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랑 140

파도

그럴 줄 알면서 끊임없이 달려와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는 멈출 줄 모르는 영혼의 시작은 어디인가 깊은 가슴 어디 불사의 심장을 달고 달리고 달려와 허무의 거품으로 사라지는 메마른 가슴에 전하는 소식 일어나라 그리고 또 일어나라 하늘 끝 어디서 바람은 불어오고 구석구석 고운 햇살로 떠오르는 아침 태양 밤 하늘 별들은 그대 위에 잠 못 이루는데 이 외침 전하는 파도처럼 바닷가 저 바위 부딪치고 깨어진 모래밭에 훗날 삶에 지친 누구 왔다가 반짝이는 모래알과 조용히 속삭이는 물결에 또다시 일어선다는 것을 몇 번이나 꺾이고 솟아올랐는지 천만번의 추락으로 울려오는 외마디소리 가득한 자리에서 그대여 파도처럼 하얗게 웃으며 일어나자

한사랑 2021.02.14

새해의 염원

이 아침 의연히 솟아오른 동녘 햇살에 물든 하늘과 땅처럼 님의 말씀 소망이 되어 내 가슴 갈릴리 포도주로 붉게 물들게 하소서 자신을 불태워 온 땅을 밝히듯 이천이십삼년이 다 가도록 삶도 불태워 누군가를 위해 타오르게 하소서 푸른 것은 더 푸르게 붉은 것은 더 붉게 타오른 것들은 더 뜨겁게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심장으로 시간이 흐르고 인생은 저물어 가도 추억은 나이를 먹지 않은 것 다 이루지 못한 꿈 일지라도 언제나 처음처럼 오직 그것만이 가야 할 우리의 길 구름 낀 하늘 풍랑의 바다도 두려움 없으리 1월

한사랑 2021.01.01

낙엽 1

헤어져야 한다면 시작보다 더 화려한 모습으로 가려 합니다 그래도 잊으려 한다면 스치는 바람 따라 그대 창문 두드리며 지난날 잊었느냐 묻겠습니다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나 나를 찾으시면 호젓한 나무 아래서 기다리겠습니다 부디 잊지만 않는다면 나는 그대 사색의 책갈피가 되어 하루씩 넘기는 삶의 갈피 갈피마다 말없이 기도할 터입니다 이별 없는 가을을 위하여 11월

한사랑 2020.10.01

기도

감히 그래도 되겠다하기에 언제나 열어두신 나라에 무릎 꿇고 들어가 고요히 그 이름 부릅니다 무엇을 구함이 아니라 받은 게 너무 크고 많아서 무엇을 드리려 함이오니 임 향한 사랑도 바닷물같이 출렁이는 감사도 켜켜이 쌓여있는 성안에는 세상에 없는 향취도 가득한데 시간도 당신 것 물질도 당신 것 목숨까지도 주신 것을, 하오니 주여 이제 땅에 있는 동안 일용할 양식마저 구하지 아니 하렵니다 다만 나의 귀를 드리고 피로 씻어 인치신 마음 드립니다 천번만번 드리면 다 마르도록 퍼내어 마지막 나의마음 모두 당신께로 가 내게는 나의 마음이 없어 지리이다

한사랑 2020.10.01

건물주

우주공간에 하늘을 펴고 공중에 큰 별 작은 별 메달았네 바다가 있는 별에 그림같이 떠있는 작은 섬들 겨울의 산과 들은 눈으로 하얗게 덮고 바람은 별을 감싸 안고 노래하네 건물주는 어둠속에 안식을 주고 낮에는 빛나는 태양 속에서 땀흐려 살라하네 한참을 살았네 가진 게 없는 나에게 우리 건물주는 아직도 이 아름다운 별에서 살라하네 공과금 전월세 관리비 없이 이 빛나는 별에서 감사하며 살라하네 행복하게 살다 오라하네

한사랑 2020.10.01

크리스마스

거리로 나와 하늘을 보며, 오늘따라 절절하게 흰 눈 기다림은 온 세상 덮어 하얗게 하신 임이 오시기 때문입니다 푸른 나무에 금방울은방울 달고 오색 띠 반짝이는 은하수 등불 켜놓은 것은 내 어둠 슬픔 몰아낸 임이 오시기 때문입니다 세상 기쁨 소망 사라져도 이 땅 아름답게 지으신 그분에게 무릎 꿇고 경배하는 것은 생명과 은혜의 왕이시기 때문입니다 탐욕과 울부짖는 가득한 내 가슴 짐승의 마구간을 찾아주신 임이여 함박눈 같은 축복의 너울 쓰고 기뻐 뛰며 휘젓는 서툰 춤사위 하는 것은 내 영혼의 붉은 피도 임을 향하는 영화로운 은빛으로 빛나기 때문입니다 12월

한사랑 2020.10.01

고슴도치

서로 시원함이거나 따뜻함을 보낼 수 있는 거리는 얼마일까온몸 가시 두르고세상 끝까지 가야하는 가시밭길품에 안으면 돌아선 슬픈 이유떠난 뒤 남겨진 사연들모든 외로움 가슴에 묻고미안함과 그리움으로 쥐어 뜯는다가까이 오지 마너무 멀리 가지 마그대와 나의 거리 셈하다오늘도 역시 해가 기울고 만다그대가 겨울이면내가 여름이 되어주는 날까지여름이면 겨울이 되는 날까지웅크리고 기도하는나의 봄나의가을

한사랑 2019.11.29

바닥에 누어

깊은 밤 누군가가길바닥에 벌러덩 누어구름을 헤치고 하늘에 오른다추락한 자리 밤의 눈물 흐르고망가진 그대로 말없이 받아준신의 옷자락은 펄럭인다시작과 끝이 시간으로 이어져우리는 바닥에서 피고 지는 꽃너무 좋아하거나 슬퍼하지 말자찬바람에 꽃이 진다하여도훈풍은 또다시 불어올 것이다그대 목소리 우렁차고웃음 가득할 때누군가의 꽃은 지고 있었다손바닥 한번 뒤집으면푸른 하늘인데우리는 늘슬픈 바닥만 짊어진다

한사랑 2019.11.29

선물포장지

선물포장지 꽃인 양 붉은 리본 달고기쁜 소식 선물이 왔네사랑과 정성 가득한 포장지를설레는 손으로 벗겨내고그를 꼭 가슴에 품어본다네참 생명 참사랑사람의 모습 십자가에서 뜯어지고버려진 포장지, 갈보리 예수그리스도떨림과 통곡 그날의 구원메마른 가슴에서 봇물처럼 터지는 기쁨이네꿈길처럼 열리는 하늘나라가하늘빛으로 밝혀주던 영원한 진리이 복음 전해준 그대잊지 못해 둘러보아도세월의 늪에 덮이어 보이지 않고어둠 켜켜이 쌓이는 땅으로이제사 서서히 가려고 하네착한일 하나 빛으로 감싸 안고나도 누구에게 한 장 포장지 될까

한사랑 2019.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