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편(修正篇) 34

상여소리

어호너 어호너하오거리 여차 너어호간다 간다 나는 간다하오거리 여차 너어호어호너 어호너하오거리 여차 너어호사랑하는 너를 두고 간다하오거리 여차 너어호어호너 어호너하오거리 여차 너어호애제가면 언제오나하오거리 여차 너어호어호너 어호너하오거리 여차 너어호오호오 오호오간음보살 간음보살잘 모시네 오호오잘 모시네 간음보살어호너 어호너하오거리 넘자 너어호이제 가면 언제 올까하오거리 넘자 너어호어호너 어호너하오거리 넘자 너어호정든 님 두고 나는 가네하오거리 넘자 너어호어호너 어호너하오거리 넘자 너어호간다 간다 나는간다북만산천으로나는간다오허너 오허너하오거리 넘자 너어호간음보살 간음보살잘 내리소 간음보살어호너 어호너하오거리 넘자 너어호간음보살 간음보살어호너 어호너 하오거리 넘자 너어호잘 모시소 간음보살하오거리 넘자 너어호*..

어린이 날에

늘 푸른 가지에 꽃송이 피우리라 꿈꾸던내가 새싹이었을 때어머니 가슴은 행복이었네내 품에 사랑스런 아이들 품었을 때영롱한 눈빛 해맑은 웃음에서나는 천국을 보았네도란도란 이야기하던 밥상함께 손잡고 소풍갔던 때가이제는 사진 속 전설이 되었네내가 다시 아이가 될 수 없듯이너 또한 그러하리니지난날 모두를 그리움이 되게 하라기뻐하라 지금꿈꾸어라 지금오늘 행복해하고내일은 별이 되어라큰 나무가 되어 넓은 그림자 만들고가지에 향기로운 꽃을 피워라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다도해

다도해 (11월)- 처음부터 혼자가 아니었다산들끼리 얼굴 마주치던정다웠던 그대들너울파도 보자기에 싸여그렇게 세월이억겁 달려 왔구나 *상전창해 되어바다에 빠진 몸물결 젖은 달빛별빛 길어 비단을 짜고갈기갈기 찢어내는사나운 바람에도 멈추지 않았다철썩철썩비단 짜는 베틀소리*桑田滄海; 뽕밭이 변해 푸른 바다가 되다(동화작용) *桑田碧海; 상동

새 이름---ㅇ

날 찾아 새 이름 주신 당신께은하수 건너 구름 타고 오시면그 이름 꽃으로 피어 바치겠습니다​ 싱그러운 가지가지마다진액 짜 올려 향기 가득 날리고당신 눈길 닿는 곳에사랑의 향낭 터트리겠습니다외로운 가슴 노래 실어가고절망의 언덕길 걷는 이에게어둠에서 반짝이는별들의 말 전하겠습니다날이 저물어하늘 끝에서 내 이름 부르시면유대와 사마리아 땅끝에서큰소리로 대답하겠습니다

비 오는 날

세차를 마친 주차장 옹벽어느새 인 듯하, 청개구리 한 마리가오늘이 경칩이라며개굴개굴 목젖을 떤다 묵은 김치 숭숭 썰어애기호박 약간 넣고,부추 반 단에매운 고추 서너 개물오징어 한 마리 까지봄으로 빚는다 개굴개굴 부평초함께 넣어 지지고 볶으면떠난 식솔들어지간히 그리울뗀데아직은 낯설은 시간때를 기다려본다 둥근 접시 꽃 같은쟁반에 맛나게 올리고누군가 기다리기보다봄꽃 한창인 담장너머옆집으로 나누는 인정, 아랫채 지붕과자귀나무 사이에서왕거미가 꽁무니로*방적을 잦는데뜰 안 호랑나비 한 마리가아슬아슬 사선을 넘어간다 종지만 한 엉덩이볼록해지는 저 꽃 귀처럼달려 있던 것들에벌 나비 드나들더니수정은 어누새 다 끝냈을까 그 발치 아래빗방울 함초롬히꽃망울로 떨어져 내리고나도 뚝뚝 내리고왠지 오늘은너도 나처럼 나도 너처럼그 ..

동백

꽃들도 절명의 끝에서라면 모가지 꺾어 바치는가 싸늘한 죽음 맨바닥에서 붉은 장례행렬이 이어진다 꽃 향에 멀미하는 오동도 동백섬 생의 마지막 페이지 여는 꽃상여 지나가는 봄날 긴 한숨처럼 뱉어낸 길에 끝없이 밟히는 꽃떨기들 목숨보다 더 붉은 사랑떨기 지레 떨치고 가는 흔적들을 차마 나 밟기 힘들겠더라 산산이 흩뿌려진 꽃길 발뒤꿈치 사푼 들어올려 두 발로 쩔룩쩔룩 깡창거려 딛으며 가니라 큰 울음 토하는 길 짤똑 짤똑이 걸으며 지나니라

밤바다

무채색으로 나불대는밤바다 바라보니바람에 비위 맞추던 한낮의 바다가 생각난다거센 파도 번갈아들어마음을 요동시키던 바다한참을 생각하다가또다시 밤바다를 본다아득한 듯 가까운 듯선명한 불빛 하나이내 차츰차츰내게로 다가서더니낮에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말씀으로 풍랑잠재우고물위를 걸어 나를 안심시키는능력 있는 모습이다휘황찬란한 밤바다계명성처럼 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