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31 4

생명의 씨앗

묻어야할 때를 놓쳐버린봉투 속에 졸고 있는 씨앗들어둠 속에서 살아 남아 참 미안탄다발 없고 손도 없는 저것들이아직 바깥구경을 못했대 꿈 꾸는 듯딱딱한 생각에 사로잡혀가는 세월 알까만손 가지 않은 봉투 속에서얼마나 중얼중얼 했을까땅에 뿌려주지 않으면 저 속에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쾌청하고 부드러운 햇살이 아까워흙을 파 골을 내기 시작했다방천 둑 같기도 하고무덤 같기도 한 그 자리에햇살이 먼저 뛰어 들었다 아닌데 그게 아닌데~임자 따로 있는 그곳에쏜살같이 점령하는 이것도함께 파묻어 주기로 한다 방생하듯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알쏭달쏭한 씨앗들알약 통에 들어있는 약처럼이름도 성도 함께 매장을 한다상추 배추 무 쑥갓.....

목화(木花 詩) 2024.05.31

대왕암에서

내게는 없는 길누군가 내 몸속에 길을 내며허공 거머쥔 채 떨고 있다출렁거려도 좋을존재만으로도 당당한 출렁다리실루엣처럼 부드러운 물안개느리디느린 걸음으로아슬아슬 즐기는 사람들은 누군가공중에 매달아 놓은 가얏고바람의 손이 튕기면줄은 안개처럼 부드럽게 속삭인다깨고 싶지 않은 꿈길가까스로 깨어나는 물의 표면물 휘감는 안개 자락 잡아당기자쭉 쭈~욱 늘어난다 함께 가자고칭얼칭얼 되감긴다어!어! 어디로, 어디까지,,,

산행 후기 2024.05.31

요게벳의 노래

작은 갈대 상자에물이 새지 않도록역청과 나무의 진으로 덧칠하네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의 두 눈엔 눈물이 흐르고 동그란 눈으로 엄마를 보고 있는 아이와 살포시 입맞춤하고상자를 덮어 강에 띄우면서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네 너의 삶에 참 주인너의 참 부모이신 야훼그 손에 너의 삶을 맡기노라너의 삶의 참 주인너를 이끄시는 주 야훼 그 손에 너의 삶을 드리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