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나무/수영 사적 공원에서 미끈하고 반짝이는 윤기가지 끝에 떨켜를 떼고새 푸른 잎사귀가 역사를 헨다언제부터였을까까마득한 세월 뒤로하며활기 내민 널 보아하니오래 살았다는 나 자신어쩐지 부끄럽다는 마음이다갑갑한 세상사 너에게 비할까그늘 가리던 생을,다만여유 부리어 보자 하노라오래도록이다뉘 보자 그리하였더냐400년이 훌쩍 넘어버린 너의 기상우람하고 정겨운 너의 풍미가막힌 숨통을 확 트이게 하는구나 작가마을(카르페 디엠) 2019.11.27
상춘객이 되어 봄이면 화류동풍 꽃놀이에 들뜨고 아름다움에 빠져서 침묵 하면 시야는 운치를 일깨워 준다 일상의 옷 벗어버리듯 시간을 밀고 간솔바람 맡으며 유유자적 가쁜 숨 고르니 상념에 젖어 바람소리 듣는 게 인생에 대한 단면을 보는 것 고독하고 외롭다는 것은 그 길을 걷는 길로 하여금은 그런 고뇌스런 길이니 반드시 따르지 않아도 됄 일 작가마을(카르페 디엠) 2019.11.24
가을풍경 황금벌판 넉넉한 인심알알이 거둠으로 피어난다으악새 너울너울*너부시 종알거릴 때정지와 장독에서는퍝죽이 끓는다논두렁 갈대 사이에어미소가 풀을 뜯고내달린 신작로 언저리엔버드나무가 하늘을 젓듯두리번두리번피리 소리 찾는다 *공손히 절을 하는 모양 작가마을(카르페 디엠) 2019.11.24
봄이 오는 길 요원하던 봄이대보름날 달집 태우는연기 속에서 오는 건가눅눅해진 겨울날급히 벗은 옷 속에서 오는 건가어디서 나오든 그 봄은 아름다웁다자연은 신의 섭리에 따라계절이 오가지만더더욱 시급한 것 오로지 일상을 엮는 마음의 봄이다움츠림이 녹아야하고넉넉함이 결여된응어리가 풀려야 한다그러고서야생명도 훈훈하다 작가마을(카르페 디엠) 2019.11.24
목불인견 목불인견(目不忍見)지하철에서 여인들의 화려한 외출차라리 벗고 다닌다면 어쩌리지하철에서 마주한 어느 여인무엇을 감추려 했던 것일까미니스커트 한껏 드러난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눈부신 뽀얀 허벅지가눈앞에 서슬이 퍼렇다꽉 쪼인 윗도리 사이브이라인 얼비치는 골짜기 하며풋풋한 살 내음 빵빵한 젖가슴이눈에 별빛 되어 반짝이는데실긋실긋 요리조리 훔쳐보며힐끗힐끗 곁눈질하다가차마 눈 피할 곳 없어흐려져 가는 눈빛 비비며가로등 밀려간 창문 바라본다시선 모은 봉긋한 미소덧나기 쉬운 장난기일까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나의 애간장을 녹이는구나이 반반한 나신은무엇이 부족해 내놓지 못할까봄 간음하는 남자들의 시선숨죽이는 호흡 시치미 뚝 떼고죄 없는 옷솔기만 슬슬 매만진다. 작가마을(카르페 디엠) 2019.11.24
까치 다가서는 소리에 놀라 화들짝 잠에서 깬다이다지 울어대는 것은손님이 온다는 기별이니라열어둔 창문사이로아침을 깨우며 날아든 까치가한 장의 소식기다리는편지처럼 반가웁다 작가마을(카르페 디엠) 2019.11.23
깊은 밤에 창문 열어 제치고 무아지경먼 하늘을 바라봅니다스치는 바람결에얼굴 스치고 나니허겁지겁 개짓는 소리가공명이 되어 사라집니다삶이란 게순식간에 사라지는저 바람인가 싶습니다 작가마을(카르페 디엠) 2019.11.23
성형수술 우리 모두 명을 다하면 이 세상을 떠나 백보좌 심판대 앞에 서게 된다 신께서 하실 말씀이 있을 듯, 온 세상이 미치고 환장을 했구나 지지고 볶고 난리들을 했어 헌 가죽에 새 가죽 붙이고 호박에 장미 붙이기냐 나무그릇이 쇠 양푼 될까 걸레는 빨아도 걸레지 빨아 꿰맨들 깃발 돼드냐 웃기는 자가 웃기는 자를 더 웃기는 세상이니 진짜 웃기는 세상이 아니냐 작가마을(카르페 디엠) 2019.11.21
가을 밤 영혼까지 황홀한 오색 물들인 가은 밤벌레 울음소리에 실려 고독한 시간이 되게 하소서 잿빛하는 선회하며 힘겨워하는 새 한 마리 예배당 첨탑에 걸터앉은 안온한 마음이게 하소서 나도 모르게 소외감 밀려드느 밤 오롯한 사랑 숨쉬는 풍요로운 마음이게 하소서 이슬 젖은 낙엽처럼 흠뻑 향기 머금어 갈색 꿈 물들이게 하소서 작가마을(카르페 디엠) 2019.11.21
수구초심 고향하늘 조각구름 퍼즐놀이에 한창이고 짝짓기 하는 고추쩡아 요란스레 부산을 떤다 신작로 접어들면 살살이 바람 빌어 반기고 환청 들리는 듯 어머니 목소리가 그리움 안기는 살가움 된다 친구들괴 미끄럼 타던 비알 완만한 동리뒷산 내 키 한 자 더 할수록 겸손으로 낮아졌을까 산 까치 한 마리 후두둑 이기척에 놀라 후두덕 후두덕 가쁜 세월 돌려 세운다 작가마을(카르페 디엠) 2019.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