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암에서 내게는 없는 길누군가 내 몸속에 길을 내며허공 거머쥔 채 떨고 있다출렁거려도 좋을존재만으로도 당당한 출렁다리실루엣처럼 부드러운 물안개느리디느린 걸음으로아슬아슬 즐기는 사람들은 누군가공중에 매달아 놓은 가얏고바람의 손이 튕기면줄은 안개처럼 부드럽게 속삭인다깨고 싶지 않은 꿈길가까스로 깨어나는 물의 표면물 휘감는 안개 자락 잡아당기자쭉 쭈~욱 늘어난다 함께 가자고칭얼칭얼 되감긴다어!어! 어디로, 어디까지,,, 산행 후기 2024.05.31
부산 반여동 벽오동 /8월말 부산시 금정구 금사동 석대다리쪽에서 반여 4동을 좌측으로 끼고 달리는 도시고속도로를 개인적으론 그리 자주 이용하지는 않지만 이따금 씩 편리하다는 이유로 심심찮게 이용하는 편이다 가로수로 심어진 벽오동나무 수십 그루가 가을 채비를 하여 열매껍질을 달고 있는 모습을 보게되는데 늘 고독한 모습이었던 벽오동나무다 요즈음은 가장 다감한 표정으로 친근한 모습을 내보이고 있다 초여름 우윳빛 작은 꽃들이 달릴 때보다 황갈색 열매껍질이 주렁주렁 달린 모양이 더 눈에는 풍성하다 가을이 되면서 암술이 성숙하여 다섯 갈래로 갈라져 생긴 바람개비 같기도 하고 배(舟)같기도 한 껍질 가에는 콩알 같은 열매가 서너 개씩 주렁주렁 달려있기도 하다 엄마 치맛자락을 꽉 잡고 있는 아기 손처럼 열매는 껍질을 꼭 붙들고 있어 잎이 다 .. 산행 후기 2022.06.12
망월산에서 (자귀나무) 7월 어느 시대 어느 곳이나 사람의 친구가 되어 나무가 들어준 낱낱의 슬픔은 얼마나 많을까 나무에 달린 잎들은 그래서 셀 수 없도록 많이 돋아나는 걸까 사람 몸이 숨 쉬는 공기를 위해서도 나무는 소중하지만 금이 가고 상한 우리 마음을 말없이 보듬어 주기에 나무는 고마운 오래된 친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 복천동 고분군을 처음 가보았을 때는 나무의 잎이 진 초겨울쯤 이었다 마른 가지에서 콩꼬투리가 바람에 서걱거리고 있어 자귀나무인 줄 금새 알아보았다 고분군 아래 만들어진 산책길을 따라 유난히 자귀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어 꽃이 필 때는 환한 모습을 보고 싶어해 진다 하지만, 생각은 그때 뿐 도회지 삶이란 습관처럼 늘 지나는 길만 오가며 하루를 여닫기 바빠 그 후로는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올해야 생각이 나서 자.. 산행 후기 2022.06.11
구례 산동마을에서 3월 봄이면 화류동풍花柳東風 벗 삼아 꽃놀이에 들뜨고 아름다운 깊이에 빠져 침묵을 하다보면 어느새 시야는 운치를 일깨우게 됨을 보게된다 일상의 옷을 벗어버리듯 오늘은 산수유를 마중하기로 했다 섬진강 주변은 이미 봄으로 완연하였다 바다를 향해 구비 구비 달려온 물길이 마지막 숨을 고르는 곳 어디서부터 시작된 물줄기일까 가느다란 실개천들이 만나 또한 샛강이 되고 산골짜기로부터 시작된 작은 물줄기는 그러듯 큰 강을 이루며 유유히 바다를 향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봄은 이와는 반대로 바다에서 시작이 되어 강을 거슬러 산 능선을 따라 오르며 노랗게 파랗게 북상을 하게 되는 모양새다 앙증맞도록 샛노란 꽃잎들이 온 들과 산을 물들여 놓은 곳 이럴 때 만복대에 잔설이라도 남아 있었다면 노오란 색의 산수유 꽃잎은 더더욱 빛을.. 산행 후기 2022.06.11
복수초 2월 올겨울은 유난히도 온화한 까닭이었는지, 벌써 개나리와 매화의 화신도 심상찮다 이 꽃들의 들썩임도 선발대에 인사를 하고 나서 와도 올 것이다 겨울과 봄의 인수인계를 제대로 한 화신이라면 역시 뭐니뭐니해도 복수초가 아닐까 싶은데 말다 눈 속에서 복수초 만큼은 봄을 일찍이 느끼는 듯 기온 영향을 가장 먼저 받은 대표적 봄의 전령인 셈이다 나무그늘이나 후미진 곳에서 동장군을 온 몸으로 견뎌내고 노란색 꽃을 대지위로 밀어 올리는 복수초야말로 보는 이로 하여금 환성을 자아 내는듯한 눈의 백미라 할 것이다 엊그제 오후 언제이든가 모처럼의 시간을 내어 별 그리 높지 않은 산을 탈 기회가 있었다 성미 급한 꽃이라 발싸심 바쁘게 눈 속에서 자태를 뽐내는 꽃이거늘 차라리 겨울을 버리고 싶은 따사로움에선지 우듬지가 벌써 쑤~.. 산행 후기 2020.02.03
지리산 둘레 길에서 3월 전북 남원시 운봉읍 서천리와 주천면 장안리를 잇는 지리산 둘레길 14.7㎞를 걷는다 운봉고원의 너른 들을 가르는 제방길과 구룡치라는 고개 사이로 여러 시골 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장정들의 걸음으로 4시간 정도 걸린다는데 충분히 여흥을 즐기며 걷노라면 넉넉잡고 5시간 정도 걸린단다 오전 10시에 운봉에서 출발을 한다 첫 걸음은 언제나 막연하다 그러나 시작이 반 이라는 말이 있질 않는가 갈림길마다 코스를 알리는 표시목이 세워져 있어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없을것 같다 운봉에서 주천으로 가는 길이라면 검은색 화살표를 밟고 반대 방향이라면 붉은색 화살표를 따라가면 된다 걷는 내내 지리산을 쳐다보며 밑길을 통행하게 된다 그렇게 친절한 표시목만 믿으며 게으름을 부리는 사이 일행들로부터 뒤처졌다 어차피 중간중간 길 위에.. 산행 후기 2019.12.06
김해 김수로 왕능에서 11월 교정편- 지난겨울 숲길을 같이 걷던 한 시인에게서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 이야기를 들었다 시인은 오랜만에 만난 은사 시인님과 나무 밑에서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고 생각된다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도토리가 툭 떨어지는 거야 그 소리 하,,, 말문이 닫히더라 두 사람 사이로 떨어진 도토리가 불러온 침묵 먼 곳에서 온 떨림이 얼핏 보이는가 들리는가 했다 경남 김해시 서상동에 있는 수로왕릉 후원림 속에 큰 상수리나무들이 있다고 하여 찾아갔다 엄밀히 말하자면 여행삼아 들렀지만 말다 가락국의 시조이며 김해 김씨의 시조인 김수로왕이 묻힌 원형 토분이 있는 이곳은 김해 유적지의 상징적인 곳이다 김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소풍과 백일장 그리고 사생대회를 하며 이곳에서 뛰어놀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거다 이 왕릉은 고.. 산행 후기 2019.12.01
호두나무 7월 호두나무 -교정편- 만물이 문을 활짝 열어 (열음) 여름인가 여름세상은 이토록 환하다 나지막한 지붕들이 이마를 맞댄 내 어린 날의 뒷골에서는 여름이 오면 집집마다 문을 시원하게 열어 한층 살가웠다 바람이 잘 드나들라고 창의 문짝을 아예 떼어내기도 했다 그때 툭 열린 통로를 타고 방안으로 와락 들어오던 게 햇빛과 바람뿐이었을까 환하게 밖과 소통하는 안을 반쯤만 가린 문 발이 바람을 적당히 받아드렸다 사람도 여름 땡볕에서 적당히 일하며 땀을 흘려야 겨울이 되어서도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봄꽃이 진 자리서 연하게 올라오는 나무 열매도 이렇듯 여름볕에 뜨겁게 익혀야 맛이 든다 나는 시골 출신이라 과일들이 나무에서 익어가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자랐다 포장해 나온 상품들처럼 진열되어 있는 도시의 .. 산행 후기 2019.12.01
해운대 대천공원에서 8월 때늦은 무더위가 맹위를 떨친다 첨벙거리는 물소리가 무척 반갑게만 느껴지는 계절이다 계곡에 물을 찾아 산을 오르는 산행에 있어서도 숲이 우거진 그늘을 끼고 오른다 할 수 있겠지만 능선 쪽 보다는 계곡 쪽으로 치우쳐 지나는 게 더위를 피한 순리이며 자연의 현상이 아닌가 싶어진다 계곡을 찾아가 손과 발을 물속에 담글 수 만 있다면 바람소리는 물론 물소리와 산새 소리까지도 진정 참다운 나의 벗이 되어줄 것만도 같은데... 그야말로 생각만 해도 기분이 상쾌하지 않은가 휴가와 여행의 계절에는 지친 몸의 피로를 덜기 위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 마음에 구미가 당겨지는 계절이다 그렇지만 지친 몸뚱어리를 움직인다는 게 그리 말처럼 쉽지는 않은 일이어서 조금은 주춤주춤 거려지는 게 사실이다 생각이 머문 자리에 망설임을.. 산행 후기 2019.12.01
버짐나무 (회동동에서) 8월 -교정편- 플라타너스로 더 익숙해진 나무가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이름은 버짐나무다 나무껍질이 퍼즐 조각처럼 떨어지며 더불어 하얀색 녹색 회갈색으로 속살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 모습이 바로 먹을 것이 없어 못 먹고 자라던 옛 시절에 아이들 살갗에 핀 버짐 같다고 하여 시쳇말로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어떤 이는 지저분하다고 이 버짐이란 이름을 싫어하기도 한다는데 여러 날 우리의 이웃 중 하나였던 가로수 이름하여 플라타너스로 아니면 버짐나무로 그저 이름에 많은 정이 가곤 한다 버짐나무가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와 심어진 때 한 일 합방의 해 1909년 이후 일제 강점기와 맛물려 우리나라 가로수 조성사업을 하기 시작 하면서부터란다 그런데 이 나무가 해방 후 전쟁과 혼란을 우리 사람들과 함께 지낸 힘든 생활의 땟물이 묻.. 산행 후기 2019.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