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후기 51

여수 오동도에서 1 (2월)

겨울 찬 공기가 소매 끝으로 묻어오게 되면 몸이 떨리고 손발은 시리며 가슴은 옥죄여 든다 앙상하게 남은 겨울 나뭇가지 위에나 설화로 뒤덮인 능선 봉우리를 보면서도 계절에 따라 바뀌는 산속의 변화무쌍으로 인한 인간의 삶 같은 모습을 적나라하게 들추어내는 것 같아 한평생 살아온 나의 삶을 되뇌이며 반추하게도 한다 날씨가 참으로 험상궂다 여느 듯 입춘이 지나 봄인가 싶었더니 보란 듯 불어오는 찬 기온에 어깨가 움츠려든다 올 듯 말 듯 오지를 않고 미적미적한 봄이 괜스레 얄밉다 애간장이 탈수록 애틋함도 함께 커지는 법 봄을 기다리는 조급증 또한 얄미운 마음만큼 커지니 조금이라도 빨리 그 봄을 맞으러 봄이 빨리 찾아온다는 남쪽으로 향할 수밖에 어쩔 도리가 없다 전라도 땅 고흥에 있는 녹동항에서 배편을 이용하여 목..

산행 후기 2019.06.27

백양산에서 (3월)

백양산에서 (3월)@ 일상을 옭아맨 밧줄을 풀어제치고 고산준령高山峻嶺 다양한 산속으로 내닫고 싶어지진 않을 런지 스스럼 없이 만나고 흩어지며 흩어지고 모이는 산이라면 靑山이 어떠한 계절에 따라 반복이 되는 듯한 것처럼 언젠가는 철따라 제 모습도 영생으로 귀의한다는 기대감에 아름다움이 지속되는 생각을 애써 갖게 해 본다 부산진구 당감동 백양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선암사에는 심은 지 이미 오래됐다는 동백나무 군락이 군무를 이루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아침 일찍이 찾아가는 게 발싸심이라 보일 듯 말 듯 보이지 않은 절이라면 과연 어떤 절일까 아파트 단지로 둘러 쌓여있는 도심 뒤편에 과연 이런 산사가 있었을까요즘에야 산사(山寺)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가 아니든가 도심 속에서도 얼마든지 절을 볼 수 있으니 하는 말..

산행 후기 2019.06.27

장산에서 2 (3월)

장산에서 2 시간을 밀고 간솔 바람을 맡으며 산을 오르게 되면 마치 상념에 젖어있는 듯한 경관과 바람소리를 보고 듣는 것 어쩜 인생에 대한 삶의 한 단면을 보게 되는 것이라고나 할까 그저 고독하고 외롭다 그러나 그 길을 반드시 가야만 한다그래서 걷는 이로 하여금은이런 고뇌스런 길을 꼭 따라야만 한다는 것이다바람이 외출하고 없는 여느 날 햇볕은 한가롭기가 그지없다 잠시 거닐어본 야트막한 산길에서 나의 발길을 붙잡는 작은 소란들이 있었으니 언 땅을 뚫고 일어서는 새싹들이다 그야말로 봄 준비에 한창들 이었다 와우! 제비꽃 봐라 제비 꽃 아니 뭐라고 제비꽃이라고 그래 어떻게 생긴 꽃이 제비꽃이란 말인가 제비꽃을 아직 모르고 있었단 말이요 산행을 하는 길에 우연히 나는 꽃 한 송이를 발견하였다한참을 드려다 보고 ..

산행 후기 2019.06.27

지리산에서 2 (3월말)

지리산에서 (3월말) 봄이면 화류동풍花柳東風 벗 삼아 꽃놀이에 들뜨고 아름다운 깊이에 빠져 침묵을 하다보면 어느새 시야는 운치를 일깨우게 됨을 보게된다 일상의 옷을 벗어버리듯 오늘은 산수유를 마중하기로 했다 섬진강 주변은 이미 봄으로 완연하였다 바다를 향해 구비 구비 달려온 물길이 마지막 숨을 고르는 곳 어디서부터 시작된 물줄기일까 가느다란 실개천들이 만나 또한 샛강이 되고산골짜기로부터 시작된 작은 물줄기는 그러듯 큰 강을 이루며 유유히 바다를 향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봄은 이와는 반대로 바다에서 시작이 되어 강을 거슬러 산 능선을 따라 오르며 노랗게 파랗게 북상을 하게 되는 모양새다 앙증맞도록 샛노란 꽃잎들이 온 들과 산을 물들여 놓은 곳 이럴 때 만복대에 잔설이라도 남아 있었다면 노오란 색의 산수유..

산행 후기 2019.06.27

여수 애양원을 가다(6월초)

여수 애양원을 가다(6월초)@ㅡo 산길이나 들길 할 것 없이 모든 길은 구도求道의 길이다찾아가는 길이 나로 하여금 시詩를 쓰게 하고 시詩를 씀으로 시인詩人의 이름을 지키는 일이라고나 할까 그 길이 곧 시詩였고 그것을 읊고 베껴서 시인의 본분을 지킨다는 게 더 정확한 뾰현이라할 것이다 유월달 이달이 보훈의 달이란다 보훈의 달 그 속에 어떤 시詩들이 숨어있을까 유월이 멈춰버린 듯한 가슴 아픈 사건들 굳이 정나라하게 들추지 않더라도 우리는 유월의 상징을 곧잘 기억하고 있다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빚어진 여순반란사건이 그것이며좌파와 우파의 대립으로 인해 무고한 양민들과 기독교인들이 희생된그야말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우리민족의 아픔이요 슬픔이다 손양원 목사님의 숨결이 묻어있는 여수시애양원을 찾아가는 길이다고속도로를 ..

산행 후기 2019.06.27

오산에서 (4월)

용림마을이라는 곳에서 부터 초입을 하는데 순천 용림교회라는 성전도 눈에 들어오고 밀밭과 벚꽃 주위에 마고정(麻姑亭)이라는 정자도 보인다 오산을 오르기 위해 우선 좀 쉬운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중턱 정도의 길까지는 교통수단으로 갈 수 있는 곳이기에 필자는 사성암 폭포를 지나 사성암으로 오르내리는 셔틀버스에 몸을 맡기고 중턱에 있는 그곳에 도착할 수 있게 됐다 사성암은 백제성왕 22년 연기조사가 건립한 암자(庵子)다 통일신라 말 도선주사 이래 고려시대 까지 많은 고승들이 수도처로 왕래가 잦은 곳이라 일러주고 있다 기이하고 괴상하게 생긴 돌이 많아서 소금강이라 한다면 소금강이라고 불렀다는 이곳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리라 아무튼 군데군데 이정표가 잘 세워져 길을 잃어버릴 일은 없겠다 산행을 하다 보면 이곳이 산인..

산행 후기 2019.06.22

마복산에서 2월

허옇게 불은 젖통 꾹꾹 눌러 짜는 듯한 질컥거리는 산, 어머니 젖통 같은 퉁퉁 불은 산이라면 아지랑이 바위도듬도 덩달아 비경인지라 어찌 산을 이것에 만족하다 할 수 있을 런지요 무성한 가지에 열매 없는 산이었다 가난하던 어린 시절 한으로 달래던 고향집 뒷산이 아닌가 어린 시절은 참으로 가난과 무지렁이로 살았었다 비록 가난하였지만 남들과 비교됨의 삶을 살면서도 늘 천둥벌거숭이였으며 승부욕의 끈은 놓지를 않았었다 염불청(念佛聽)산이 있는산 밑 장촌(長村)동리에서 자라오며 산으로 들로나무하고 꼴도 베며 허기진 배를 달래며 살았다 눈만 뜨면 목하目下가 냇가고 뒤쪽은 염불청이라는 산이다 남들처럼 공부도 많이 하고 싶었고 진학도 하고 싶었지만 그런 꿈이란 게 나에게는너무나 먼 이야기였다 우선 밥이라도 제대로 먹고 ..

산행 후기 2019.06.22

와우산에서 2

모처럼 청명한 날씨다그러듯 해운대에서 송정까지봄의 보고를 받기위해 나들이에 나선다미포와 청사포 그리고 구덕포로 이어지는 산행로를 따라걸어가는 이 기쁨이야말로실제 걸어보지 못한 사람은 그 정취를 알길 없다아름다운 쪽빛 바다와 해안 절경을 만나봄으로소중한 기회와 추억을 만들 만한 곳이라 할 수 있다면파도소리 또한 가득한 소나무 숲길과동해안 기찻길 여행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이기에바로, 벚꽃이 활짝 피어있는 삼포길이라 할 것이다요즘에는 장산을 에두른 윗 쪽 방향으로 기찻길이 옮겨졌기 때문에기존에 있던 철길은 철거가 되고 사람들의 발길도 당분간통제시키고 있단다하지만 언젠가는 관광코스로 다시 개발을 한다 하니 와우산부터 시작해 미포 청사포 구덕포 송정역까지다소 먼 길이라 하지만 우선은 산길을 열심히 걸어볼 ..

산행 후기 2019.06.22

인천 계양산에서 1월

계양산에서 靑山이 계절에 따라 초대장을 보내온다 사계절을 보는 듯 느끼는 이에 따라선 생각하는 바가 각기 조금씩 다르다 할 수 있겠지만 계절은 제각기 다 자기의 철이고 계절이라며 산행한 자들을 현혹시키곤 한다 여유의 일환으로 관광버스를 타고 여행을 하다보면 차창 밖으로 전개되는 산야와 마천루 그리고 바다 강 개천 등을 보게 되는데 보는 것으로 하여금 곧잘 즐거움을 만끽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오늘은 모처럼 먼 길을 나서게 됐다 그런데 탑승한 관광객은 모두가 다 자유분방하다 일찍부터 잠자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앞에 켜놓은 TV를 보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이어지는 연속극을 보느라 정신이 없다 이 외에도 수다를 떠는 사람 심지어 독서삼매경에 빠진 사람까지도 눈에 뜨인다 부산시 동래구 동래 지하철역 4번..

산행 후기 2019.06.22

여수 오동도에서 2

"쇠 불도단 김에 패라" 는 말이 있듯이 어쩌다 한 번씩 마음에 작정을 하고 산을 오르기라도 하면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실감 날 때가 있다 어느새 지나온 발길들이 아스라이 뒤로 멀어져가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오늘은 동백꽃에 걸맞은 추위가 발걸음을 급하게 재촉을 한다 동백의 눈물은 뚝뚝 뜨겁게도 붉으나 추위는 아직 수그러들지 않고 기세가 당당하다 비수에 꺾인 목 인양 낭자한 선혈이 치렁치렁한 잎새 사이에서 달랑달랑 위태롭기도 하고 떨어지기도할 것이다 그런데도마음은 봄이다 날씨는 춥지만 입춘이라는 절기가 이미 지난 것이 이런 우리 속내의 반영일지도 모를 일이다 화사로움을 뽐내며 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화신이 그리워 동백아가씨를 찾아 남도의 땅 여수를 찾기로 하였다 요원하다고..

산행 후기 2019.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