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랑 140

식탁에 앉아서

내 그릇은 늘 당신이 원하지 않는 것들로 채워집니다 비우고 다시 채우려하지만 언제나 나의 것들 뿐 당신을 위한 진미가 아니었습니다 맑은 물 가득하여 흔들면 생수가 넘치고 새벽이슬로 내리는 신선한 만나로 심령이 가난한 자의 만찬에 놓여지는 그릇이고 싶습니다 그보다 더 원하옵기는 영원의 임재 앞에서 거룩한 향유로 피어오르고 싶습니다

한사랑 2019.11.29

작은 사슴

소록도- 슬픈 사슴 한 마리짙푸른 바다에 누어있다피맺힌 목구멍으로 에도는섬의 노래가 물안개 되고광명 없는 땅 솟아하늘에다 주먹질 한다밤 되면 별로 쏟아지는그리운 얼굴들껴안을 손가락도 없고바라보는 눈빛도 없어일렁이는 거울늘 바람에 깨어지며침실을 차지한 외계인 나날이 나날들이 살쪄만 가는데조약돌에 시나브로죄인인가 싶어 세월을 벗긴다 아! 부르짖고 깨물어도대답 없는 억겁 세월이 괴로움 다 씻어버리고큰 물결 밀려오면나 일어나 흰 구름 타고그대에게로 달려가리라

한사랑 2019.11.29

일용 양식

일용할 양식 주여 오늘 하루분량의 햇볕을 주소서 하루분량의 산소와 공기를 주시고 마실 물과 먹을 양식을 주소서 삶의 위험에서 지켜주시는 하루분량의 은혜주시고 넘어졌을 때 하루분의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누군가를 위해 하루분의 기도를 하고 누군가를 위해 하루분의 복된 소식과 선행을 베풀며 주님을 영화롭게 하소서 많은 돈 필요 없습니다 돈 때문에 아귀다툼하는 사람들에게 주시고 제게는 하루분의 자동차 기름을 주소서 몸뚱어리에 치장하는 다이아몬드나 반지 황금목걸이 따위는 가당치 않습니다 오늘하루 건강한 몸 주셔서 잘 걸을 수 있는 하루분의 힘을 주시고 하루만큼의 지혜를 주셔서 내게 맡겨진 일 감당하게 하소서 만물의 주인이신 아버지여 당신 품에 안길 때까지 이 땅에서 노숙자로 살아가는 것이 나의 일용할 양식입니다

한사랑 2019.11.29

추억의 그림

밤은 보석으로 빛나고아침은 소망으로 빛난다저녁은 석양으로 영화로운데더러는 비바람에 망가진 것들말하고 노래하는 가을빛으로너의 그림에다 덧칠을 해본다 불평 씻어 낸 후감사의 초록색 입히고미움 닦아낸 자리에는용서의 빨강색 진하게 바른다 저 길에 눞고 자는 바람사랑의 색깔로 덮어보면하늘 구름 땅온통 노오란 사랑의 색,그대 가슴에살아있는 말들로 색칠을 해본다 가을을 위하여잃어버린 낙원의 영광을 위하여

한사랑 2019.11.29

마음

나는 귀가 세게들리지 않는 귀 따라나의 세계로 간다나는 눈이 세게숨어 있는 눈으로땅 끝 하늘 끝 우주를 본다 나는 날마다 허락도 없이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그대 소리만 듣고그대 마음만 보고영혼에 들락거리려 하여보이지 않는 귀와 눈 씻는다 빛으로 씻으면 빛이 되고사랑으로 씻으면 사랑이 된다 내 귀와 눈은 사닥다리 비행기호수 바다와 하늘사랑하는 갈대는 마음이밖에 걸리어 있다

한사랑 2019.11.29

축복

그대는 하나님 영광이었습니다 당신을 통해 인내를 알았고기다림을 배웠습니다잃어버린 웃음 뒤안에서외로움과 고독 속에 사는 법도 알았지요 그대는 나의 삶에행운이었습니다무지개를 바라보고 달려갔고해는 어떻게 뜨는지밤은 얼마나 깊은지슬픔의 동굴에도 가보았습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그대 숨결은 들리지 않아도그림자는 여기에 있습니다발자국소리는 어제 인 듯 새롭고영혼은 가슴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이 땅 나그넷길에그대는 하나님이 주신 축복입니다.

한사랑 2019.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