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을(물위를 걷다)

쌀밥나무

서문섭 2019. 11. 21. 11:48

 

쌀밥나무 1 (5)

 

쌀이 얼마 없는 나머지

어머니만 밥을 지어드린다면

나에게 다 덜어줄 게 뻔해서

아들은 머리를 짜냈고

마침내 마당에 있는 나무에서

하얀 꽃 듬뿍 따다

자신의 밥그릇에 담았다

 

눈이 어두웠던 어머니

아들도 쌀밥을 먹는 줄 알고

맛있게 잘 먹었다 하니

이 나무가 이밥나무가 되었고

음이 변해 이팝나무가 됐다 한다

 

달리 전해진 이야기가 있는데

이 씨(왕족)들이 먹은 하얀 쌀밥이란다

이 씨들이 먹는 밥이라면

백성들은 쌀밥을 못 먹었다는 말

하여,

그들만이 먹어온 밥()

 

이밥나무

 

못 먹어 죽은 자식

무슨 죄 있었을까

흰 꽃 피는 오월이 되면

움푹 페인 가슴에 한번 묻고

오는 세상 잘 먹길 바래

나무 밑에 또 묻은다

 

 

한바탕 꿈같은 생애

하얀 쌀밥 지어

녹색 이파리 위로

열심히 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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