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 짙은 초여름 한낮
산비둘기 무리들 우루루 날아와
연신 꾸벅꾸벅 주례자에게 절을 한다
유난히 때깔 좋은 신랑 신부는
뭐가 그리 급해서인지
주례자 순서 외면한 채
서로가 꾸벅꾸벅
이곳저곳 목 깃털 골라준 뒤
입맞춤하고 등에 올라타
잽싸게 사랑을 나누고 만다
아무도 눈치할 수 없는 뜨거운 사랑
사랑에 불시착 한몸 된 산비둘기,
내리쬐는 태양이 땀을 흘리고
바람에 둘러선 하객들 춤을 추었지
부디 행복하기를,
한평생 해로하기를,
순간 증인 되어 두 손 모아 축복하는데
결혼행진곡이 장내에 울려 퍼진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트롯트 가락
버림받은 수비둘기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거문고 현을 타는 듯 가슴을 쥐어뜯네
아! 만남도 헤어짐도 분분한 세상이
우리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