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별(그대의 향기) 79

어머니

어스름한 저녁 무렵눈가에 작은 이슬이 맺혀말없는 고요가 고개를 떨군다가슴의 흐느낌에차마 발길 돌리지 못하고 밖에서 그냥 울어야만 했다해마다 거르지 않던신록의 봄 이였다만올해의 저 봄은앙상하기 이를 데 없구나이 방 저 방 문턱이 닳고정짓문 여닫는 소리에삶 나르던 소리로치마가 휘파람을 불었는데어두운 골방을 나와삭막한 거실 볼볼 기다가누런 소파 밑에 걸려버린저 모습 애달프구나시냇물처럼 낭랑하던 목소리였는데 언제나 가시렵니까저 망각의 숲으로 *푸른별*

고향 생각 2

밭두렁 언저리에 배롱나무 꽃 피어 아름다웠고 정지 문 위 찬 보리밥은 지친 허기를 달랬다 야트막한 돌담 버티어 덜거덩거린 양철대문 소리 옆에 선 무화과나무는 지금에도 열매가 달렸을까 펄럭 펄럭 나비들이 늦여름을 달래고 신작로에 핀 코스모스는 가을을 찾겠구나 구름을 꿰어 바람잡는 송곳바위 능선아래 푸른 짐 짊어진 염불청이 그림자되어 아련하다 *푸른별*

해운대 해수욕장 1

해운대 해수욕장 1 태양이 작렬하는 곳 수많은 인파 파도에 아우르고 파라솔 밑 젊음의 낭만에 바라다보는 시야가 흐리다 철석거리는 파도 속 물살 가르는 인어떼들 하늘로 솟구치다 검은 점 되어 머리끝만 물 속에 가물가물 나도 저 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풍선처럼 둥둥 떠다닐거나 *푸른별* 운대 해수욕장 2 물 맞는 재미가 와르르르 바글거리는 낭만을 찾는다 물살이 하늘로 솟구치다가 땅으로 곤두박질 꿈틀거리는 변화와 젊음은 태양이 작열하는 해변에서 더더욱 용솟음 치는가 철석거리는 파도소리에 수많은 인파 아우르고 깔때기모양 파라솔 밑에선 바가지소리가 죽살이를 건다 벗어던진 옷가지 속 흘낏흘낏 시야가 흐려지고 갖가지 패션에 얼굴이 뜨겁다 화려하게 비치는 비키니물결 즐거운 일탈과 함께 낭만을 부르는 곳 시간이 놀아나는 ..

하 늘

하 늘 창문 열어 어둑새벽 간신히 벗어난 여명의 하늘에 취해본다 무아지경 너머에 대책 없는 생각들이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기댈 구릉 없는 저 허공에 가냘픈 숨결 온 몸이 춥다 별빛 꿈으로 히죽거릴 즈음 초승달 길을 잃고 서성이면 거무튀튀하고 흐므스레한 하늘도 달리고 구름도 달리고 나의 맘도 덩달아 달린다 저 청청한 하늘 오기 전 좁고 어리석은 마음 하늘에다 수를 놓아보자 그리고는 창문을 닫자 하얀 눈 내리기라도 하면 그 눈, 내 마음이 되기를 *푸른별*

솟구친다

세월을 먹고지리한 비바람에도미동도 없이 다가선 수평선저 너머 지금 쯤은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무엇이 그리 두려워해무로 가리워져 있을까젊음 한 때이뤄 내지 못한 마음이파도에 쓸리고 일렁이며처얼썩 처얼썩 용서로 보내어지고 있는지그 느낌 해변에 밀려와부딪쳐 깨지고 부서져도아물지 못한 채로 솟구쳐 오른다고,,, 내 추억의 파도여사랑이여 *푸른별*

내 마음이 편하다 저리 고운 얼굴 또 있을꼬 꽃 키에 눈높이 맞추고 눈시울 흔들어대면 빨강 하양 연분홍 노랑 해맑은 꽃 초롱초롱히 눈부시다 "제 이름 요, 불러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바람에 향기 날리며 나비처럼 날고만 싶어요 담아 두었던 웃음 마음껏 웃으면서요" 앙증맞게 애원하듯 나에게 자태를 뽐내는 꽃이 나에게 한편의 詩를 보낸다 *푸른별*

보리피리

보리피리 살찐 배동 하나 몹쓸 깻묵도 하나 싹뚝 잘라 입에 넣어 입술 열고 잇빨 다물어 크게 한번 소리쳐 보자 피리소리 불며 소리쳐 보자 욕망이 열매하나 기다리려 찬 서리 묵묵하게 견디었다 잘나간다 으시 대는 놈 남 무시하여 먹물 뿌리는 놈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 놈 아직 땅에서는 보리가 푸르다 이제 소리치지 말고 피리로 욕하지 말자 *푸른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