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을(물위를 걷다) 73

지리산 피아골에서

들뜬 녹음소리가 독경소리와 함께 산야에 퍼진다 푸욱 빠진 부토 에돌아가니 인기척에 놀란 다람쥐가 바위틈으로 얼른 숨는다 오르내리는 낯선 사람들 스스럼없는 인사말에 녹음방초 색깔 짙게 드리우고 허리 굽은 노송은 햇볕 한 줌 더 받으려 저리 하늘 향해 손 벌리는가 홀로 굽은 산 아래 묵묵히 바라보고 서서 무슨 생각 그토록 잠겼을까 그 많은 세월 동안... 몰아쉬던 숨 고르고 약수터에 발길 멈춰 물 한 모금 마시고 나니 물맛, 얼른 표현할 언어의 궁색함에 흐르던 땀이 싹 가신다

황진이

조선 11대 중종 왕 시절절세가인 황진이,진랑眞浪의 별호別號와명월明月이라는 기명妓名출중出衆한 미색美色이라서양반가 규중처녀閨中處女로부덕婦德을 쌓았으니이름 하여 기생妓生 황진이라비단결 머리 풀어박연폭포 낙수로 먹물 삼더니너른 바위에 시 한수 갈기며허옇게 불은 젖통보일 똥 말 똥 춤사위 했다나몸 달은 남정네들혼께나 빠졌으리넋 빠진 옆집 총각도 역시명월이 한테 반해상사병 걸려 죽었다는데미친년 깐 보고 안하무인이더니꽃상여에 속적삼 걸어주고아나 가라 어서 가라청춘이 만리 같을 내 사람아나 어이 널 보낼꺼나 했다고,,,이슬 꽃 서리 꽃 흘려대며천체에 홀로 남아만 겹 서러운 사유 안고서방님 따르는 불멸의 존재려니당신 상흔 내가 싸매리라 했다네어절씨구저절씨구너를 안고 내가내가 돌아간다황진이, 황진이, 황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