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墨香) 56

삶이 힘들 때

믿음 없다 한탄하지 말자누구나 믿는 바 다를 뿐한탄하고 괴로워하는 것은한탄하고 괴로워한 만큼목적만 분명하다면손해 보는 것 결코 아니다오늘도 하루는 하루어둑살 내려도 아직은 오늘이다공수래공수거다애쓰고 힘쓴다하여 우선일 수 있는가능력과 한계가 다르듯능력과 한계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니결코 마지막이 될 수 없다포기는 끝이 아니다다만,아침이 올 때까지 기다리자포기하고 힘들어할 때어려움은 더더욱 우릴 비웃는다

묵향(墨香) 2019.11.12

그대여,길 못찾아 헤매인다면그토록 헷갈리게 당황 되든가그럴 땐 산 향하여 바라보라계절에 따라봄 여름 가을 겨울거기에 길 있으이계절 따라 그 뉘길 안내하여 주더니라속울음 안타까워할 터이니눈석임 아직 들리지 않거든조금만 참고 기다리다가물 흐르는 소리 들어보거라그래도 그가 무엇인지 몰라나 너를 잘 모르겠다 싶으면아직 성급해하지도 마라때 되면 그들도 내 곁을 떠나리니허무해하지도 말자지금 내가 시퍼렇게 살아있으니오직 카르페 디엠일 뿐이라

묵향(墨香) 2019.11.12

성숙

떠나감도 수줍은 듯 바람에 손 흔들며 미소 짓고꽃은 벌 나비 불러비밀스런 가슴 내어주니고운 옷 붉은 얼굴아름답고 향기롭다사랑은자기를 내어주는 것고개를 숙이는 것겸손한 것죄인위해 신의 아들 내려와십자가에 자신을 내어주고벼락을 치지 아니하며 참다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울다추수의 계절 나의 성숙은늦가을 잎 지고 휘어진 가지에서붉게 익은 단맛들임지나가는 나를 본다

묵향(墨香) 2019.11.12

장산 억새밭에서

대천공원산사 윗길 지나면 녹음 짙은 수풀이 바람에 놀고비알 치오르는 가쁜 숨소리새소리인양 낭랑히 퍼진다정중동의 다른 얼굴귀신같은 꽃 이야기세상 꽃이란 꽃 다 모여저마다 트이는 자리에서휴지처럼 헝클어진 꽃봉오리가을낙엽 소재하려는 건지빗자루처럼 가지런히 피었다산 가득이 계절 향 그윽하고벌개미취에 벌 개미 입놀림,순박하고 아름다운 이름들천박하고 우수꽝스러운 것들모두가 자기위치 지키고 섰다목하에 출렁이는 물이랑이랑빛살 공간 묵언의 함성 달려들고시가지에 들어찬 높낮이 마천루는도회지 상징으로 고함소리 낸다 억새만 있어 억새밭 아니네에두른 저 푸른 쪽빛바다서로 마주하는 빌딩숲이축제의 장場이고 어울림이네장산 억새밭은억새만 있어 억새밭이 아니네

묵향(墨香) 2019.11.12

저 산으로

나 외로워도 가리라저 푸른 청산의 절벽 끝으로절절한 가슴 외치고 푼시 찾아서 가리라남루한 누더기 껴입고젖은 맨발로 가리라울림이 있는 메아리맑은 이슬로도 다가설야생화 그리운 향기 날리는은유의 시를 찾아서목마른 청춘의 고절苦節은서릿발에 목이 꺾이고어둠 찢으며 별빛 빛나는장엄하고 거룩한 이의 시여어느 찬 돌무더기 사이에내 주검 쓸쓸히 묻혀풍화된 바람에 가여운 혼흰 뼈로 떠돌아 서러워할지라도떨치고 가리 그리운 산맥저 고원의 웅비雄飛가 숨 쉬는,고결한 시의 성지 찾아서...

묵향(墨香) 2019.11.12

상처

나무에 새 한 마리 노래하고 놀다미련 없이 날아간 뒤남겨진 가지의 아픔을그 새는 알고 있을까 이글거리는 용광로아래싸늘하게 굳어버린 쇠똥처럼아름답던 사랑이 식으면굳어버린 허무의 아픔이 된다는 것을, 한사코 던진 한마디 말에이슥토록 뒤척여보는 상처바람은 늘 그렇게 불어오고물은 아래로 흘러 바다로 가니그래서 슬퍼 말라 하라그대도 언젠가는 그렇게 가리니 사랑도 미움도 가슴에 안고그저 세상이 돌고 도는데별빛 기대어진 상한마음그래도 내일은 태양이 떠올라그대를 따뜻이 감싸 안으리

묵향(墨香) 2019.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