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정시(慕情詩)

아버지 산소에서

서문섭 2019. 11. 28. 21:42

저 산 하나 쌓고

그것 지키기 위한 생애가

알탕갈탕 눈물겹다
그리웁고 아름다운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 위에 솟는 산이 좋아
돋아놓은 저 봉분을 지킨다
영혼의 쉼터가 여기는 아닐 터
생전에 하시던 말 들을 수 없어
산소 앞에서 나는 귀머거리가 된다
왕 댓잎 푸짐하게 울어대고
시누(쫄대)죽 어지간히 시끄럽다
바람은 서로 부딪지 아니한데
저놈의 댓잎처럼
내 마음은 왜 이리 부딪힐까
부끄러워해야 할 불효의 빚
떠난 이에게 지우고 있을 줄 몰라
그저 뻔뻔스럽게...
깎아지른 언덕배기에
비스듬히 달려 핀 야생화
창작한 이름 떠올리는데
뾰족한 대나무 뿌리를 보니
그릇된 세상사에 맞서는
우리 마음에 날카로운 칼 같다
풀밭에 앉아 쉬어야 할 즈음
잿빛 햇살 이마에서 곰실대고
묏등 위에선 쑥부쟁이가 춤사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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