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나무 1 (5월)
쌀이 얼마 없는 나머지
어머니만 밥을 지어드린다면
나에게 다 덜어줄 게 뻔해서
아들은 머리를 짜냈고
마침내 마당에 있는 나무에서
하얀 꽃 듬뿍 따다
자신의 밥그릇에 담았다
눈이 어두웠던 어머니
아들도 쌀밥을 먹는 줄 알고
맛있게 잘 먹었다 하니
이 나무가 이밥나무가 되었고
음이 변해 이팝나무가 됐다 한다
달리 전해진 이야기가 있는데
이 씨(왕족)들이 먹은 하얀 쌀밥이란다
이 씨들이 먹는 밥이라면
백성들은 쌀밥을 못 먹었다는 말
하여,
그들만이 먹어온 밥(食)
이밥나무
못 먹어 죽은 자식
무슨 죄 있었을까
흰 꽃 피는 오월이 되면
움푹 페인 가슴에 한번 묻고
오는 세상 잘 먹길 바래
나무 밑에 또 묻은다
한바탕 꿈같은 생애
하얀 쌀밥 지어
녹색 이파리 위로
열심히 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