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랑 140

노약자 지정석

겨울 새벽 전동 첫차 낡아 닳은 포대 자루 구겨져 있는 몸짓이 *칠호선 쯤 의자에 앉아 *시속 십만 칠천 킬로미터로 날아가고 있다 출입문 곁 노약자 지정석 바늘처럼 찔러오는 냉기가 검은 외투 깊이 눌러쓴 모자 속으로 문이 열릴 때마다 가슴 후벼파고 퍼 담아도 자꾸만 빠져나가 채울 수 없는 빈 마음으로 천지 사방 휘돌아다니던 저 바람 세월의 강에 떠내려가다 환승할 횟수 지나고 잠시 후 종착역 심장의 종이 울리면 저 세상으로 보내질 택배 노약자 지정석 그 마지막 자리 새벽에도 해가 지고별이 뜬다 *칠호선-70대 *시속 십만 칠천 킬로-태양을 도는 지구 자전 속도

한사랑 2019.11.11

빛의 옷

비단보다 더 고운 옷 입었다입어도 때 묻지 않고낡아지지 않는 영광의 옷벗고 또 벗고이기와 탐욕으로 찌든 육신의 옷씻어도 씻어지지 않는거북등 같은 껍질 벗겨내고갈보리 십자가벌거벗은 몸에서 흘린 피로 입은거듭난 생명수천의 알갱이 모아 엮어낸 광선은혜의 바다에서 길어 올린사랑과 자비로봄날 물안개처럼빛으로 덮으시는 가난한 영혼주여 보시기에 참 좋구나말씀하여 주소서주님의 의로 빛나는 나의 눈부심

한사랑 2019.11.11

기도하는 사람

기도하는 사람은늘 항상 하나님 만나니근심 걱정이 없어지고지경 넓히는 소원 이룬 야베스처럼주님이 그를 존귀한 자라 부르네기도하는 사람은눈물로 통곡하고 아들 얻은 한나처럼주님이 축복의 문 여시네회개한 자는 존귀한 자주님보혈에 순백으로 씻어진 영혼신령한 말씀 따르고그 약속 마음에 두는 자주님은 그를 친구라 부르네기도는 하나님의 손을 잡는 것주님과 동행하는 애녹처럼그 얼굴 광채로 빛나고삶의 거룩함 여울져 흐르네기도하는 사람 영에 속하여서세상이 그를 보지 못 하네

한사랑 2019.11.10

내 안에 당신

내 안에 당신은 너무 작습니다내 소리는 당당한데당신 목소리는 어디 있습니까힘이 센 나를 보고당신의 눈에는이슬이 맺혀있습니다나는 당신을 숨겨두고사람에게 보여주지 않습니다어려운 일 생기면 살려 달라염치없게 눈물까지 보이며읍소하며 당신을 찾습니다사람들은 그 흔한 목소리로손가락에 낀 교만을 자랑하는데당신은 멸시를 받고 그렇게 기다립니다내 안에 계신 왕이시여왕관을 쓰소서위엄을 입으소서나는 당신의 초랭이가 되어언제쯤 찬양을 올릴까요

한사랑 2019.11.10

아사셀염소

아사셀염소-한사랑 이 땅 모든 죄 짊어지고아사셀염소 광야로 갔네풀도 없고 물도 없는황량한 광야에 버림받아사나운 짐승에 찢기는고통의 땅에서 죽었네캄캄한 저주 홀로 다 겪고우리대신해서 고난당하신왕의 왕 나의구주동에서 서가 먼 것이거늘우리의 죄와 고통 옮기시고기쁨 주시려 슬픔을 지셨네생명 주시려 목숨을 버렸으며피 흘려 영원한 구속이루시었네천지 지으신 창조주하나님 야훼여만왕의왕 우리 생명의 구주여경배와 찬양을 받으소서오직 당신만이 우리의 목자영원히 영광을 받으실나의 주 나의하나님레; 16장 아사셀

한사랑 2019.11.10

더하기 빼기

너는 할 수 있느냐 더하기 빼기비대해진 몸 살 빼기마른 몸 살찌우기마음 살 더하기빼기는 더 힘들어무릎 꿇고 엎드려 가슴도 치지무거운 욕심 한 덩이단단하고 기름진 고집 한 덩이들이킨 분노 한 컵깊이 숨어있는 원망과 미움 한 점이제는 멀리 가버린 사람그래도 마음에서 빼낼 수 없는 이름까지상처와 옹이 덮은 무성한 나무처럼하늘에 햇살 받아새해에는 날마다 사랑 더하기눈물 한 방울 흘리고 용서 하나 더하기책갈피처럼 가슴에 꼽는감사 하나 더하기

한사랑 2019.11.10

검정비닐의 고백

검정비닐의 고백-한사랑 비록 내 모습 검다하여도 마음은 비단이랍니다 쓰레기 오물에도 가슴 열고 흙 묻고 생선비린내 결코 외면하지 않습니다 지체 높은 하얀 얼굴이거나 꽃무늬 반짝이는 아름다운 가인처럼 호사는 아니어도 나는 내 일을 한답니다 그리 태어났어도 이 땅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감사하지요 오늘도 작은 것 담아 그대 손잡고 갑니다 가난한 것 초라한 것 대신 품고 부끄러움을 가리워 드립니다 훗날 미련 없이 버림받는다 해도 그것이 나의 진실을 모르는 까닭이니까요

한사랑 2019.11.10

그대 길 잃었을 때는 오라 겨울 산으로봄여름 보이지 않던 길거기 나뭇잎지고 벌거벗은 채 서있는나무사이로 길이 보인다그대 노래를 잃었을 때는오라 아직 봄이 보이지 않는 계곡으로두꺼운 얼음 밑 돌 사이로흐르는 물의 노래가 들린다그대가 누구인지 모를 때는오라 가을 산으로높은 하늘아래 나무들마다빨갛게 노랗게 자기 옷 입고그가 누구인지 새파랗게 말하고 있다

한사랑 2019.11.10

노아처럼/한재민

산위에서 처음 그는 배를 지었네 베고 깍는 대패 톱없어 백년이 넘었던가 비바람 구경 한적 없어 빗물에 세상 떠내려간다는 그말씀 믿고 마지마날 배에오른자 가족밖에없었네 보이지않는 대배 톱들고 나도 방주를짓는다네 말씀으로 마음 깍고 대질하여 기둥 하나 세우니 한 세월 다 가네 돌보다 굳고 사악한양심 이제 불바다 온다 해도 단지 몇 영혼 구원 얻으리 그래도 숨쉬는 동안 나는 방주를 지으라 빠르게 지나가는 짪은 삶 하나 밖에 없는 구원의 길목에서

한사랑 2019.11.10

감사의 집으로 가자

즐겁지 아니해도 기쁘게 살자 마음먹고사막을 지나 감사의 문으로 들어 갔네높고 낮은 산들은 멀리 발아래 보이고푸른 들엔 강물이 흐르네불평의 소리는 희미해지는데위를 바라보니 기쁨의노래 들려오고사랑의 빛들 춤추는 잔치가 열리네어둠은 찾을 수 없고영혼의 소리 들려오는 사랑나무 아래행복의 잎사귀 봄바람처럼 사쁜거리네친구여우리 감사의집으로 가자붉은 핏속에 숨어있는미움과 탐욕 쓸어낸 뒤감사의 문패를 달고감사의 집에서 살자용서와 섬김 가슴에 담고인자한 주님의 음성 가득한 감사의 집

한사랑 2019.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