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을(카르페 디엠) 73

고향연가

깊은 고독의 늪에 빠져 육 흐르는 시를 써본다 어린 시절 흑백의 기억속으로 등지게 지고 가는 소년 한 뼘 남은 저문 햇살에다 팬을 흔들어 댄다 왁자한 개구리 소리 들으며 반딧불이 쫓던 여름날 밤 어둠은 어느새 주위를 에두르고 칠흑 앞세워 밤하늘 되니 달과 별 미리내가 앞다투듯 제자리를 폈지 언제인가 나도 저 자리에 서리 허영에 눈멀었던 날 되내이며 아름다운 세월의 징검다리에서 생의 날로 시를 적어본다

청산에 가고 싶다

나도 모르게 언잰가 인 듯 청산이여 넌 이물감 없다 불러주면 절젏ㄴ 부메랑 답하고 부르는 있어 나를 차는 곳 젖은 맨발로 서둘러 가리라 임이 부르는 적막속으로 사양 없는 거룩한 성지에 하 점 부끄럼 없을 마음 안고서 다시 찾지 못할 이 땅에 이슬로도 오지 않을 이 땅에 그리움 오로지 정으로 남긴 채 넝마 입은들 어쩌리 알몸으로 간들 또 어쩌리 저 고원의 웅비가 숨쉬는 고결한 성지를 찾아서

열 두 제자

초록깃발 나부끼던 무성한 나무다 벗은 알몸으로 단호하게 섰다 꽃피는 계절 아닌데도 불 숭어리 일어나상서로운 꽃 만말을 하는구나 고난의 뜨락 후리치는 채찍터지고 할퀸 생채기마다 붉게 피어나고 왁자하게 뻗은 열두 가지겁겁劫怯에 음추려 들어아낌없이 핏물 터뜨려도잎만 다시고 있을 뿐 앙상함 드리운 한 그루 을씨년스레 바라보면서 깡그리 소망 떠나보내고움켜쥔 끈 놓아버린다 만귀잠잠 萬歸潛潛 슬픔에 *늘키며사랑과 생명의 줄주저리주저리 나목에 건다

부안 매창공원에서

부안 매창공원에서 매창의 옛 설움을지나는 발길 애달게 꼬드겨그 사연 알아볼 수 있을런가바람에 학이나 불러볼 마음이다나락을 만지고살살이 입맞춤을 하니달빛 아래서 울었다는박명薄命 기생 시인 생각이 난다황금 들판 들어찬 길 물어보듯걷는 발걸음이 너 때문은 아닐 터석정을 만나러 가는 참이니너무 억울해하지나 말소거문고 소리에 권커니 잣거니어~얼쑤 시 한 수 곁들고명주 저고리 찢기는 소리환청으로 들었다 싶으면눈을 감고 명복을 비는 나의 망막에 측은지심이 일어아리따운 그대의 자태아련히 떠오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