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실(習作室) 28

총회 기도문

사랑이 많고 자비로우신 주 여호와 하나님주님의 사랑과 은혜에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2024년 마지막 달 오늘, 제1 남선교회 총회를 열게 하시고그동안의 모든 되어지는 것을 들추어 총회에 걸맞는 흔적을 살펴 보고자 합니다잘한 것도 있었고 잘못한 것도 있었지만 그래도 무난히 1년을 보내게 하셨습니다앞으로 더욱더 분발하여 다음 회기 때에는 많은 업적과 달란트를 공유하도록 도우시옵소서회무와 제반 사항을 인도하시고마무리가 잘 되는 뜻깊은 시간이 되게 하옵소서감사하옵고, 우리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빈 술병

집을 나서는데화단에 모로 누워 있는소주병 하나를 보았다꽃댕강나무 가지에 몸을 숨긴 채억지 잠이라도 청한 것일까제 몸 가눌 곳조차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그는분명 쓰레기 봉지를 이탈했거나제 속 훔쳐 간 누군가에 의해버림받았을 것이다한 번쯤,어느 심장에 강하게 박혔을그러다 헐렁해진 마음에서 뽑혔을생각은 깊고 가슴은 뜨겁다홀로 설 수 없는 땅바닥에서노숙자처럼 달빛 포개고 누웠다알 수 없는 저것의 행방빈 껍데기의 설움을 아는가제 갈 길 찾지 못한 술병 하나중얼거리는 소리 알 듯 말 듯하다

쑥국새

따스한 봄볕이어슬렁거리는 산 밭 뙈기에서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쑥을 뜯는다 쑥이 자란 산 밭 둑 귀퉁이에서는*쑥국새 한 쌍이사랑놀음으로 방정을 떨고 있다 봄에는 다들 바람이 나나 보다 바구니에 가득한 쑥의 향을소심스럽게 다듬어 솥에다 넣고묵은 된장을 풀어 국을 끓이는데쑥국새가 솥 안으로 따라 들어가쑥국 쑥국 울어쌓는다 밥상에 올라온 쑥국에 우려진 맛이입안에서 쑥국 쑥국 씹힌다 *산비둘기의 방언

새해가 밝았으니

하늘에서 번쩍 번개가 치듯나목에 회오리 한 번 스치듯달음질하던 시간들급하게도 지나는구나 나이가 많아질수록세월은 더욱 빨리 간다고농 삼아 말하던 벗들이여이제 잊을 건 잊어버리고용서할 것 있다면 용서해야지 그리운 이들아한 번쯤 만나야겠어목숨이 떨어지기 전에더 미루지 말고,,, 만나고 사랑하는 일이그 무엇보다는 중요하다고내게 말했던 벗들이여눈길은 게슴츠레 그리웁게마음은 따뜻하고 온유하게 아름다운 남은 삶을오늘 세상 마지막이듯열심히 그렇게 살다보면첫날의 환희와 기쁨이이 해의 새해에도우리 길을 밝히며비추어 주겠지...

해운대 바닷가

파도가 치면 입을 여는 듯소리 들리는 바닷가에서고운이라는 소리 죽은 이름이파도를 호령하며 산다 흔적이 남아있는 이름바윗돌처럼 서나 보일 리 없고해변 걸어가던 궤적잃어버린 발자국처럼 찾을 리 없다 파도가 열어주는 먼 곳 어디에변화무쌍의 수년 세월이 오고 갔으나웃고 울던 그 추념의 상상파도야 넌 아는가 그런 심정을 소리 죽은 이름이 대낮처럼 밝은데나도 그곳에 갈 때 쯤이면격황소서 글 한 편 남겨보게 될까그래서,서글퍼진 파도 소리로 들려지게 될지 ***신라의 학자 역사의 인물 최치원은 본관이 경주최씨며,호는 고운, 나은, 해운으로 최승우, 최언위와 함께 문장의 대가로 신라 3최로 꼼힌다12세 때 당나라 유학을 하고 18세에 장원급제 했다  헌강왕에게 발탁이 되어 "격황소서"를 써서 문명을 떨쳤으나최치원은 당나..

청산을 찾아 外

나의 태양  한밤중 창밖은 어둠의 휘장에 덮여비밀스런 신경조직으로 밀어를 나눈다전설처럼 깜빡이는저 멀리 알 수 없는 작은 불빛들은가슴 조이며 누군가를 찾아 헤매고맹인의 손처럼 가만가만 더듬는데풀 수 없는 암호들이 달라붙어내게 씨름을 걸어온다어디선가 조금씩 새어든 빛줄기가어디쯤인지 나의 좌표만 짐작될 뿐몸은 무겁고 지쳐 더듬거릴 때쯤느닷없이 다가와 열리는, 오! 당신의 시간밝은 아침 듬뿍 안겨주는이제야 끝나가는나의 ‘어둠의 책’ 읽기 청산을 찾아  물어물어 청산을 찾으나그림자만 물 위에 일렁이고 보이질 않네허리 펴고 어디냐 여쭈니사랑하는 사람이 청산이라 하네 한밤을 지나서 둘러보니그 청산 간 데가 없고불어오는 바람이 소리치네청산은 마음에 있다고 마음 열고 푸른 하늘 푸른 땅밤낮으로 찾았더니하늘이 말해주네청..

고난 주간을 보내며

고난 주간을 보내며 또다시 우리는 고난주간을 맞는다 사순절의 절정으로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을 기억하는 기간이다 이 기간에는 그리스도의 고난을 생각하며 오락을 그치고 말씀 묵상과 기도로 경건 생활을 추구한다 이런 자중의 절제 패턴은 신앙생활에도 크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많은 교회가 고난주간에는 온 맘 다해 새벽기도를 하거나 고난 예배와 특별집회 그리고 성찬식 등으로 신앙생활을 새롭게 하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2023년 고난주간을 맞이하는 우리는 매우 침통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한국교회가 13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지만 그 역사에 걸맞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한국교회가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이 사회는 기독교를 우러르며 신뢰하려 들지 않고 있다 고난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겨울 추억外

미나리꽝 논둑길 아래로살얼음이 깔리는 저녁휘영청 달빛 비추는샛강을 따라가다 보니외줄기길 끝에 선빈 오두막집 한 채가 있다서리 맞은 국화꽃이집안에 홀로 시들어질 적글썽글썽별빛들이 돋아나고억새잎 손 흔드는인적 드문 간이역에선누군가가 떠나는 밤마다잠 못 들던 기적소리를 듣는다얼어붙던 샛강이쩡 쩡 쩡이슥토록 울고 있다 1월 새해의 염원 이 아침 의연히 솟아오른동녘 햇살에 물든 하늘과 땅처럼님의 말씀 소망이 되어 내 가슴갈릴리 포도주로 붉게 물들게 하소서자신을 불태워 온 땅을 밝히듯이천이십삼년이 다 가도록 삶도 불태워누군가를 위해 타오르게 하소서푸른 것은 더 푸르게붉은 것은 더 붉게타오른 것들은 더 뜨겁게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심장으로시간이 흐르고 인생은 저물어 가도추억은 나이를 먹지 않은 법다 이루지 못한 꿈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