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별(그대의 향기) 79

이별 앞에서

그대 그림자 앞에 서러워하며 이 마음을 전한다 아름답게 피던 시절 따스함의 온기 어디에 가고 부질없는 세월 지나 떠밀린 이별 앞에서 잃어버린 허전함 가슴 속 슬픔으로 채우는구나 거짓된 욕망이 몸서리치듯 너의 그림자 앞은 모든 것 허사로 왔으니 함께 했던 지난 날들을 묵묵한 침묵 속에 잠재우리라 아름답게 피던 젊은 날 이제는 기억 속에 남기리니 잡풀 무성한 뒷동산 바람에 나부끼는 풀잎 고난의 눈물 가리운 채 영롱한 아침이슬 머금어 그곳에서 쉬게 하리라 세월 흐르고 또 흐른 뒤에 그제서야 나도 그대 생각 잊을 수 있으리 *푸른별*

아둘람 동굴

여기는 아둘람 동굴 떨어지는 물소리 파장이 되어 귓전에 퍼지고 두려움에 밀려드는 숨소리 고막을 울리는 수많은 사울 병사들의 말발굽 소리 그의 이빨은 창과 화살이며 혓바닥은 날카로운 칼이다 주여! 나를 긍휼히 여기소서주의 날개아래 나를 숨기소서해害하려그물 치고 웅덩이 팠으니 구하건대 인자와 진리를 내가 보리이다 날카로운 칼날앞에 창과 화살중에 내 마음 정하였으니 주여, 이 땅에 새벽을 깨우소서. *도서출판*

홍 매 화

홍 매 화(紅梅花) 태양처럼 불그스레하다 보기만 해도 따스하다 잔설은 끝도 갓도 없이 우리 곁에 남았는데 보일듯 잡힐듯 그늘지고 냉골 진 고샅길에서 는적거려 빛으로 타오르는 빛 추위의 벽에 질식 된 모습 잠시 멈칫거리고 있었을 뿐인데 다소곳한 홍 매화의 봄이 한 겨울에 이미 피어 있다 더불어 나누듯 치열하게 매달리며 불꽃 애끓도록 그려진 슬픔 차디찬 땅위에 저 홀로 탄다 *푸른별*

매 화

매 화 봄이 터진다 섬진강변에 매화가 터진다 바다 타고 육지에 오른 바람이 지리산 높은 봉우리 부딪쳐 잠시 숨 고르더니 잠자던 매화나무사이 오가며 자분 자분 온기를 푼다 은근하면서 수줍은 봄볕이 좋고 봄바람 신선하여 매화는 이날에야 다소곳하다 예쁘고 착한 꽃들 시샘하여 아양 떨어댈 때면 간들간들 우리의 입짓도 까륵 까르르 요란을 떤다 *푸른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