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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生

지학志學과 약관弱冠에는치기稚氣가 있었고입지立志까지는 그런대로세월이 금쪽이었다불혹不惑이면 지천명知天命이런저런 일 엊그제였다만어느새 가랑잎 같은이순耳順과 환갑還甲을 넘어고희에 다달았네다가서지 않으려 애 써 보았으나싸늘한 바람결에 주름이 깊어가는산수傘壽도 금방일 걸세거기에 미수米壽와 졸수卒壽망백望百에 상수上壽는 어떻고황수皇壽 백수白壽천수天壽가 다 아득하나가는 세월이 살 인 것을,,,

황혼길

황혼길 나이가 들고 싶지 않아도세월이 가니 하는 수 없고늙고 싶은 마음이 없어도몸 쇠하니 어쩔 수가 없구나가고 싶지 않아도 가야만하는언젠가는 끝이 되는 길그 길 걸어가는 것은자연의 이치라할 것이니그 이치 한탄하는 게 욕심이라가는 세월 너무 원망하지 말자세상에 자진해 온 사람 없고누가 불러 온 것 아니라면내려놓고 비우는 일은 당연지사외려 가지 않는 것이 있다면그것이야말로 더 슬픈 일 아닌가

어머님의 모습에서

세상에 태어나서이순의 고개 훌쩍 넘겼다만사랑과 은혜 느끼지 못하다비로소 알게 되었으니오로지 어머니란 이름 뇌리 스치는 일 별 없어무심코 살아왔는데잠들어있는 모습 보던 어느 날사랑과 은혜 보게 되었네 이따금 들른 이웃의 눈속임느끼고 보는 한가지 내 얼굴 맑으면 웃으시고궂으면 입 다무셨네왜일까요 어머니,눈물이 핑 도는 이유를

영정 앞에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말은이별이라 한다지요세상에서 가장 힘든 말은마지막이란 말이라지요우리도 이제 나그네길한 모롱이에 기대서서세상사 가장 힘든 말전해야만 하는가봅니다웃는다고 다 행복하고눈물 흘린다고 슬픈 건 아니지요어제의 우리 웃음도오늘 우리 눈물도우주에 찬란히 타오른블랙홀의 검은 *아우로라 일 뿐이 눈물 끝에는 주 언약하신무궁히 피어나는 무지개 바라본 것아! 알겠소 이제고운 것 좋아하셨던 울 어머니나이 들어 늙어진 모습이래도영원한 젊음 보이고 싶으셨을까고작 백수白壽도 넘기지 못했으니,,, 주님 앞에 예쁜 모습오래오래 기억하시려어머님 자식의 향기로운 꽃가슴에 박힌 보석들이이제는 어둔 밤하늘에 빛나는별로 변하셨네요 어머니!다시 만납시다영광의 나라에서죽음도 이별도 없는그 생명의 강가에서 *로마 신화에 나온 여명..

불효자

아침햇살에 옥구슬처럼싸락싸락 밟히는 새하얀 눈하늘에서 땅까지 깨끗하여 지던가쌓인 초조함 드렸으니 적잖은 불효더라아파하지 말아야할 걸무엇 찾을 것 있어 내 자식에 비할까어버이 살아계실 적하얀 날밤 손꼽아 숱했으리입안에 옥구슬 한 모금 녹여도녹아내리는 눈 한 모금 튕기는 물 되어도어이할꺼나 죄스러움무릎 꿇어 용서를 구합니다

생일날 아침에

어머니의 성스러운 몸에서 이 세상에 태어나던 날 우렁찬 울음소리 내더라고요 지금에사 나는 잎도 피우고 꽃도 피웠지만 아직도 피워야 할 일 왜 그리 많은지 빈 들녘 바람 스치는 열매없는 나무로 무성할 뿐 무심히 지나쳐 버린 세월 탓에 이제는 온백이 서려가고 가뭄에 갈라터진 논바닥처럼 온 몸뚱어리 주름만 깊어갑니다 몇 올 머리카락 하얗게 바래지는 저물녘 이르는 강가 너울성 물보라가 활개 치는 은폐된 공간 깊숙이 들어와 중얼중얼 혼잣말로 소리냅니다 환청 들리는 듯 축 처진 어깨 너머로 카랑카랑했던 어머니의 음성이 자꾸만 들려옵니다

고인이 된 아버지께

잊혀져가도 견딜만합니다 그리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옛날처럼 못 견디게 보고 싶다든지 저녁노을만 봐도 눈물짓는다든지 지금은 그런 일은 없습니다 어쩌다 이리 모질게 변했는지 애잔하던 그리움 어디로 가고 이렇게 태연하게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별일 다 연상하며 버틴답니다 버틴다는 것 힘겹다는 말이지만 때로는 좌절감 느낄 정도로 울고 싶을 때도 있다는 고백 아닌지 그만치 피폐한 마음인지라 그립던 세월 하나하나 끄집어내어 긴 밤 다독이듯 지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