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든인생 찌든 인생 "떨이요 떨이 싸구려요 싸구려" 밤 기운 깊숙이 스며들어 홀가분해지고 싶은 마음 어서 죄다 팔아넘기고 신들메 풀듯 가벼워지고 싶네 조용한 거리 오가는 사람 한가로워도 쓰잘데기 없이 뽐 낸 말들 우스꽝스러웠는지 어쩔꺼나 돈이 다 뭔지 늘그막에 그게 원 그래도 서운치 않은 말 "떨이요 떨이 싸구려요 싸구려" 묵향(墨香) 2019.11.12
봄 나절에 봄 나절에 2, 봄빛 내리는 뜨락에 고절孤節 지켜온 청매靑梅가 찻잔 마주하며 꽃잎 수繡놓는 사랑 파르스럼 녹아든 나른한 여유餘裕가 부르는 흠흠한 향기香氣 찻잔 속에 그득 채워놓고 고운눈매 담아내는 단아端雅한 질그릇과도 같은, 첫봄 여느 한나절 묵향(墨香) 2019.11.12
양파까기 양파까기무슨 사연 그리 깊길레이리도 켜켜이 감싸 안았을꼬한 켜 두 켜 벗겨보면울컥하고 흐르는 눈물설움까지 다가와한참을 울기도 하지그 연유 알 바 아니지만한줌가득 입에 넣고우적우적 씹어보면 알까서로 울기만 하니그냥 곡절 없이 벗겨볼 뿐,,, 묵향(墨香) 2019.11.12
고기 굽기 5 벌겋게 피는 숯불 위에석쇠를 가지런히 깔고이놈저놈 한 자리의 수다살코기 터지는 소리 겻들이면일그러진 일상은 금방 생각할 여유가 없다적당히 달군 서 말 찌 가마솥 뚜껑 위에오리 기름 차르르 발라양파 오이 고명 넉넉히 넣어 상추쌈에 막장 바르고청양고추 숭숭 썰어 올리면까짓것 술이 없다 한들 어쩌랴따라 주는 사이다 한 잔으로도우리의 미래를 축원하면 되는 것을... 묵향(墨香) 2019.11.12
산보길 길다란 옆머리 빗어돌려속 머리 허공 잠재우듯까만 벙거지 푹 눌러쓰고유유자적 공원길 걸어본다빨강 금계국 황당코분홍 코스모스 수줍음자양거리며 뽐내는 듯꽃무리가 허허제들이 웃고있네제들이 웃어설레발치는 반려자앵글줌에 넣고 가자네 묵향(墨香) 2019.11.12
낙엽 5 버찌나무아래 단풍수펑이테두리 말뚝 꽂은 살피길도움의 돌 건물 블록위에서세삼아름다운 황엽을 본다한 밭 체로 털어진 것들이새벽이슬 머금고 있어아직 살아있는 듯한생기가 있어보인다잠시 후면 저것들휘 휘 하늘하늘하르르할 것을나뭇가지 떨켜 붙들고떨어지지 않으려는 이파리가조금만 더 조금만 더풍전등화 위태로움이다잠시 후 저것들도휘 휘 하늘하늘또 하르르 하리순결하고 고운 빛나도 언젠가는 저처럼 일까살아있으려는 안타까움안달하는 모습들바동대며 살아가는지금 내 모습은 아닌지 묵향(墨香) 2019.11.12
모험 5 주저하지 말고얼른 몸뚱어리 던져이왕지사 세상에 태어났다면눈치코치 볼 이유가 없잖여세상은 이미 전쟁이질 않는가이미 경쟁이 시작됐을 터한겨울 하얀 박 쪽 보일 이유 없어장차 우뚝 선 곳곳마다성공의 깃발 꽂을 때까지세찬 비바람에 맡겨도환장한 비바람 지랄염벵을 해도결코 굽어질 지언정꺾이지 않는다는 까닭을애써 가르치고 싶어서 묵향(墨香) 2019.11.12
내새를 향해 내새를 향해 웃음 같은 햇살이새소리와 함께동백수풀에 쏟아지고자벌레 등처럼 굽어진오솔길 하나 잡아 이끈다 햇살비추인자벌레 모습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어몰래 숨겨둔 자리에 앉아지난날을 재어본다 자연에 귀의하는결실의 열매가 있다면떨어지지 않도록 하고어떻게 살았느냐보.. 묵향(墨香) 2019.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