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찬 공기가 소매 끝으로 묻어오게 되면 몸이 떨리고 손발은 시리며 가슴은 옥죄여 든다 앙상하게 남은 겨울 나뭇가지 위에나 설화로 뒤덮인 능선 봉우리를 보면서도 계절에 따라 바뀌는 산속의 변화무쌍으로 인한 인간의 삶 같은 모습을 적나라하게 들추어내는 것 같아 한평생 살아온 나의 삶을 되뇌이며 반추하게도 한다 날씨가 참으로 험상궂다 여느 듯 입춘이 지나 봄인가 싶었더니 보란 듯 불어오는 찬 기온에 어깨가 움츠려든다 올 듯 말 듯 오지를 않고 미적미적한 봄이 괜스레 얄밉다 애간장이 탈수록 애틋함도 함께 커지는 법 봄을 기다리는 조급증 또한 얄미운 마음만큼 커지니 조금이라도 빨리 그 봄을 맞으러 봄이 빨리 찾아온다는 남쪽으로 향할 수밖에 어쩔 도리가 없다 전라도 땅 고흥에 있는 녹동항에서 배편을 이용하여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