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손수건만한 차창으로 반가운 얼굴 내다보면 *살살이가 춤추며 길마중 하던 옛 고향이 생각난다 한가위 전날 밤 달은 휘영청 떠오르고 집집마다 송편 찌는 그윽한 냄새 그득하더니 추석빔 곱게 차려 입은 밤 설치던 고향이더니라 *코스모스 작가마을(물위를 걷다) 2019.11.19
고독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홀로 있음이 아닌 외톨이로 여겨지는 마음이다 당신이 혼자 있어 외로운 것이 아니라 혼지 있지 못해 안달한 마음이다 사막에서 혼자 사는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혼자 사는 것보다 덜 힘이 든다면 외로움은 아무도 없을 때가 아닌 사람의 관계 속에 거할 때 엄습하게 되나보다 작가마을(물위를 걷다) 2019.11.19
그리움 2 꿈속에서나 그려볼 얼굴, 스치는 바람만 들어봐도 듣고 싶어지는 목소리 내가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다면 그대가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모습이 아닐까 내가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건 오로지 그대 입술에서 피어나는 사랑 속삭임이 아닐까 비록 짧은 시간이었다만 얼마나 아름다웠던 만남이었든가 그대와 함께 걸었던 길을 오늘은 나 홀로 걸으며 보고픈 침묵 가슴에다 담는다 슬픔과 고통이 앗아간 행복 이제 무엇으로 채워야할지 뒤웅바처럼 텅 빈 마음에 떨어지는 눈물로 가득 채워본다 작가마을(물위를 걷다) 2019.11.19
그리움 1 종이에 글을 쓰면 한 편의 시詩가 되고 마음에 새기니 그리움이라 하던가요 눈망울에 담아보면 어느새 그대가 보이고 마음 깊숙이 묻으니 외로움 되더이다 시 한 편 눈에 담아 뜨거운 눈물 흐르고 그 눈물 마음에 두니 그리움과 행복 그득하더이다 작가마을(물위를 걷다) 2019.11.19
농촌들녘 깊은 가을 들녘이 적막하다 그 연유 알고 싶어 귀를 기우려 본다 촌로를 지나는 경은기 소리 저 멀리서 저녁을 닫고 귀뚜라미 소리 적적할 뿐 떠나보낸 옛사람 그리워 볼멘소리 울어짓고 서러운 게 삶이라서 나도 그대 따라 울어본다 내 신분 같은 너. 작가마을(물위를 걷다) 2019.11.19
수양버드나무 1 뿌리가 드러나도록 물보라에 휩쓸린 모래밭 휘 뻗어진 잔뿌리가 강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임은 결국 물을 건너시네 물에 빠져 죽었으니 장차 이일을 어이할꼬 건너려고 마음 굳게 잡으려 하나 건널 수 없는 백수광부 그러나 붙잡을 수 없었던 애달픔 버들눈썹 유미라 하고 가지라 하여 유요라 할까 물보라와 함께 내 님은 오늘도 어김 없이 강가에서 출렁인다 작가마을(물위를 걷다) 2019.11.19
알바트로스 한 마리 새가 되어 보리라 *연작燕雀보담은 *신천옹信天翁이 낫겟다 오래 날아도 지치지 않는 알바트로스, 천리객창 삼키듯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바다 멀리 누비며 오래토록 날 수 있는하 한 마리 새가 되리라 외로운 새일지언정 날개와 꼬리 검게 펴고 하얀 배 낭창낭창 믺러지듯 먼 곳까지 날 수 있는 알바트로스가 되어 보리라 작가마을(물위를 걷다) 2019.11.19
인생길 나이가 들고 싶지 않아도 세월 흐르니 하는 수 없고 늙고 싶은 마음 없어도 몸뚱어리 쇠하더 보면 그 또한 어쩔 수 없구나 가고 싶지 않아도 가야만 하는 언젠가는 끝이 되는 길 자연의 이치라 여겨본다면 그 이치 한탄하는 것은 어쩜, 우리의 욕심이 아닐 런지 세상에 자진해 온 것 아무 것도 없고 누가 불러 온 것 역시 무억엔들 없다 내려놓아야 하고 비워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외려, 가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게 더 슬픈 일 아니겠는가. 작가마을(물위를 걷다) 2019.11.19
가랑잎 오밀조밀한 늦가을이 햇볕을 쬐고 있다 황혼 저편에서 *누천累빛깔이 땅속 부토가 되어 떼 옷을 입고 눕드래도 아직은 파르르 떨며 가지에 메달려본단다 언젠가는 뒤돌아보지 않고 놓아야 할 손들 마지막 비행연습 애처러운 저 가랑잎들아 *여러가지 작가마을(물위를 걷다) 2019.11.19
추풍낙엽 쌩 머리가 다 아플라 하요 해골이 울렁울렁한 게 파도를 탄 것 같기도 하고 신열도 좀 있는 것 같소 저놈의 빛깔 때문인지 바라보는 눈깔이 쇠한 탓인지 혹여, 자연 현상으로 나이 탓은 아닐 런지 낙엽이 지는 일이나 황혼을 바라보는 나나 힘없고 맥없긴 내나 마찬가지겠지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니 아마도 둘 것이 다 노병인가 할세나. 작가마을(물위를 걷다) 2019.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