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편(修正篇) 34

아직 집에 가지 않았다,---ㅇ

여기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오가는 비명소리와 발걸음소리요란한 포탄 연기 가득한 전쟁터나는 아직 내 집에 가지 않았다생명강 고요히 흐르고맛있는 음식과 안식이 있는내 고향 아버지 집, 적들이 달려오는 싸움터에서나는 평안히 잠들 수 없다마지막 숨 헐떡여 상처받은육신들 풀잎처럼 눕고 있는데나 홀로 그늘아래 앉을 수 없다 전우여 동역자들이여사랑하는 나의 형제자매들이여아직 우리는 집에 갈 수 없다한목숨 한 생명 구하기 전에영원히 후회 없는 삶을 위해오직 필요한 것은구해야 할 목숨 하나 더, 집은 가까이 있어도복음으로 사는 사람으로내 집을 채우기 전에는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

길을 찾다

수정편- 가로등 불빛 없는 낯선 땅 안개 자욱한 밤은 깊다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구부러진 산자락 끝을 모르는데누가지금 새로운 세상으로 간다기에가는 길 잃지 말라고당부의 말 전해주었다건너야할 다리는 얼마나 클지강은 얼마나 깊을지아무 걱정 두려움 말라고그리운 사람들 만나는다시는 이별 없는 기쁨의 길오색불빛 휘황찬란한 그 집은영광으로 가득도 하리라 일러준다시들고 불타는 이 땅의 길은어둠으로 찾을 수 없어도저 멀리 캄캄한 바다 끝 불빛은계명성처럼 환히 깜박일 것이네

불갑산 상사화

수정편- 내 사랑하는 사람아나의 죽음 내일이면 어쩌리상사화 피는 초가을 날교향악 울려 퍼진 담홍빛 정원에서하늘 향해 치솟는 상사화를 보노라한 마리 뿔 높은 사슴이 아니어도순 하디 순한 산 노루 눈빛으로휘황찬란한 평원 한번쯤 바라보라찬탄과 갈채로 일어서는먼 우주의 객석에서환호성 맞이하던 감동의 날일생에서 더딘 막차처럼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이 눈부신 화해의 손짓 앞에서누가 누구를 탓하고 미워하며그 미움 풀지 못할 이유가 있으랴산길 에두른 하늘재불갑의 성역으로 가는 길에무엇이 이토록 환희로 들뜨게 하고아리도록 가슴 저리게 하는지보지 않고서야 말 할 이유 없으리라아, 배반할 수 없는 꽃물결끝없이 펼쳐진 상사화 평원에서마음에 욕되고 삿된 것 버려보리라신이시여!나에게 필생을 부여하신다면한 떨기 작은 꽃 같은겸손의 ..

새해

수정편- 아침이 밝게 오른다야훼께서 섭리하신자연의 등살은일 년 열두 달그분의 선물이다이슬로 사라질 뻔한숱한 시간들이 흘렀지만오늘도 여전히삶을 허락하신 분께깊은 감사를 드려진다아무 것 덧칠되지 않고아무 것 기록되지 않을새해의 날들은주님이 나에게 맡기신새로운 달란트라 믿는다오직, 그분의 바램은새해의 할 일을하나하나 꼼꼼히 적어서연말에 계산해보자는혹여, 배려의 말씀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