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후기 51

자리산 피아골에서 (11월)

지리산 피아골 (11월초)@ 땅에 열기를 식혀주던 녹음 짙은 산, 한 때 출렁이던 초록빛은 그 어느새 오간데 없고 붉디붉다 더 이상 붉을 수없는 지쳐버린 산으로 변해있었다 산자락 푸른 나무들이 황금 옷으로 갈아입고 명상이나 하듯 누구를 위해 저토록 애타게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가을 산의 정취는 뭐니뭐니해도 단풍인데 그 단풍이 설악산 바위벼랑 나무로부터 피어올라 온 계곡을 붉게 물들이며 산하의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었을 게다 전국이 단풍의 명산인 우리나라에서는 어딘들 아름답지 않으랴만 단풍 명소를 굳이 손꼽아 본다면 북부권에서는 설악산과 오대산이 현란하고 중부권에서는 속리산 주왕산 등이 황홀하다 단풍이 11월 중순까지 지속되는 남부권에서는 내장산과 백암산이 단연 으뜸이다 물론 단풍이..

산행 후기 2019.06.27

팔영산에서 3 (9월)

팔영산에서 3 (9월) 옛날부터 내려온 신화라든지 혹은 전설이라든지 산들의 이름을 지어 부를 때는 대게 그 산의 생김새나 주변의 지명 그리고 산세에서 유래한 무엇인 게 많다할 수 있지만 때로는 봉우리 개수나 계곡의 형태로 이름을 붙인 것이 다반사고별 고민 없는 작명인 것 같은 장면이라 하겠지만 단번에 산의 모양새를 가늠케 한다는 점에서는오히려 명석하다는 생각도 들 때가 있는 것이라, 제가 찾은 전라남도 고흥에 위치한 팔영산(八影山·608m)도이 범주에 드는 산이라 하고 싶다팔영산은 봉우리산 중에서도 바위봉우리의 조망과 암능 타는 재미 또한 산을 타는 자들의 첫 손이 꼽힐 정도라거기에다 제1봉에서 8봉으로 가는 협로 내내 보이는 다도해가 은빛 실루엣 같은 것 장관을 이룬다 하여 장관 그 자체가 백미라 할 ..

산행 후기 2019.06.27

소록도에서 (6월)

소록도에서(6월중순)@ 이곳에는 시詩가 아닌 게 하나도 없다물론 산이라고 굳이 말할 수는 없겠지만온 우주가 다 시詩라고 생각을 하게 되듯이바람을 비롯하여 흐르는 바닷물과 각종꽃나무들이 사철의 이파리와 낙엽으로어느 것 하나 시詩가 아닌 게 없으리만큼다 시詩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이런 한이 서린 시詩들을 하나 둘 낱낱이 읊어볼 생각이다한센병(문둥병) 환자들의 아픔이 서린 소록도 약 111만평 정도의 크기로 예전에는 녹동항에서 600m 거리를 배를 타고 들어갔다고 한다. 최근에야 연륙교가 개통되어 누구나 손쉽게 왕래할 수 있게 되었다.예전 운항선이래야 겨우 바지선 모양의 여객선이었는데 타고 내리는 시간은 고작 5~6분정도 소요 됐다고 한다. 하지만 그 작은 소요시간마저 자유로울 수 없었던 환자들과 그 가족..

산행 후기 2019.06.27

나로도에서 (12월)

나로도에서(12월)@ 골짜기마다 능선마다 살아서도 여기에 있고 죽어서도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이라면 청산이 나를 불러 산이 되라 할 것이다 그 곳이 곧 청산이라면 내가 가지 말아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전라남도 고흥군 봉래면에 위치한 외나로도 땅 봉래산을 찾아서 부산에서 하루 만에 다녀오려면 발싸심 빠르게 서둘러야 한다부산에서 고흥까지만 해도 약 4시간정도 걸리기 때문에당일로 바다주변과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기에는아무래도 빡빡한 시간이 걸릴 것이 뻔한 사실이기에아침 일찍 길을 나서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해 소설 (조정래) “태백산맥”의 고향순천인터체인지를 내려 다시 벌교를 경유하면보성과 고흥을 가르는 삼거리가 나오는데그곳에서 좌회전을 하여 길을 열면 고흥읍까지 갈 수 있다외줄기 차..

산행 후기 2019.06.27

토함산에서 (수정편) 11월

토함산에서 산 5악의 하나로 다들 알고 있다시피 경주토함산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역사책에서 보았든 아니면 탐방을 통하거나 산행을 하여 알게 되었든 산 이름 정도는 어느 누구나 다 알고 있을 터 굳이 산세를 말한다면 우리나라 그 어떤 산과도 비겨 가히 손색이 없을만한 유명한 산이다 나도 두어 번 가보긴 하였지만 실제로 산세가 수려하고 육송이 낙락장송인데다 오르는 산길이 우리네 인생사처럼 구절구절 구절양장인 게 비알이 적당이 높아 그야말로 운치도 딱, 마치 역사를 말해주는 것처럼 운운이 감돌았다 혹여 가보지 못한 코스라면 정하듯 날짜를 잡아 타보지 못했다는 궁금증을 한방에 날려보기 바란다 우리나라 땅이 좁은 것 같지만 미처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진정한 산 꾼들도 이곳을 제대로 찾았다는 ..

산행 후기 2019.06.27

부안 내소사를 찾아서(10월)

내소사를 찾아서(10월)@ 소문은 겉만 보고 판단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간의 손길에 훼손된 산이나 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멀리하려 한 경향이 있다그래서 전북 부안지역의 오염되지 않은 최고의 경관과 문화유적 등 너럭바위의 대명사로 알려진 아름다움을 보기위해 발길을 재촉해 보았다새만금도 옛말이든가차를 타고 지나는 길에 구경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요즘사 산꾼과 관광객들이 이곳을 괜스레 홀대를 한단다이번 산야를 다시 한번 볼 겸 문학기행에 대한 이해도 넓혀 볼 참이다꼬불꼬불 이어진 포장도로에서 가슴 한 켠 안타까움이 인다다름 아닌 바로 협로를 보기 때문인데역설적으로는 또한 다른 생각도 든다풋풋한 나무와 풀 그리고바다생물들을 보듬고 있었다는 점이다신석정 문학관을 보기 위함이요..

산행 후기 2019.06.27

팔영산에서 2,,,5월

팔영산에서 2 일상의 옷을 벗어버리듯 산과 숲은 언제나 친구가 되고 한결같은 숨결로 마음을 열고나면 싱그러운 품속에 안기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음의 고향 같은 어머니 품속 같은 산이기에 늘 동경하는 산이다 정중동으로 서있는 팔영산을 찾기 전 남양면 선정마을에 들어가 갯벌부터 만나보기로 하자 우선 오래된 나무들로 숲을 이룬 이곳은 이팝나무와 사철나무들이 즐비하게 심어져있는데모두들 백년이 넘은 나무들이라고 한다물론 나무도 나무라지만 뭐니뭐니 해도 킾 포인트라면 역시 꼬막을 잡는 뻘 배의 행렬이다 갯벌이 은회색으로 빛나는 오후 서너 시 경 부터는 아낙네들이 채취한 꼬막을 가득이 실은 뻘 배가 들어온다 나른한 봄날 오후를 등에지고 돌아오는 뻘 배들이야말로 봄을 밀고 오는 듯갯마을 아낙들의 삶을 힘겹게 싣고..

산행 후기 2019.06.27

와우산에서 2 (4월)

모처럼 청명한 날씨다 그러듯 해운대에서 송정까지 봄의 보고를 받기위해 나들이에 나선다 미포와 청사포 그리고 구덕포로 이어지는 산행로를 따라 걸어가는 이 기쁨이야말로 실제 걸어보지 못한 사람은 그 정취를 알길 없다 아름다운 쪽빛 바다와 해안 절경을 만나봄으로 소중한 기회와 추억을 만들 만한 곳이라 할 수 있다면 파도소리 또한 가득한 소나무 숲길과 동해안 기찻길 여행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이기에 바로,벚꽃이 활짝 피어있는 삼포길이라 할 것이다 요즘에는 장산을 에두른 윗 쪽 방향으로 기찻길이 옮겨졌기 때문에 기존에 있던 철길은 철거가 되고 사람들의 발길도 당분간 통제시키고 있단다 하지만 언젠가는 관광코스로 다시 개발을 한다 하니 와우산부터 시작해 미포 청사포 구덕포 송정역까지 다소 먼 길이라 하지만 우선..

산행 후기 2019.06.27

와우산에서(2월)

와우산에서 1 사람들은 이따금씩 흔한 질문을 한다아니, 산에는 왜 자꾸 힘들게 오르는 거야?그러면 저는 서슴없이 외치듯 이렇게 답을 하곤 한다"길을 찾으러 산에 간다 길 찾으러"그 길에는 인생이 있고 삶의 모습들이 있으며어우러지듯 시詩가 숨어있어서 더욱 그렇다고나 할까그러기에 오늘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도 산행을 감행키로 한다 토닥토닥 우산을 두드리는 는개비는 겨울비인가 봄비인가 하고 가늠 못할 달맞이 길을 따라 걷는데 분명 꽃은 보이지 않으나 어디서인지 모를 짙은 꽃향기가 나의 몸 주위를 에워 두르고 있다 향기 속으로 어디서 왔는지 모를 행복감이 마구 밀려든다 조금을 더 걸어가다 보니 하얗게 쌓인 지붕처럼 꽃이 핀 매화나무 한 그루가 그제야 내 눈 앞에 보인다 입구를 지난 산 중턱에 2월의 매운바람을..

산행 후기 2019.06.27

장산에서 (2월)---ㅇ

어느듯 따스한 기운이 바짝 옆에 다가온 느낌이다 한두 번쯤 꽃샘추위가 남아 있겠지만 봄의 기미를 가만히 앉아서 맞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야말로 봄이 얼 만큼 왔나 궁금해지는 마음이다 나무들 가지에 발그레 물오르고 거무튀튀한 껍질 열리며 연둣빛 길이 시작되는 기적 해마다 봄이 불쑥 들어온 것을 보는 그 첫날을 위해 나는 몇 번이라도 길마중을 나갈 것이다 해운대에서 오르는 장산의 봄, 기미는 아직 미세하다 시치미를 떼는 듯 나무들은 여전히 퇴색한 겨울 빛으로 서있지만 몸을 구부려 자세히 바라다보면 여기저기 눈이 부풀어 오르고 봄 채비하는 기별들로 여간 분주하지 않음을 보게된다 낮에는 햇볕을 밤에는 달빛을 이마에 맞고 선 정중동의 산은 나도 모르는 사이 발치 산기슭에서 먼 곳까지 움 트려고 하는 크고 작은 나..

산행 후기 2019.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