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容恕 2 누구를 용서한다는 건그 사람 때문이 아니라내 자신 때문이다내 자신이 의롭다 하여도잘못된 자 행위 앞에서전혀 결백할 수 없다또한 내가 정직하다고 말하지만그릇된 행위 앞에서완전히 결백할 수도 없는 것이다 누구를 미워한다는 게얼마나 힘든 일이고 또한 괴롭고고통스럽고 분하고,,, 그런 곳에 쓰이는 감정너를 너무 아프게 하잖아 2020 제 5집 2024.09.25
용서 1 제아무리 큰 실수를 하였다 해도사랑하면 금방 용서가 되고제아무리 작은 잘못도내가 싫어하는 사이라면용서가 될 수 없다 용서는당사자의 잘못이 아니라상대를 향한내 애증의 문제일 것이다 칼릴 지브란의 용서의 글을 되새겨 본다 2020 제 5집 2024.09.25
황혼의 때에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때론 행복했습니다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꽃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해 질 무렵 우러나오는 노을의 냄새어느 한 가지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지금 삶이 힘든 당신당신은 이 모든 걸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후회만 가득한 과거와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지금을 망치지 마세요오늘을 멋지게 살아가세요눈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2020 제 5집 2024.09.25
빈 술병 집을 나서는데화단에 모로 누워 있는소주병 하나를 보았다꽃댕강나무 가지에 몸을 숨긴 채억지 잠이라도 청한 것일까제 몸 가눌 곳조차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그는분명 쓰레기 봉지를 이탈했거나제 속 훔쳐 간 누군가에 의해버림받았을 것이다한 번쯤,어느 심장에 강하게 박혔을그러다 헐렁해진 마음에서 뽑혔을생각은 깊고 가슴은 뜨겁다홀로 설 수 없는 땅바닥에서노숙자처럼 달빛 포개고 누웠다알 수 없는 저것의 행방빈 껍데기의 설움을 아는가제 갈 길 찾지 못한 술병 하나중얼거리는 소리 알 듯 말 듯하다 습작실(習作室) 2024.09.25
산에 오르다 산기슭 서성이는 구름 내려다보고어디로 가느냐 물어도 대답이 없네산등성 한 가슴 품어보려 하였으나산이 나를 바위에 눕히고큰 산 품겠다는 호기를 벗기네 품을 수 없는 것이 이것 뿐이든가발아래 밟아 두었다고 내 것인가이제야 푸름 가득 하늘을 마시니그리운 얼굴들이세월의 모퉁이를 돌아가네 산 등성에서 만난무등 태워 주시던 아버지우거진 숲 아늑한 골짜기에서사랑으로 다가오시던 어머니험한 길 주저 없이 손잡아 주던 친구들, 보고픈 이름 하나 태우지 못한 부실한 등주마등 스치는 것마저 품지 못한 비좁은 가슴누굴 위해 내밀 수 없는 연약한 손이시간을 스쳐서 지나간 몸짓 추스린다 2020 제 5집 2024.09.25
짧은 인생 종착지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올 때어찌 편안한 기쁨보다는땅 꺼지는 한숨이 쉬어지는 걸까십 년 고개 두 번쯤 남아있을 즈음에느껴지는 허탈한 이 기분넘기 힘든 십 년 고개 몇 고개턱넘어온 지 한참 되고서야사방팔방에 보이는 것들이어찌 모두가 슬퍼지는 것일까젊음의 추억들도 눈물이며목멘 사랑의 그리움도 슬픔인 것을, 목숨 건 그 무엇들이한없이 서글프고 가소로운 건무슨 이유에서인지진작 알지 못했던 거 무엇때문이더냐혼자라는 말혼자 가는 길되돌릴 수 없는 걸음 앞에서한없이 작아지듯 힘없는 작아지며 슬퍼지며 외로워지며, 나의 인생이라고나의 인생이니까내가 내 자신을 정확히 볼 수 있는경건의 시간은백년도 아닌 생이지만기꺼이 살아내어야 하지 않겠는가 2020 제 5집 2024.09.25
늦깎이 시인 잠들지 못한 기척이잠들지 않은 시간을 깨운다어둠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지천명의 육신 벗어 놓은 채귀를 찾아온 쟁쟁한 시어들, 시간을 밀쳐놓고 엉키는 말과 말들이늦깎이로 시문학에 임문한 터라그 숱한 시인들 가릴 것 없이기경한 땅 다시금 파 엎는다 이미 갈아 엎는 땅 씨알도 없을 낀데아무리 파 봐야 헛짓거리라이왕 시작했으니 물줄기 하나쯤터져야 되지 않겠소보고 듣지 않았어도술술 풀어놓은 시詩 한수어딘가 있을 시詩의 물꼬 쩍쩍 갈라 터진 마음 밭이슬슬 허물어진다 2020 제 5집 2024.09.25
주마등 우리 어릴 때 적오줌이 마려우면달빛 고요한 한밤중에 일어나토방 및 마당에 서서 그냥,,, 나서 하늘 위 초롱초롱 빛나던별빛은 보았든가별 하나 별 둘 헤이며눈망울에 담아본다면멀고도 아득한 그리움이초롱초롱 빛났었지 추운 겨울밤문풍지 떨리는 황소바람에화들짝 놀라 잠이 깨었을 때부모 곁에 곤히 잠든형제의 따뜻한 정을 보았든가 옷 솔기 꼭 잡고쏠쏠한 재미 맛보는 듯세월 멀어진 길제를 벗어나별빛 같은 고운 정이 묻어난정겨움이 가슴을 스쳐 지난다 2020 제 5집 2024.09.25
꽃을 보듯 다화多花는 아름답다다만 향기가 다를 뿐이다 사람도 그렇다 나 그대가 좋아그대 곁에만 서면무수한 꽃 보담더 예쁜 미소아름다운 꽃 보담더 좋은 향기가 난다 그래서 꽃보듯 너를 본다 2020 제 5집 2024.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