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산문시(自由, 散文詩) 47

사탄아 물러가라

속이고 속는 세상이다 그중 가장 고약한 게 바로 자신을 속이는 경우다 이런 속임수 안에서 사람들은 거짓된 위안을 얻는다 스스로는 절대 속이지 않았다는 자기 믿음의 패턴에다 마음을 걸어둘 때라야 비로소 안심을 한다 상대가 자신을 꼬드길 때나 유혹할 때 우스갯소리로 내뱉는 말이있다 즉 다름이 아닌 "사탄아 물러가라" 라는 말이다 여기에서의 사탄은 신화에서나 동화에 나올 법한 케릭터가 아니라 바로 자신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쏘아붙이는 지시어다 사람들이 농담한 것처럼 호출하는 존재 즉"사탄'이란 말 그러니까 허구 문학의 악마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바로 옆에서 활보하는 실체인 것이라 할 일이다 너도나도 사탄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물러가라고 하니 너 나 사탄이 되는 역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사탄은 우리..

부활 신앙

세상에 살다가 나 죽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 참 무서운 사람입니다 가롯유다가 그 엄청난 일을 저질러 놓고도 나 죽으면 그만이라는 태도로 목매달아 죽었습니다 자신의 죽음으로 끝이 났습니까 심문은 계속되었고 예수님은 인류 역사상 가장 억울한 재판을 받고 십자가에 처형되었습니다 또 무서운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 아우만 죽이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 바로 가인입니다 저 아우 때문에 내 예배가 상달되지 못하다니 차라리 아우를 죽여버리면 끝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이 달라졌으며 좋아졌습니까 상대방이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을 했겠지요 성경은 그 피가 소리 지른다고 말씀합니다 사울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윗만 죽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큰 불행을 자초 했습니다 죽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고 죽인다고 해..

神의 옹골진 산

이 산을 딛어 사람을 바라다보는 나의 잘못된 간절함이 숲에서 거센 바람을 일으키게 했고 산수도 흐리게 하였다 이 산의 숲을 향한 잘못된 허세로 인해 유희로 믿어왔던 가닥 없는 마음, 이제 남김없이 훌-훌 벗어버리고 적신으로만 서 있을 순수함 어디에서라도 찾아야 하지 않겠나 잘난 척 자만을 떨어대며 젊음이 영원하리라는 착각에 사로잡혀 산을 온통 흙비로 흩뿌리게 했던 지난날의 행위들이야말로 밧줄을 타며 곡예를 하려는 어릿광대와도 같은 꾀죄죄한 옷차림에 너울대는 한낱 춤사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제야 조금은 깨달아지게 되는 것 같다 세월을 너무 많이 허비했던 길을 벗어나 새로운 길이 아직은 낯선 길이라서 지휘봉 끝은 무딤일 런지 나이도 잊은 채 힘을 과시해 보려는 문외한인의 오욕이 될지 이도 저도 아니면 무지..

고난 주간을 보내며

또다시 우리는 고난주간을 맞는다 사순절의 절정으로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을 기억하는 기간이다 이 기간에는 그리스도의 고난을 생각하며 오락을 그치고 말씀 묵상과 기도로 경건 생활을 추구한다 이런 절기가 신앙생활에도 매우 유익하다 많은 교회에서 고난주간에는 온 맘 다해 새벽기도회를 하거나 고난 예배와 특별집회 그리고 성찬식 등으로 신앙생활을 새롭게 하려는 것도 같은 이유다 2022년 고난주간을 맞이하는 우리는 매우 침통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한국교회가 13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지만 그 역사에 걸맞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한국교회가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우리 사회는 더 이상 기독교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대형교회 지도자들의 비리나 부를 대물림하는 재벌들과 ..

갈치조림

저것 좀 사면 안 돼? 장을 보러 마트에 갔을 때 손짓을 하며 나는 속삭였다 뭐요? 아니 저거- 내가 가르키는 것은 은빛깔 윤기나는 싱싱한 갈치였다 네 마리 한 묶음도 있고 다섯 묶음도 있는데 색깔을 보아 여간 싱싱하지 않을 터... 저거? 저 갈치 말인가요? 응 나 저 갈치 지져 놓은 것 무진장 좋아하지 않나! 우리는 갈치 약간을 샀다 맛있다 먹고싶다 웬 입이 걸어서일까 어느 무엇이든지 별 가리는 음식이 없으나 분위기에 따라 유별나게 특별히 또 좋아해지고 싶은 음식이 경우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우리들 인생이 다 그런 것 같다 김일지의 소설 타란툴라에 나온 것처럼 갈치를 좋아하지 않은 한 별 좋아 하지도 않고 먹지 않으면서도 갈치고기를 사 주었다고 한다 물론 소설의 주인공처럼 갈치는 그녀가 좋아하지 않았..

봄이 오는 길

살랑이는 물결처럼 봄이 찾아온다 샛노란 꽃 주위에 천일홍이 겨울을 참아서고 이미 피어버린 난蘭은 독특한 향기로 봄을 알린다 봄은 어디서부터 오는 걸까? 논두렁 밭두렁을 태우는 연기 속에서 걸어오는 걸까! 눅눅해진 겨울옷을 성미 급하게 벗어버린 짧은 옷에서 불어오는 걸까! 아니면 노랑 빛이 짙어진 꽃집에서부터 흔들거려 오는 걸까! 어디서 새어 나오든 그 봄은 아름답다 자연은 신의 섭리에 따라 계절이 오고간다 하겠지만 그 자연의 섭리에 닿은 봄보다는 더 시급한 것은 역시 우리의 일상을 엮는 마음에 봄이다 먼저 우리의 움츠린 마음이 녹아야 하고 풀려야 한다 넉넉함이 결여된 요즈음에야말로 삶의 응어리들이 좀 풀렸으면~하고 생각들을 많이 하게된다 우리를 가난하게 했던 엉김의 사슬들이 풀려야 하겠다 가난과 열등감 ..

사스레피나무

길을 가다가 어리바리하고 곰실거리는 강아지를 보면서 어린 것들은 왜 이리 이쁘지? 세상 모르는 것과 처음 만나는 햇것의 순한 눈빛을 보면서 검고 딱딱한 나뭇가지를 뚫고 나오는 연한 새잎들 역시 이쁜 강아지를 표하는 거나 별반 다름이 없다할 것이다 봄은 이런 햇것들의 세상과 처음 만나는 눈빛으로 에너지가 가득하다 묵묵히 서 있던 나무들은 새잎을 내며 잠에서 깨어난다 사람도 부지런한 사람이 있고 게으른 사람이 있는 것처럼 나무도 깨어나는 순서에 따라 그 성품을 생각해 보곤 한다 모두들 분주하게 서두르는 옆 기운에 시끄러울 텐데도 미동도 없이 늦게까지 자고 있는 나무를 보며 그 우직함에 이런 태평인 친구가 있나~ 하며 살짝 웃기도 하지 나무들이 잎이 돋고 그 곰실곰실한 몸짓들이 제각각 다르게 자리 잡는 것을 ..

수양버들

-수정편- 가을걷이 하는 채소밭 옆으로 가면 어른들이 갓 뽑아낸 무나 당근을 아이들에게 던져주었다 우리는 무를 씹으며 수양버들 뿌리가 드러나도록 물에 쓸린 모래밭에 글자를 쓰기도 하고 냇가에 매어둔 수소 불알도 쳐다보며 놀았다 길다란 냇가길 따라 걸으며 참게도 잡고 붕어도 잡았으며 여러가지 것으로 인하여 해 질 때까지 놀 것들로 무궁무진했다 지금 새롭게 정비해놓은 삼락강변 공원도 그렇다 강을 따라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강둑에는 수목원처럼 갖가지 교목과 관목들이 심어져 있어 걸어가며 나무의 사계절 모습을 관찰하기에도 좋다 너른 강변 구석구석 흙길을 밟으며 습지와 갈대밭과 강을 따라 마음껏 걸을 수가 있다 차가운 날씨 속에서도 자전거를 타거나 인라인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인다 야생화 재배지를 지나..

목련

3월의 햇볕이 따사롭게 도드라지는 요즈음 물오른 나무에는 가을이 되어 잎이 질 때부터 눈에 들어오던 겨울 눈目들이 더 도톰하게 자라고 있었다 거뭇한 작대기로 서 있던 나뭇가지에서 어느 봄날 순백의 꽃잎이 펼쳐지고 나면 아니 벌써 이렇게 됐나 기적이라며 깜짝 놀라는 봄날을 맞는다 그렇게 만나는 봄꽃과 새싹들은 금방금방 앞다툼을 한다 봄 아기를 포대기에 꼬옥 보듬은 시샘의 볼록한 숨을 지켜보는 아직은 따사롭지 못한 시간만큼이나 반면 봄날은 더 가까이에 다가설 것이라 아니 이미 곁에 있음을 느끼고 있다 이 우직한 생물이 제게 부여된 조건들로 꿋꿋이 견디며 겨울을 품고 설레는 걸 보면 우리에게도 그까짓 부대끼던 오늘을 날려버리고 내일을 살아갈 행복이 돋을 것이라 여겨진다 나무들의 눈目 중에서도 겨울 꽃눈이 돋보..

담양을 가기 전

전라도로 문학기행을 떠난다고라 그렇다면 모름지기아침 일찍부터 발싸심 요란할 것너무나 당연한 일이제,오늘 일정은 가봐야 알겄고기행문솜씨 따윈 나도 잘 모르겄네다만 보는 대로 느낀 대로 한 편 지어 볼란디부산에서 출발을 혀 담양 명옥헌, 가사문학, 식영정, 또 뭐시기냐그 소쇄원인가 뭔가를 거쳐 화순 운주사를 최종 들른다 하대오메 어째스까~이 징하고 환장을 하겄구마,,,그란디 초입부터가 어깨에 힘을 주는 나무가 있드라니바로 느티나무라281년이나 됐다고 으스대고 힘을 주고 있으면날 보고 어쩌란 말이간디되게 거만하다는 생각부터 약간은 드네좌우지간 그 느티나무가 근 300년이 다 돼간다 하니참으로 우람하지 않다 할 수는 있겠는가100년도 못살 것 같은 자신에 비해일단 경의를 표하고 싶다는 생각이제장수나무에 대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