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메꽃 갯메꽃 (8월중순)- 1, 긴다리물떼새 발가락으로애기단풍잎에붉은 발톱 찍고 건너간해운대바닷가 모래톱 그을린 뙤약볕에서길고긴 하루해 이고끊어질듯 이어지는내 아버지의 춤사위소곳 조이는 끄나풀 아니면 깔때기 같은 연분홍갯메꽃두어 송이 2, 장다리 물떼새애기단풍 붉은 발톱 찍고 간외진바닷가 하얀 모래톱 그을린 뙤약볕길고긴 하루해를 이고끊어질듯 이어지며내 아버지 목청껏 부르시던축음기 쌍 나팔 같은연분홍 갯메꽃두어 송이 시와 문학(詩,文學) 2020.04.12
상사화 후궁의 첩지라도 받았는지 굿거리장단에 덩 더 덕 쿵초록 나신 붉은 입술옷소매 하늘 깃 접었다 펼치며뒤 꽂 벌 나비가 날 적옥비녀 족두리 단장한 화관수줍은 듯 가리우고빙글빙글 부채춤을 벌인다황사 실 홍사 실 부부 인연사랑의 푸른 잎 떠나보내고등 한번 붙이고 자보지 못한비구니 스님들 같은 밤인가상사화 피는 팔월아무리 암만 붉어라햇빛 오르는 산비탈정인(情人)의 속세에 비할까네 속마음 진정 몰라라짧은 여름날의 불갑산하염없는 독경소리 깊어지는상사화의 그리움무더위가 옮겨 온 비밀의 정원은드높은 화관을 고이 쓰고어긋난 운명의 장난처럼농염하게 타 오른다죄 많은 날 쓸고 문질러설움 못 사른 꽃들이용서할 날 못 빌어함께 피지 못했으니만남 없는 사랑인가호소력 짙은 향기거슬러 찾지 못할 이름서둘러 오는 비탄의 꽃이랴 2020.. 시와 문학(詩,文學) 2020.04.12
엉겅퀴 따끔한 가시 옷 하루 쯤 풀 잠자리 하르르 내리는 자줏빛 엉겅퀴에 앉고 싶다 소름 오소소 돋아난 가시 돋친 그리움 꽃빛 다 쏟아지고 나면 나, 그 때야 비로소 온전히 널 사랑하게 될까나 유월의 풀숲 가시 꽃 따가운 시선 엉키는 햇살 바람의 폭 찢으며 세상길이란 길 다 멈춰진 쓰라린 곳에서 나비처럼 애틋한 사랑 찾아도 진정 두려워해야만 하는 도시의 변두리 그 고독한 시간은 고슴도치 같은 바늘갑옷 입었으리라 시와 문학(詩,文學) 2020.04.12
나목 그 해 가을을 무심코 지나치던 날우연의 약속도 없이부딪힐 때마다 부끄럼 없이우수수 잎 떨구는한 그루의 여자가 있었지잎처럼 떨며 사는 일다 잊고 싶다며낙엽처럼 바스락거리던 순정도껍질 채 벗어버리고 싶었다니어깨를 깎는 극한을 견디며골똘히 도취되어 가는늦가을 일몰의 들녘낭자한 하늘에 손가락으로기러기 몇 줄 풀어 논 것처럼빚진 세상 차용증서 위에갚지 못한 시를 쓰며다 벗어버린 단호한 정신혹독한 북풍의 형벌비탈진 그리움을 딛고알몸으로 부딪혀낸 상처까지그대 앞에 당당하고 싶은나목의 여자그 여자의 나목 시와 문학(詩,文學) 2020.04.12
한 줄금의 비 멀리 바라보아도 또렷했던 들판의 윤곽들이흐린 기억처럼머릿속에서 사라질 즈음한 동안 불임하던 나목에점등 되는 비의 알갱이가깊숙이 스미어 들어구근을 건드리고 있다숨은 그림 찾기에아직 때이른 감 있지만시린 마음 읽어야 하는한 줄금의 봄비수유須臾스레 재촉하는봄을 부르는 단비다봄으로 오는 길목추적추적 몇 줌 내려서사랑의 통증 느끼게 하는봄이었음을 그대는 아실까 시와 문학(詩,文學) 2020.04.12
담홍빛 상사화 담홍빛 상사화 (8월말)- 가을,그 산문을 들어서면이끼 낀 세월에 빛날 것도 없이유적이 된 풍경 하나를빈 *바랑 벗어둔 채좌선하듯 *부도를 본다상사화 슬픈 전설을 안고한 꽃으로 복을 비는 시간예불을 알리는 범종 소리불심의 향기로 절집에 가득 차고쩔뚝여 버티고 떠나왔던구절리 같은 길들은침침한 어둠에 깊이 묻히는데그리운이여 어긋난 사랑에신열로 온 몸 아픈 날나는 목이 부어오르고돌담 아래 풀벌레 울음소리적막함 더하는 밤 상사화 쓸쓸한 달빛 이고이제, 마지막 혼불 사르며허공으로 밀어 올린 꽃대 위로사랑아 기다림도 애석하게차기운 밤이슬에 함초롬히 젖는다 *바랑 = 배낭의 변한 말*부도浮屠 = 이름난 중이 죽은 뒤 그 유골을 안치해 둔 돌탑 시와 문학(詩,文學) 2020.04.12
풍등을 날리며 오래된 버짐나무가 바람과 함께 춤추는 여름 파리치기 하던 아이들이 까마득한 기억 맟추기 하는 와사의 포동 폐교운동장 조용해진 쓸쓸함 그 빈틈을 노린 잡초들은 슬금슬금 거저 웃자라고 오래된 교실에 장식처럼 놓인 벙어리손풍금 더듬이 세우며 옛 동요 음계를 두드려본다 폐교의 풍경이 된 책 읽는 후배들 희망이 외롭고 밤 이슥할 즈음 시인은 소망하는 곳에 높이 오르기만을 애써 마음의 심지에 불빛 점등하며 오색 풍등 하늘높이 띄어보낸다 더 높이 올라 별이 되기를 우주로 전송되는 늦은 수신호에 두 손 모우며 아름다운 비상 꿈꾸는 밤 환호하는 세상의 중심으로 밀어 올리는 공중부양의 힘이다 그것은 드센 바람이 아니라 은유의 별빛 찾아가는 바람이다 그 만남 풍등 속에 피는 따뜻한 가슴 고동 같은 성스러운 불꽃이네 시와 문학(詩,文學) 2020.04.12
사슴처럼 집이라 할 수 없는풀 더미 한 아름도 안 되는 집그런 움막 하나 지으리라햇살에 가로누워 털 고르면젖은 등 말려주는 하늬바람에지그시 감기는 눈어쩌지 못해 늘어지도록 졸다가하루를 까먹어도 개의치 않으리내 집 가는 길 원래 없어숲은 짙고 아득해도햇볕은 그리 인색하지 않아이만하면 살기에 딱이지가끔씩 새벽안개가 산을 덮어꿈에 부푼 어린 풀잎들손끝마다 백옥 하나씩 매달면나는 꿈같은 안개 헤치며발 젖도록 목적 없이 달음치다가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이르러그 안개 다 걷힐 때까지두 귀 쫑긋 세우고싱싱한 새벽을 마음껏 뜯으리라여린 새싹은 뜯지 않으리노래 밖에 모르는 새들을 위해노래도 관심이 없는 양하늘만 쳐다보는 꽃들을 위해거룩한 산이 키운 큰 풀만 골라듬성듬성 뜯으리라 시와 문학(詩,文學) 2020.04.12
변할 수 없는 마음의 고향 에어컨 안 쓰기 운동에 별들 속삭여주는 듯한 하늘나라이야기 34도가 오르락내리락 태양이 작열하는 뜨건 햇볕 오늘도 온 몸으로 받아들였다 나의형님 70대 노부부 먼저 익은 곡식 거둬 청올치다발로 차게차게 묶어 밭곡식들 경운기에 싣는다 걸친 옷들 사이로 땀방울이 경외롭다 계속되는 불볕더위에 전기절약 실천이야말로 버티기 힘든 남의 이야기 걸친 옷들 모두가 물수건이 되어준다 탈곡하는 일만 남았다 날씨가 건조할 때라야 탈곡도 잘 된단다 저기 가는 저 노인들 짐 벗어 나를 주오 늙기도 서럽거늘 일조차 하실라우 나 젊었기로 돌인들 무거우랴 시와 문학(詩,文學) 2020.04.12
비 젖는 날의 삽화揷話 비에 젖은 나목이 후줄근히 서 있는 골목길 한쪽 어깨 견줄 한 사람 있어도 그대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 하루가 말랑말랑하거나 시금털털한 이야기 나누드래도 서로의 수고로움에 감사하듯 우산 아래 그윽한 눈빛 바라보며 포근하게 나누는 입맞춤, r야 얼마나 아름다울지 그런 평범한 일상들이 뚜벅뚜벅 걸어들어와 안기고 마주 선 저녁에 회색 도시의 다무락 안에 그대가 주인공이 되고 고즈넉한 늦겨울 풍경이사 한 폭의 수채화가 될 것입니다 시와 문학(詩,文學) 2020.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