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墨香) 56

태화 강가에서 5

성은 양이요 이름은 귀비유월의 울산 태화강 둔덕에절세가인 십팔 세유혹의 *양옥환이가 꽃을 피웠다물빛 어리는 꽃다운 네 자태삼천이나 넘는 궁녀처럼해 년마다 향기롭게 피어나도네 앞에선 부끄러워 고개를 떨궜을까정렬의 붉은 치마폭난세에 흔들거리는 위태로움예단 못한 풍전등화일 뿐이었는데영혼마저 마비된 사랑아입술에다 맹독을 지녔다드냐사랑하던 사람 안록산은반란의 칼끝 휘두르는데초여름 가랑비에 추적추적황급히 내몰리는 피난길피붙이 일가족 남김이 없이모두 다 죽어가는 모습에 놀라타래 진 명주실 비 비 새끼 꼬아이화란 나무에 목매는 귀비 좀 보소치렁한 검은 머리 풀리어꽃 비녀 나뒹굴어지는데옥가락지 곱던 맹세 배반의 꿈 꾸며비취 깃 꼽았던 그 시절을그 뉘 부럽다 하였을꼬부귀영화 온몸에 누렸건만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니애달파라..

묵향(墨香) 2019.11.09

칠 순 잔 치 5

칠순 생일 잔칫날세월호 고속열차를 타고학수고대하던 하객들이 몰려오네맨 먼저높은 지위에서 일 보시는고혈압이 젊잖게 들어서고뒤이어늙은 무릎 두 분 모시고퇴행성 관절염이 찾아왔네성공한 사업가여서늘 시간에 쫒긴다는 치매도축의금만 내놓고 도망을 가고뒷늦게 달려온 검버섯은죽어도 사랑한다며볼 이마딱지에다까만 립스틱 찍어주네

묵향(墨香) 2019.11.09

너만을 위하여

밤이 깊어갈수록 그리워지는 이름인연과 운명은 하늘이 정해준 대로살아가는 거라 생각했는데너와나의 운명적 만남은인내의 시간을 거슬러가면서둘이 만든 합작품이 아닐까뗄레야 뗄 수 없는 질긴 인연이기에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너만을 위한 사랑조용히 부르는 마음속 메아리황홀한 리듬에 맞춰진 운명의 멜로디내가 살아온 만큼 너를 사랑할 수 있기에오늘도 내일도 난 너를 위해 기도한다너만을 위하여

묵향(墨香) 2019.11.09

미루나무

미루나무 여름을 보내는 동안 시냇물 허리통 실실하게 차오르고 *여뀌 꽃 피어 풀 여치 튀는 들길을 잠잠히 걷다보면 옛 기억 황량荒凉한 주소지에 그리움 그렁그렁 매미소리 우렁차던 유년의 그늘 미루나무 한그루가 서있다 저 생생한 갈채 무수한 잎들처럼 파닥파닥 점멸하는 불꽃으로 팽팽히 후리는 우듬지 끝까지 높새바람 타올라 솟구치고 싶던 일 그 무엇을 얻기 위해서란 말이더냐 가다가다 못내 걸리던 어지러운 마음의 묵정자리에 야윈 낮달이 걸려 훌러덩 넘어지고 소요스런 바람 움직임만 혼란스럽게 가지를 흔들 뿐, 나는 회갑하고도 팔구 해를 고집스럽게 시(詩)쉬하며 살았었다 어느 누구의 쓸쓸한 배경에서 저 미끈한 미루나무 같은 근사한 풍경하나 제대로 지어내지 못한........

묵향(墨香) 2019.11.09

생명 강가에서

얼굴과 얼굴 마주 보고 노래하리 그 생명의 강가에서 손의 손 맞잡고 한가지로 기뻐하리 그 생명강가에서 무릎 꿇고 우리는 경배하리 그 생명강가에서 그대와 나란히 영광의길 걸으리 슬픔 없고 아픔 없는 거기 늙음이 없고 이별 없는 거기 영생의 물결 출렁이는 보좌 앞 그 생명강가에서 우주의 비밀 풀어지고 신비열리는 무궁한 생명이 있는 거기 그 생명강가에서

묵향(墨香) 2019.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