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을(물위를 걷다) 73

나로호

그곳에 가면 나로호여! 너의 가는 길 알아서 가겠는가 지구 밖의 사람들은 혹여, 있는지 없는지 있으면 그들을 만나고 돌아올 길은 또 아는지 없으면 어디로 갈 건지,,, 나로호여! 그대나 나나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세상 좌우지간 한번쯤은 달려나 보세 나로도해변 한반도 막내 땅에서 의기양양한 숫기로 늦지 않았다는 것 한 번 보여 주세나 ​

되는대로 살자

너무 조심하지 말고대충 실수도 하며 살자하고 싶은 말 있으면 말하고표현하고 싶으면 몸 꼬며그저 그렇게 살아보자너무 이기적이지 말고아전인수도 말자남을 생각하는 일에얼마를 손해 볼까많은 것 주다 보면또 얼마를 잃을까따지지도 말고주는 만큼 후히 주자너무 매정하게 아귀다툼말자싸운 만큼 등 돌리는 게 사람이니사랑 품어 손을 내밀어보자원수된 마음에서서로 가슴을 맞대보자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듯그냥 그렇게 살자그렇게 그런 대로순리대로 살자

벽오동나무

벽오동나무(9월말) 가을채비 하는모처럼의 친근한 모습치맛자락 잡는 아기의 손같이떨켜를 야무지게 붙들고기어코 남아있을 거라는황갈색 오동나무열매껍질눈매에 서글서글거린다 익숙하고 상서로워대나무 열매만 먹고벽오동에 둥지 트는 소리혼자 걷다가 들으면쓸쓸한 마음자락 안으로그 소리 떨어지는 것 같았으리 오롯한 사람의 꿈상상의 새 봉황벽오동 나무에서 등불 같은 꿈 말함이 아닌가.

목련

먹이 향해 기어가는 실룩거리는 범의뱃살 동물 같은 생의의지가 눈꽃으로 빛난다 긴 동한冬寒 참아 서서 붓 깃처럼 솟아오르는 未忘의 서러움 같은 애이불비 소복을 휘 휘 감았다 옷고름 풀어놓고 사랑노래 부르고나면 왱왱거리는 저 날개 짓 지등(紙燈)켠 꽃잎에 떨잠은 떨어지고 아름다운 속살 보이기 시작한다 고적한 하늘가 저무는 일몰 타락의 올 한 올 한 올

바다와 먹거리

오란비 추적이거든 잠시 걷힌 하늘에 짬을 내자이곳저곳 짜릿함어디에 비할 바 아니리욕(浴)으로 더위 식히고뱃속 챙기는 맛의 묘미자리 돔 한 상 받아푸짐함이 여간 아니다머리 내장 제거하고껍질 뼈 통째로 썰어콩된장에 참기름 떨구고햇마늘 땡초다재기 버무리면구수한 냄새는 어느새침샘을 사정없이 자극한다파도에 몸 맡기고근사한 음식도 맛본다면그야말로 신선이 따로일까더위야 물렀거라훠이훠이 귀하신 한량(閑良)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