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산문시(自由, 散文詩) 47

해수욕장과 먹거리

징그럽게 길고 길던 장마가 이제야 서서히 꼬리를 내리고 있는 것 같다본격적인 여름더위가 시작이 되는가싶었지만주야晝夜에 할 것 없이 때를 가리지 않는 폭염과 열대야가 그야말로 열사병과 물 사고에 이르기까지 많은 인명피해가 있는 오늘의 실상이다무슨 놈의 더위가 이리도 심할꼬!맹하의 더위라지만아예 이놈의 더위는 맹위 그 자체를 가지고 있는 해코지가 아닌가 의문이다으이구 이놈의 가마솥 특히 부산지방 말다한증탕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그 느낌은 어찌 윗 녁 사람들은 이해를 할까,,, 그래서 말인데 이럴 땐 그저 계곡에나 바다로 가서 온 몸 풍덩거려본다면물 뒤집어쓴 만큼 그나마 최상이고 괜찮을지는 모르지만원 참 네, 잠시 짬 살짝 내보이듯 오란비 걷힌 하늘을 빌려본다면 어떠할까여름만 되면 해운대가 바다의도..

어느 음식점에서

힘들고 배고프던 시절 깨어있는 젊음의 피는 세상을 원망했다돼지우리 위에서 힘 한 번 한껏 주던 때우리들은 그곳의 백성이었기에마음 쓰린 창피와 부끄러움을 치러야 했었다보리떡 개떡으로 배를 채우던 어릴 적우리아버지 심(힘)들어 하시는 모습에가슴이 무너져 내렸었지가난이 발목을 흔들었기에한 달에 한 번씩 큰 상을 받듯그래도 아침은 든든히 먹어야 했던어쩐지 고봉사발 보리밥으로 미각을 느끼며소스라치게도 기폭을 흔드는 일이였든가그도 복이라고 고구마로 아침 지난 점심을 먹으며시간 모른 생명을 수리(守理) 하였다,우리아버지 막걸리 몇 사발 이내 들이키신다그럴 때마다 나는 간섭을 늘어놓았다아부지! ,속도 안 좋으면서 웬 술을 그리 많이 드신다요?그러면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음~ 나둬 부러라나가 이 낙으로 살고느그..

무척산에서

"이번에 내리실 역은 무척산역, 무척산역입니다하차하실 문은 왼쪽입니다고달픈 인생살이에 치여 션한 바람 한 번 못 쐬신 분이나가정의 어려운 문제들로 인해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라면이번 역에서 내려주시기 바랍니다"~```대부분 그러하겠지만 세상사나 믿음생활 할 것 없이 모두 바램과 응답의 줄다리기이다시간에 구애받지 않고서야 생애에 있어 많은 것 꿰맞춰 누리고 간구하듯이루고자 하는 뜻을 갈무리하고 얻을 수 있겠다 하겠지만얇은 요행과 믿음의 빠듯한 시간이야말로항상 우리로 하여금어려움을 낳게 하는 장애물이라 할 것이다아무튼 바램과 기도대비 만족의 줄다리기를 계산키 위해하, 기도처를 찾아 떠나보기로 했다 이것은 어쩜 내게 있어서너무나 당연한 현실일지도 모르는 일,지하철과 경전철을 번갈아 타며 떠나가 보는 무척산..

중추절

머물러 있어도 떠나 있어도 언제나 그립고 따뜻한 고향 민족의 고유 명절인 추석을 맞아 모처럼 고향 길을 찾는 발길들이 적잖게 조급하다 연휴가 길었던 예년 같았으면 이것저것 다 계획을 잡고 느긋한 마음에 들를 곳도 많았으련만 어쩐지 올해는 연휴가 사람에 따라서는 긴 이도 있겠고 반면에는 연휴가 짧은 이도 있기에 그런 사람들은 추석이란 한가함이 여유롭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여유롭지 못하면 못한 대로 세월이 아쉽게도 그럴 만한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것을... 고향에 들러 고향 친지는 물론 동네 사람들을 뵙고 그 동안 쌓였던 밀담도 나누고 덕담도 하며 안부를 묻는 즐거움이 있다 할 것이나 그런 즐거움과는 달리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못함이 아쉬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짧은 시간이나마 생각하..

후쿠호카에서

며칠간의 짧은 일정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다름 아닌 일본 후쿠오카인데, 실은 다녀왔다는 말을 해도 어디가 어딘지 지나놓고 보니 무엇이 먼저고 어디가 다음이었는지 그냥 보는 대로만 즐기며 왔을 뿐이었다.디자이후 덴만궁을 시작으로 마메다마치 양조장도 둘러보았고유후인에 있는 민예촌 거리도 거닐었었다. 어디 그 뿐이랴!길린코호수 유노하나 온천으로 인한 유황재배지, 가마도지옥 등을 차례로 체험도 했다. 도요노쿠니 호텔에서 그럴싸한 저녁이라 모두들 말들 하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 나의입맛에는 어울리지가 않았다.그리고 또한 이튿날 아그라를 거쳐 자이푸르로 갔었다.그런데 거기 또한 크로가와 온천이 있었는데 역시 발걸음을 멈칫거리게 했다.흑천온천이래나 뭐래나,,,다름이 아닌 크로가와 온천이다.그곳에서 무굴의 빛바랜 영광을..

어느 음식점에서

메밀꽃은 초가을에 피며 색은 하얗다 열매가 익은 후 사람들은 그것을 거둬들여 애벌방아를 찧고 메밀나깨를 거르는데 그렇게 하면 메밀가루가 하얀 가루로 드러나게 된다 옛날에는 메밀에 대한 전설도 많았다 어떤 청춘 남녀가 사랑을 속삭이며 기나긴 밤을 하얗게 새웠다는 메밀밭 이야기가 있었고, 메밀밭 물레방앗간에서 사랑의 꽃을 피웠다는 말도 있었다 이제는 메밀밭도 물레방아도 다 사라져간다 메밀묵 사∼려 를 외치는 소리도 가물가물해졌다 부산 동래구 사직동 종합 운동장 맞은 편 메밀국수 집에서 사라져가던 메밀을 만났다 예전에 짝사랑 했던 첫사랑을 만난 것만큼이나 반가웠다 메밀은 성질이 차다 열을 내리고 염증을 가라앉힌 효과도 있으며 여름날 땀을 많이 흘리거나 체질적으로 열이 많은 사람과 습기가 많은 사람이 먹으면 몸..

찬양대 회지

어릴 적부터 나이 듦에 이를때까지 보잘것없는 가난뱅이로 세상을 살아 오며 그 누구 보다 더 유독 남에 대한 의식을 많이 하였었다 물질 속에 묻힌 존재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가지게 되면서 과연 나라는 존재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 걸까 헐벗고 굶주림에 차진 보리밥이나 도둑질하듯이 그저 이 세상을 아무 의미 없이 살다가 때가 되면 죽음으로서 생을 마감하는 거지 뭐 나의 지난 시절은 몰라도 이런 생각들 뿐 이었다 신이 있어서 나를 택하였고 그래서 그것이 섭리라 한다면 굳이 내 앞에 놓여있는 팔자 따윈 그리 중요치 않다 결국 나는 신앙의 기밀을 취하게 되었고 그 신앙 속에 묻힌 존재와 비 존재의 틈새를 엿보게 되었다 실존적 인간의 삶이 얼마나 부실하고 깨어질 수밖에 없다는 연 약 자 임을 처절히 깨닫게 되면..

장산계곡에서

손주와 함께- 여름은 쏟아지는 물소리로 시작이 된다 지루하고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 당장이라도 시원한 계곡을 찾아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고 싶어진다 작년에는 손주녀석 땜에 여름을 찾지 못했다 쥐면 다칠까 놓으면 사라질까 나들이하기엔 손주가 너무 어렸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지금 역시도 인파에 휩싸이긴 아직 아닌것 같다 이리저리 치일 걸 생각하니 해수욕장은 엄두를 못 내다가 그래도 이제 좀 제법 뛰다닐 정도로 컸고 몸도 어느 정도 이길 줄 알며 할배할매를 옆에 두고 즐거워할 줄 아는 세상맛을 느끼는 것 같아 작정을 하듯 날을 잡고 말았다 들떠서일까 우리 손주녀석 웃는 모습에 내가 자지러진다 영특하고 영리한 이놈을 자연의 견학도 시키고 창조의 섭리를 좀 가르치려 이렇게 대리고 나왔다 뭐가 좀 이상한가? 콰콰콰 쏟..

고성총동문회

평소 존경하고 사랑하는 고성동문 여러분! 반갑습니다푸르름의 싱그러움이 온 산하를 메우고 있는 오늘그 속에 우리의 몸과 마음도 푸르름과 함께 만남의 장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오직 정해진 삶의 틀 속에 무엇이 그리 분주한지한가로움의 여유조차 가지지 못한 마음이라오늘 동문마저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모습이라면정말 안타깝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오늘입니다 삶의 질을 높이려는 것은 행복을 얻기 위해서입니다자신을 위한 열정은 자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는 것이며거기에 덧붙이는 말로 더 말할 나위가 없을뿐더러우리 자신의 행복이나 위상 같은 것이 결국에는우리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거라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동문여러분!21세기는 각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구축되고가치관이 변하고 있습니다그 변화..

박석순 목사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때그때마다 성인이 있었다면 당신은 우둔한 저희들에게 복음의 길을 열어주었을 뿐 아니라주님의 세상을 일으키고 그의 나라를 확장했던 이 땅의 희망이셨지요별세하신 지 수년이 흘러가도 잊혀 지지를 않는 옛 모습들우러러 우리는 흡조리며 고개 숙이듯힘차고 투철한 당신의 믿음과 행함에 두 손 모아 기도하며 노래할 뿐입니다6,25 피란 시절 신앙과 민주주의에 자유를 찾기 위해서라며홀로 고뇌하듯 월남하여 등불을 켜 들었으니이 땅의 민주주의와 신앙을 사수하기위해 바쳐진그 넉넉함 들이야 어찌 우리가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는지요참 성직자로서 하나님 나라를 위해 온몸을 아낌없이 던진 불 칼 같은 그 열정과 헌신이야말로세월이 흘러간 지금에도 우리는 결코 잊지 못할 신앙의 동경이라 할 수 있으며그 행함이 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