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무게 5 어디서 찾을 것도 같은데 신기루란 말이던가 보일 듯 보이지 않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세월 흐릿한 눈으로 아쉬운 듯 하늘만 바라본다 일기장 같은 목록의 글 누군가에 의해 지워졌는지 덧없는 모습 눈에서 어른거린다 오래된 기억 되돌아보기엔 때늦은 느낌 나를 멀리하려는 기억들 머리가 온통 혼돈스럽고 복잡해지는 어느 날, 그래도 아직은 청춘인 양 장엄한 노을 붉은 향기처럼 따뜻한 추억 그만큼만 낱낱이 걸린 채 젊음이 남아있다 2020 제 5집 2021.01.17
그러려니 5 여로의 길목을 지날 때 맘에 합한 자 얼마나 있으랴 내 인 들이야 남의 마음에 어찌 다 맞추며 살아질까 들어야 할 말들 칭찬만 들을 수 있을 런지 내 입에서 나온 말로 남에게는 상처는 주지 않을 런지 세상이 내 마음 알아서 챙기랴 옆에 있던 사람도 멀어지고 멀리 있던 사람도 가까워질 수 있으니 그러려니 하면서 사는 수밖에 그저 그러려니 하자 2020 제 5집 2021.01.17
더불어 5 인생이 별거라 생각지 말자 잠자기 전이나 잠 깬 오늘이나 아니면 또다시 잠든 후에도 흥미가 있으면 얼마나 있겠어 체험하지 못한 것 익히고 살면 힘 되는 것 가파른 비알 길 오르다 보면 편히 숨 고르는 시간도 오고 내리막의 기쁨도 오니 그런 게 다 우리네 인생이지 더불어 생을 꾸리는 게 삶이지 홀로 만지작만지작할 수 없는 거 더불어 의지하고 살다 보면 내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이웃에게 전해지며 그 이유 역시 내 삶이라면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거 아닌가 2020 제 5집 2021.01.17
어려울 때 때로는 아픔 고뇌 한숨이 강물 고이듯 번뇌로 잦아들지요 방황은 해답이 아님을 알면서도 모두가 무지개 찾아 헤매듯 달콤한 꿀에 코를 박고 눈물 흘리는 모습들이라니 미소로 마음을 토닥여 봅니다 어제는 온통 잿빛하늘에 마른 흙바람만 휘날렸지요 오늘은 태양이 맑고 쾌청하여 상한 당신의 영혼을 어루만지며 위로할 것입니다 잃었던 꿈 다시 찾아 생기발랄한 덧뵈기춤 추면서 왔던 길 되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가다보면 웃음꽃 만발한 좋은 세상이 올 것입니다 한 무리의 새떼와 함께 창공을 박차고 날아봅시다 2020 제 5집 2021.01.17
내소사에서 5 저 묵묵한 산 그림자 푸르름은 홀연히 마른 몸 풀어 내리고 지친 생의 속박 벗어나 순명順命에 거역할 수 없는 시린 영혼을 사른다 고행의 가을 산에서 훨훨 떨치고 가는 소멸의 시간 속으로 옮겨붙은 불꽃 장엄한 내소사에 *홍안들이 능선과 산길 오르내리며 *제행무상諸行無常 법칙으로 심연의 슬픔 태우듯 산불로 번져가고 광배光背 꽃 눈부신 산화 병든 영혼 불사르며 손짓하는 비갈碑碣로 앉아 윤회의 수레바퀴를 타고 생성生成하는 우주 속에 입적하는 가을 산이여 *젊어 혈색이 좋은 얼굴 *삼라만상이 늘 그 모습대로 있지 않고 변함 2020 제 5집 2021.01.17
12월의 결산 5 어디 있을 것 같은데, 번쩍이는 눈 몇 번 굴러보고 아쉬움에 하늘을 쳐다본다 소중한 기록들 어디론가 날아가 누군가에게 갇힌 노예가 되어 피 흘리는 모습으로 어른거려 든다 지울 수 없는 비밀스러운 삶의 기록 찾기에 너무 늦어버린 것들 비로소 나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에 머리에서 번개가 치고 나를 향하여듯 부르짖는다 차라리 잘되었지 뭐 결산 앞두고 중간에 한 번 바닥 쳤으니 늦었어도 새 마음으로 다시 쓰랴 세월이 노여워 몇 살이냐 물으면 이제 초등학생이라 하지 뭐 장엄한 노을 붉은 향연 자비가 서산에 걸린 해 만큼 남았어 2020 제 5집 2021.01.17
겨울나무의 온유 5 그는 말이 없습니다 바람이 붙잡고 소리치며 흔들어도 허공에 온몸 스치는 바람의 비명뿐 가지 꺾이고 핏빛 발부리 드러나도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시린 날 나뭇잎 다 지고 벌거벗은 겨울 강 건너 봄이 다시 찾아들면 더 푸른 잎으로 팔랑일 것입니다 그는 알고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입은 많은 상처도 시간이 흐르면 일어나는 소중한 삶이 검붉은 등걸이 된다는 것 그는 하늘 향해 빈 팔 벌리고 있습니다 새 깃들이고 다람쥐 뛰노는 시원한 그늘 주는 더 큰 온유를 위해 2020 제 5집 2021.01.17
호접란 그대의 숨겨진 웃음 벌어진 설레임 훤칠한 키에 가느다란 몸매가 새 파란 듯 속 파 헤비는 비밀스런 노래였구나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지루함 없이 동행하는 막힘이 없는 소통 둘도 없는 궁합에 싱싱한 매력이 가슴에 아려온다 그리움을 동반한 파도가 몰려온다 몸서리치게 2020 제 5집 2021.01.17
푸른 생각 5 내 겉모습 어느새빛바랜 갈대를 닮아가는데마음은 질퍽한 삶에 뿌리내리고아직은 살아 있노라고바람에 흔들리며 푸른 잎을 뿜어 댄다 산다는 것은그렇게 푸른 생각을 키워내는 것인지 마음 녹슬어 생각을 멈추면몸은 저 어둠에 쓰러지리라 희망은 푸른 생각 속에 있다그대는 마음껏 꿈을 꾸어라아무도 빼앗지 못한푸름으로 영원하리라 2020 제 5집 2021.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