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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추절

머물러 있어도 떠나 있어도 언제나 그립고 따뜻한 고향 민족의 고유 명절인 추석을 맞아 모처럼 고향 길을 찾는 발길들이 적잖게 조급하다 연휴가 길었던 예년 같았으면 이것저것 다 계획을 잡고 느긋한 마음에 들를 곳도 많았으련만 어쩐지 올해는 연휴가 사람에 따라서는 긴 이도 있겠고 반면에는 연휴가 짧은 이도 있기에 그런 사람들은 추석이란 한가함이 여유롭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여유롭지 못하면 못한 대로 세월이 아쉽게도 그럴 만한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것을... 고향에 들러 고향 친지는 물론 동네 사람들을 뵙고 그 동안 쌓였던 밀담도 나누고 덕담도 하며 안부를 묻는 즐거움이 있다 할 것이나 그런 즐거움과는 달리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못함이 아쉬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짧은 시간이나마 생각하..

후쿠호카에서

며칠간의 짧은 일정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다름 아닌 일본 후쿠오카인데, 실은 다녀왔다는 말을 해도 어디가 어딘지 지나놓고 보니 무엇이 먼저고 어디가 다음이었는지 그냥 보는 대로만 즐기며 왔을 뿐이었다.디자이후 덴만궁을 시작으로 마메다마치 양조장도 둘러보았고유후인에 있는 민예촌 거리도 거닐었었다. 어디 그 뿐이랴!길린코호수 유노하나 온천으로 인한 유황재배지, 가마도지옥 등을 차례로 체험도 했다. 도요노쿠니 호텔에서 그럴싸한 저녁이라 모두들 말들 하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 나의입맛에는 어울리지가 않았다.그리고 또한 이튿날 아그라를 거쳐 자이푸르로 갔었다.그런데 거기 또한 크로가와 온천이 있었는데 역시 발걸음을 멈칫거리게 했다.흑천온천이래나 뭐래나,,,다름이 아닌 크로가와 온천이다.그곳에서 무굴의 빛바랜 영광을..

어느 음식점에서

메밀꽃은 초가을에 피며 색은 하얗다 열매가 익은 후 사람들은 그것을 거둬들여 애벌방아를 찧고 메밀나깨를 거르는데 그렇게 하면 메밀가루가 하얀 가루로 드러나게 된다 옛날에는 메밀에 대한 전설도 많았다 어떤 청춘 남녀가 사랑을 속삭이며 기나긴 밤을 하얗게 새웠다는 메밀밭 이야기가 있었고, 메밀밭 물레방앗간에서 사랑의 꽃을 피웠다는 말도 있었다 이제는 메밀밭도 물레방아도 다 사라져간다 메밀묵 사∼려 를 외치는 소리도 가물가물해졌다 부산 동래구 사직동 종합 운동장 맞은 편 메밀국수 집에서 사라져가던 메밀을 만났다 예전에 짝사랑 했던 첫사랑을 만난 것만큼이나 반가웠다 메밀은 성질이 차다 열을 내리고 염증을 가라앉힌 효과도 있으며 여름날 땀을 많이 흘리거나 체질적으로 열이 많은 사람과 습기가 많은 사람이 먹으면 몸..

부산 황령산에서- 9월

황령산에서- 부산광역시 진구 진시장 쪽으로 시간을 안고 달려가 본다 그 길을 갔다가 회차하여 또다시 왔던 길을 거슬러 오다보면 잘 조성된 도시정원 몇 군데를 만나보게 된다 지나가는 시선을 반기는 곳은 연산 교차로와 서면 교차로 그리고 조방 앞 범냇골 회차지점 또한 부전동 삼각지점 역이다 오르막길도 없고 걸어가기도 쉬울것 같은 평평한 길인데 이러한 교차로 주변들을 시청에서 인공 정원으로 조성해 놨다 이 정원들에는 모두가 다 후박나무 일색이다 특별히 부전동 삼각지점 어귀에 심어진 후박나무는 인도와 차도가 겸한 곳이므로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다 길가에는 호리호리한 쥐 밤나무들과 피라칸사스 등이 차도와 인도의 울타리에 심어져 있는데 옅은 바람결에도 살랑살랑 잎을 흔들어 댐을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여..

산행 후기 2019.10.26

순천(정원 박람회)에서 6월---ㅇ

6월의 햇볕이 따갑게 도드라지는 요즈음 짙푸른 나무에는 가을이 되어 잎이 질 때부터 눈에 들어오던 겨울(눈目)까지의 모든 것들이 언제인가부터 몸을 한껏 풀어놓고는 이제 연록을 거슬러 진록으로 바뀜이 한창이다 거뭇한 작대기로 서 있던 나뭇가지에 어느 봄날 순백의 꽃잎이 펼쳐지고 나면 아니 벌써 이렇게 되었는가 싶어 기적이라며 깜짝깜짝 놀라던 봄날이 엊그제 같았는데 그렇게 만나는 봄의 새싹들은 금방금방 앞다툼을 하여 제법 어리고 여린 포대기로 꼬~옥 순한 잎을 감싸듯 봄 시샘의 볼록한 숨을 지켜보는 달갑지 못한 시간인지라 여름은 더 가까이에 다가설 것인가 여겨지는 마음이다 아니 이미 벌써 곁에 있음을 느끼고 있지 않는가 이 우직한 생물들이 제게 부여된 조건들로 하여금 꿋꿋이 자기들의 자존을 지키며 지난날을 ..

산행 후기 2019.10.26

부산 가독도에서 10월

산은 늘 다른 모습으로 나를 반긴다 산 향기 맡으며 오솔길 따라 쭉 오르다 보면 길게 놓인 벤치를 보게된다 벤치에 앉아서 물들어가는 가을 낙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피할 수 없는 운명적 만남이 엮어지게 된다 무시무시한 산돼지가 불쑥? 바람과 덩달아 춤사위 하는 목림木林을 겁나게 쳐다본다 그나저나 뭐에 떨었든지 모르겠지만 하여간에 춥다 어찌 된 판인지 날씨가 제 주제를 모르는 것 같지 않은가 자연이란 게 그저 정해진 길을 표연히 지나가는 거라 늘 그렇게 생각하고 느끼듯 살아왔는데 뭐가 그리 심사가 뒤틀렸는지 주제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아 야릇한 마음이다 산속에는 우뚝우뚝 소나무가 이따금 씩 보이지만 잡목이 많아 황금빛 낙엽으로 쌓여가는 모습을 더 볼 수 있는 곳이다 하늘에서는 태양이 아낌없이 쏟아져 내..

산행 후기 2019.10.26

경북 포항 팔각산에서 9월

봄과 여름이 앉았다 떠난 자리, 초가을햇살이 소곤거리는 그 어떤 모습들 이었던가 보는 시야에 따라서 설핏 스치는 착시현상에 새들도 숨어버린 듯한 숲을 바라보기도 전 나도 모르게 가을 빛 마음으로 흠뻑 물들어가게 되었다 다름 아닌 배롱나무 꽃이 활짝 핀 도로 앞을 지나는데그 때 그 언제 쯤 어머니는 지지리 어렵던 옛날이야기를 꺼내시곤 했었지바로 시골의 옛날 우리 집 얘긴데장독 언저리에 아름답게 피어 있던 배롱나무 꽃모습물론 지금은 볼 수가 없음을 알고 있는 바퇴락한 공간에서 그 아무도 없는 그리움의 집은이미 폐가가 되어버렸다는 말 일 것이다 요즘에야 배롱나무라는 예쁜 우리말로 많이들 부르긴 한데예전에 어른들은 이 나무를 백일홍 (百日紅)이라고 불렀다한여름과 가을에 걸쳐 백일동안이나 꽃이 핀다하여 붙여진 이..

산행 후기 2019.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