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을(카르페 디엠) 73

푸조나무/수영 사적 공원에서

미끈하고 반짝이는 윤기가지 끝에 떨켜를 떼고새 푸른 잎사귀가 역사를 헨다언제부터였을까까마득한 세월 뒤로하며활기 내민 널 보아하니오래 살았다는 나 자신어쩐지 부끄럽다는 마음이다​갑갑한 세상사 너에게 비할까그늘 가리던 생을,다만여유 부리어 보자 하노라​오래도록이다뉘 보자 그리하였더냐400년이 훌쩍 넘어버린 너의 기상우람하고 정겨운 너의 풍미가막힌 숨통을 확 트이게 하는구나

상춘객이 되어

봄이면 화류동풍 꽃놀이에 들뜨고 아름다움에 빠져서 침묵 하면 시야는 운치를 일깨워 준다 일상의 옷 벗어버리듯 시간을 밀고 간솔바람 맡으며 유유자적 가쁜 숨 고르니 상념에 젖어 바람소리 듣는 게 인생에 대한 단면을 보는 것 고독하고 외롭다는 것은 그 길을 걷는 길로 하여금은 그런 고뇌스런 길이니 반드시 따르지 않아도 됄 일

목불인견

목불인견(目不忍見)지하철에서 여인들의 화려한 외출차라리 벗고 다닌다면 어쩌리지하철에서 마주한 어느 여인무엇을 감추려 했던 것일까미니스커트 한껏 드러난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눈부신 뽀얀 허벅지가눈앞에 서슬이 퍼렇다꽉 쪼인 윗도리 사이브이라인 얼비치는 골짜기 하며풋풋한 살 내음 빵빵한 젖가슴이눈에 별빛 되어 반짝이는데실긋실긋 요리조리 훔쳐보며힐끗힐끗 곁눈질하다가차마 눈 피할 곳 없어흐려져 가는 눈빛 비비며가로등 밀려간 창문 바라본다시선 모은 봉긋한 미소덧나기 쉬운 장난기일까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나의 애간장을 녹이는구나이 반반한 나신은무엇이 부족해 내놓지 못할까봄 간음하는 남자들의 시선숨죽이는 호흡 시치미 뚝 떼고죄 없는 옷솔기만 슬슬 매만진다.

성형수술

우리 모두 명을 다하면 이 세상을 떠나 백보좌 심판대 앞에 서게 된다 신께서 하실 말씀이 있을 듯, 온 세상이 미치고 환장을 했구나 지지고 볶고 난리들을 했어 헌 가죽에 새 가죽 붙이고 호박에 장미 붙이기냐 나무그릇이 쇠 양푼 될까 걸레는 빨아도 걸레지 빨아 꿰맨들 깃발 돼드냐 웃기는 자가 웃기는 자를 더 웃기는 세상이니 진짜 웃기는 세상이 아니냐

수구초심

고향하늘 조각구름 퍼즐놀이에 한창이고 짝짓기 하는 고추쩡아 요란스레 부산을 떤다 신작로 접어들면 살살이 바람 빌어 반기고 환청 들리는 듯 어머니 목소리가 그리움 안기는 살가움 된다 친구들괴 미끄럼 타던 비알 완만한 동리뒷산 내 키 한 자 더 할수록 겸손으로 낮아졌을까 산 까치 한 마리 후두둑 이기척에 놀라 후두덕 후두덕 가쁜 세월 돌려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