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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2

높아진 하늘이 야속해소리내듯 울음으로 굴러갑니다 바람이 때리는 죽비를 맞고생의 경계를 넘은 속살까지나를 붙들며 울고 갑니다예기치 못해 폭우에 찍힌 마음심장에 새겨놓은 바람의 *탁본拓本을 들고부끄럽지 않게 가려 합니다 가을이 얼마나 외로운지 몰랐던푸르른 날이 채색되어내 마음속 수채화 한 폭이 걸립니다낙엽이 구르며 바스락거리는 것은아프다 우는 소리참았던 울음 온유로 고백하는 중이랍니다 금방 떨어질 것 같은 대롱거리는 설움기약 없이 에돌아 부는 바람에 내가 쓸쓸히  떠도는 낙엽이 됩니다

눈 발

공중에서 생겨난 꽃잎들앉을 자리 찾아 하강을 한다여느 바람에도 탓하지 않고내던져진 꽃숭어리낱낱의 흐느끼는 먼지처럼날고 싶은 홀가분한 송이생각이야 저 혼자 빠져나간 것인지헐벗은 나무는 그 어디에도 없다 아름답게 만개한 꽃잎조금씩 스러져 가는 목숨들잠간 어느새 피었다가이리저리 사라지는 눈꽃들이라니눈은 쌓이고 세상은,오르락내리락 사닥다리 만들려는 듯하얀 꽃 쉴 새 없이 피워 마구마구 흩날려서 나부낀다

풀잎 이슬/

이쪽 끝에서 저쪽 끝이 길이 내 평생에 가는 길입니다 움질움질 카멜레온처럼이리저리 숨어도 봅니다 아슬아슬 매달린담보할 수 없는 위태로운 목숨이외나무다리를 걷는 중입니다 하여간, 건너갈 수도 건너올 수도 없는이 공간이 유일한 나의 터전입니다 한세상 눈물범벅입니다뚝, 떨어지면 그만흔적 없이 사라지기는 어차피 한가지랍니다 나는 순간 피었다가져버리는 꽃인가 봅니다

반구의 결혼식

녹음 짙은 초여름 한낮산비둘기 무리들 우루루 날아와 연신 꾸벅꾸벅 주례자에게 절을 한다 유난히 때깔 좋은 신랑 신부는뭐가 그리 급해서인지주례자 순서 외면한 채서로가 꾸벅꾸벅이곳저곳 목 깃털 골라준 뒤입맞춤하고 등에 올라타 잽싸게 사랑을 나누고 만다아무도 눈치할 수 없는 뜨거운 사랑사랑에 불시착 한몸 된 산비둘기,  내리쬐는 태양이 땀을 흘리고바람에 둘러선 하객들 춤을 추었지부디 행복하기를,한평생 해로하기를,순간 증인 되어 두 손 모아 축복하는데결혼행진곡이 장내에 울려 퍼진다어디선가 들려오는 트롯트 가락버림받은 수비둘기의 구슬픈 울음소리가거문고 현을 타는 듯 가슴을 쥐어뜯네아! 만남도 헤어짐도 분분한 세상이우리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든가

쑥국새

따스한 봄볕이어슬렁거리는 산 밭뙈기에서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쑥을 뜯는다  쑥이 자란 산 밭둑 귀퉁이에서는*쑥국새 한 쌍이사랑놀음으로 방정을 떨고 있다  봄에는 다들 바람이 나나 보다  바구니에 가득한 쑥의 향을소심스럽게 다듬어 솥에다 넣고묵은 된장을 풀어 국을 끓이는데쑥국 새가 솥 안으로 따라 들어가쑥국 쑥국 울어 쌓는다  밥상에 올라온 쑥국에 우려진 맛이입안에서 쑥국 쑥국 씹힌다  *산비둘기의 방언

그리움의 향기

一從別後豈堪亡 = 일종별후기잠망汝骨爲紛我秀霜 = 여골위분아수상鸞鏡影寒春寂寂 = 난경영한춘적적鳳萧音斷月茫茫 = 봉소음단월망망 早今衛北歸齊曲 = 조금위북귀제곡虛負周南採藻章 = 허부주남채조장舊路無痕難再訪 = 구로무흔난재방停車坐愛野花芳 = 정거좌애야화방 한번 이별한 후라도 어찌 그대를 잊을 수 있으리그대 뼈가 가루가 되어 내 머리 위에 서리가 되었도다거울은 임자를 잃어 봄이 와도 적적하기만 한데불던 퉁소 소리 끊기니 달빛만 망망하도다 지난날은 귀제곡을 즐겨 부르던 그대가지금은 주남周南의 채조장도 부르지 못하네옛길은 흔적이 없어 다시 찾기 어렵더니타고가던 수레를 멈추고 앉아서 들꽃 향기나 감상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