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편(修正篇) 34

자갈치

갯내음 향기롭고은빛고기 파닥이는 곳, 곰장어 꿈틀거리는부산 자갈치로 오세요수족관 고무 통에서살아있다는 희망 갖고지느러미 흔드는 광어 돔 우럭들바다의 포로들이 놀고 있어요잠시 가판대에서 부활 꿈꾸고파도소리보다 힘세고 굵은,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아줌메 노랫소리가 들리는 곳,삶에 지치고 생이 피곤할 때죽은 자 담보로 살아가는 생사의 현장끊임없이 퍼 올리는 바다의 푸른 생명태양 빛나는 새 세상으로 나오는 곳,땀에 젖은 피곤한 도시 내려놓고파도에 귀 담궈보며남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다답답한 가슴 씻어보는 자갈치,오이소보이소사이소

못---ㅇ

내 가슴에는 아프게 박힌 못이 없습니다 누가 내 가슴에 못질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지요 내가 금방금방 빼 버리니까요 잠시 빠지지 않는 못에는 맑고 둥근 거울을 걸어둔답니다 행여 나도 남의 가슴에 못질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 모습에서 못을 발견하면 얼른 버릴 수 있게요 지금 내 가슴에는 못이 들어올 자리가 없습니다 내 가슴은 굳어있는 벽이 아니고 흐르는 물이니까요.

옛것을 벗어버리고

표현*標然히 지나고 있습니다함께 걸었던 길 위어깨에 매달리는 낙엽도석양이 가슴 찢어하늘에 선혈을 뿌렸습니다소슬바람에 한 줄기 연기도 없이타오르는 나무 아래붉은 입술이 뒹굴고머리가 희여진 억새 풀들이이별의 *세마포를 입고바람에 버성대고 있습니다차가운 바람의 채찍으로옛것을 벗어버리고새 생명으로 덧입는 계절 꿈꾸며들을 건너 흐르는 강물에기러기 가을을 물고하늘 높이 날아오릅니다 *標然=표할표 인연연*세마포=가는 삼실로 짠 매우 고운 배 (細麻布), 가는 배 에배소서 4 ; 22

등산

바람 같은 바랑 메고등산화 신고모자까지 쿡꾹 눌러 써본다후이 후이 산 오르면마치 꽃 만나는 봉접인 양오르는 기분나만의 설레임 된다매양 한자리체바퀴 도는 것 같은숨 가쁜 일상탈출을 시도해보듯산이 있어 그곳에 오른다힘겨우면 등짐 풀어놓고지푸라기 같은 목숨 구기고 앉아한 모금 자연수에흐르는 땀 식히고오르고 넘으며늘 푸른 새떼와 함께언제든 숨차면쉬기도하곤하지.

가을 날의 기도

가을날의 기도 이름 없이 흔들리는 들풀 하나를 위해서라도 주님, 서두르지 마소서 아직 덜 익은 영혼 젖은 이슬이 부족할 뿐입니다 작은 씨앗 생명의 입 열 때까지 풀잎 한 포기 포기에 습한 수기水氣 머물게 하시되 열매 알알이 영글어지게 하소서 온땅 가득한 푸르름 삭풍에 여위어가도 불모의 땅 일구는 영혼 기쁨으로 노래하게 하소서 불타는 가을 이별의 만찬만은 외롭지 않게 하소서.

말씀을 읽다 보면

말씀이 나를 꿰뚫어본다평화와 자유의 동산 뒤쪽누항의 거리 여기저기에길들여진 아집 투성이염장 지르는 못하나 둘 빼내고왕의 하늘군사답지 못한추함과 어리석음빛으로 어둠을 들추어내니아직 치유되지 못한어리석음의 자괴안위와 사랑 속에서눈물이 는개비로 내린다 없어져야 할 것들에양심의 메스 다가서니나는, 나신을 들추고예리한 섬광 스캔하는양심 앞에 다가 선다

물으심-O

주님은 물으셨다 누가 강도만난 자의이웃이냐고 주님은 아담에게도네 있는 곳이 어디냐묻지 않으시고네가 어디 있느냐 물으셨다 주님은 우리에게 묻는다너의 이웃이 누구냐묻지 않으시고너는 누구의 이웃이냐 물으신다 누가 너를 섬기느냐묻지 않으시고네가 누구를 섬기느냐고 물을 것이다 주님은 또 묻는다누가 너를 사랑하느냐묻지 않으시고네가 사랑하는 자누구냐고,,,

동래온천천

언제부터인지 그대 따라다정히 손잡고 걷는 연인을 보았노라그들 위해서 맑은 소리로 노래하는 그대작은 음성 속삭이는 이야기 짧아도해맑게 웃는 곧장 퇴원한 발걸음처럼상하고 병든 아픔 다 씻어버리고비틀거리며 일어난 그대고즈넉이 가로등 불빛아래저녁 맞이하는 오리 떼들과피라미 잉어 붕어가 헤엄치는 온천천살아 돌아와 내어준 가슴내게 철없이 달려와봄여름가을겨울도 품어우리 이제 외롭지 않으리깊은 골수 용솟는 사랑의 물줄기로또다시 푸른 하늘에 하얀 학함께 날려 보내리실개천으로 살아가는 그대 곁으로내 발걸음 땀에 젖는데혈관에 흐르던 검은 호수 뽑아내어암반서 솟구친 골수 뿜어대고가끔 지하철에서 떨어진 바람이어린 갈대숲에서 뒹굴어 대더라저녁어둠이 내린 강 뚝 아래반짝이는 가로등 불빛에 기대어서고향에 돌아온 듯 오리 떼가 졸고씻..

나무 우듬지 같이

빈들에 서있는 나무 한그루초가집 대들보 남을 몸짓,햇볕이 찾아와 보듬어준다때로는 바람이 가지 꺾어가도온몸 버티어 뿌리내리면비구름 달려와 목마름 풀어준다가을날 붉은 과일 하나 없어도기개는 하늘에서 푸르고 높다삶이 힘들다 낙심치마라그대는 광야에 버려진이름 없는 존재가 아니다역경에 맞서는 대장부로 서있는 한죽지 않았기에 강한 자고포기하지 않아 성공한 자다내일도 태양은 떠오를 테고언젠가는 살랑살랑 봄바람 일리라

귀가자란다

죽은 한쪽 귀가 살아 자라고 있다 좋아하는 소리 먹고맛있는 소리 쪽으로 자꾸 기울어하늘 닿을 듯 커진다 지구에 귀를 대면들려오는 신음소리 먹고하늘에 귀를 대면분주한 천사의 날개 짓 소리 먹고양쪽 귀가 경쟁하다한쪽이 거대한 귀가 되었다 시계 소리 많이 먹고 나서부터입은 점점 더 작아져 잘 열리지 않는데한쪽 귀는 신의 소리 듣고저세상의 비밀도 쓸어 삼킨다오늘도 내 귀는 지옥과 천국 소리배부르게 먹으려고세상 넘어 우주까지 여행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