내 영혼의 푸른 가지가 흔들릴 때 그대가 내 안에 있음을 느낍니다 어디서 들리는 듯 여인네 웃음소리 같은 여린 내 마음들이 자꾸만 흔들거립니다 하늘에 까만 구름이 그치고 소란소란 빗소리가 그치면 그대가 그리워 존재로 남는답니다 바람은 나뭇잎을 흔들고 옷자락을 펄럭이고 담벼락을 툭툭 치며 자기가 거기 있음을 말합니다 그대도 그러합니다 한 번도 잎을 떨구지 않은 내 영혼의 푸른 가지가 흔들릴 때 그대가 내 안에 있음을 압니다.

성전미문

살얼음을 밟듯 시운시운(詩韻)심장에 와 박힌 것이주일 마다 성전을 향하면눈인사하며 손사랫 짓 하는 계단에 핀 꽃들인 줄 만 알았다곁을 지켜 주었던 하얀 미소쉼 없이 사랑해 주었던 그대들손 잡으며 악수하던 관심과 사랑웃으며 환한 미소짓던 쉼터성전안에 핀 주님의 사랑인 줄 만 알았다 부러움은 시샘으로놀라움은 증오로 변했는지온몸으로 울어 핀 솜다리의 눈꽃처럼따스한 가슴을 외면하며 떠났는가가슴에 해우解憂를 품고 살다가흉내낼 수 없는 배신으로 인해시험과 상처를 견뎌야 하느니어딘가에 마음 둘 곳을 찾고싶어 한다오롯하게 성장했던 비옥한 꿈 들이젠 허기 진 눈물속에 감추고 마냥 허공을 응시하고 있을 뿐보이는 듯 없는 듯잡힐 듯 잡히지 않는 듯심장에 와 박힌 것들이불어닥친 꽃샘 바람에빛바랜 것 지우며 눞고 싶어진다꿈결처..

저녁노을

검붉은 바다가 태양을 삼키는노을 비낀 저 하늘을 보라조각달이 유유히 거닐어낮인지 저녁인지 알 수가 없구나저문 햇살 머리에 이고달빛에 취한 소슬바람흔들리는 가슴 저민 이 황혼은어느 세월이 놓고 간 아픔인가불혹을 넘고오륙십도 넘은 세월늬엿늬엿 날 보라는 해넘이 같은 생 저물어 지는 길 잃은 길목이다 고뇌에 찬 삶이란 게 형체없는 바람만 휙휙 불어나를 외롭게 흔들고 지난다

하늘에서 보내온 편지

기다리던 한통의 편지받아들면 스며지는 사연이래도그 사연 나를 향한 사랑이다 하얀소식 흩날려석양빛에 그을린 창가에 뿌리고꿈 속 같은 환희를 안고 사는노졸(老拙)의 머리 위에도살포시 내려와 앉는다세상의 여백 위에그대 바라는 감격 간직하려는 무엇도 남겨둘 것 없는 소식들로하염없이 끊임없이내려와 조용히 앉는다 그대 향한 눈의 계단회색구름 뒤덮힌 하늘 저 편에서작은 바람에도 부석대며 나를 놀래듯 말듯시 한 편을 쓰며금방 오실 것 만 같은데아직도 하늘 저 위에서는세상에 문 꼭꼭 닫혀 있어서일까열린 영혼의 창가에만조용히 살포시 내려앉는다 서걱서걱 하얀 종이위에다사랑 한다는 글귀 또박또박 새겨나에게 편지를 썼다오랜 기다림 속이래도외로워하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