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울긋불긋 나뭇잎 보니 마음이 설레옵니다 스치는 스산한 바람에 가슴도 시립니다 젊은 날이 그리워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마음 시월에는 아품으로 다가와 삶의 흔적을 남기고 떠나려 합니다 거기에는 풀 죽은 누런 소리 더 할 수 없는 아픔이 있습니다 이파리 날리는 서러운 길목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시월에는 단풍을 보렵니다 물든 나무들을 보며 소중한 한 분을 찾으렵니다 내 살아 생전에... 글로벌(하늘에서 보내온 편지) 2022.06.08
아내의 불면증 온 밤 뒤척이는 밤 잠자는 즐거움이 아니라며면 깊은밤 잠들어 무엇하리 당신이 행복함에 넘쳐 밤을 알고 낮을 알 수 있다면 나 잠에 못 취한들 또 어떠리 속삭이며 밤을 새워야 하느니 여인의 은밀한 속살 감추인 달빛 없는 밤처럼 가슴 부등켜안고 숨 헉헉거리듯 차라리 비 쏟는 밤이거라 서산마루 지는 가시버시 황혼 무심코 가고 와 버린 이 세월 긴 밤을 토끼잠으로 지내야 하는가 하품하며 슴벅거려야만 당신이 편하여 지는가 글로벌(하늘에서 보내온 편지) 2019.11.24
이른 봄에 피는 꽃 봄이라서 봄의 시작을 알리는 성질머리 급한 일종의 눈 꽃 저것이 제철인 양 피지만 진정 봄에 피는 꽃이라야 제격 추억이 꽃 무리 지어 꽃놀이에 나섰다 겨울 한기에 요원하다 했던 꽃들이 한사코 있다면 봄 색시 하늘거림 정도였을까 내 마음 각설이 되어 각설却說하고 일단 떠난다 봄의 서두름은 매화며 산수유다 미리 서둘러 꽃단장 하고 기다리마 한다 글로벌(하늘에서 보내온 편지) 2019.11.15
지나가는 비 비가 몰려온다 숨 가쁘게 스치는 비바람에 밀려 창은 내 가슴으로 들어온다 지나간 옛 사랑은 가슴에 안은 슬픔인가 꽃잎에 새겨둔 추억마저 비바람에 씻겨 사라지는 듯 무엇을 쉴새없이 지우며 흐느낀다 잔주름 출렁이는 이 밤 달래며 사랑소리가 들리는 너처럼 스치며 너처럼 흐르는 그런 바램으로 잠들고 싶다 하얀 밤 스쳐 지난 추억들 촉촉이 비에 젖어 잠 못 이룬다 글로벌(하늘에서 보내온 편지) 2019.11.15
불효자 아침 햇살에 옥구슬처럼 싸락싸락 발끝에 밟히는 새하얀 눈처럼 하늘서 땅까지 깨끗하다 할 수 있는가 쌓인 초조함 드렸으니 이것이 적잖은 불효라 아파하지 말아야할 것을 무엇 찾을 것 있다며 내 자식에 비하였을까 어버이 살아실 적 하얀 날밤 새우심이 날 꼽아 숱했으리 입 안에 옥구슬 한 모금 녹여 적셔도 녹아내리는 눈 한 모금 튕기는 물 되어도 어이할꼬 죄스러움으로 영정 앞에 용서를 구합니다 글로벌(하늘에서 보내온 편지) 2019.11.15
겨울을 보내며 시린 꼬끝을 사정없고도 예리하게 자른다 아청빛 속 삭풍이 힘솟는 젊음을 훼방한다 사무치는 공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하늘 구름송이 뒤에 여인네 젖가슴 같은 것이 온다 몰쌍한 살내음 지나 한사코 외롭지 않은 연초록 잎새들이 바람을 애태우지 않는 날을 위해 한참을 달려든다 봄날이 와야 한다며 너의 젖가슴에 얼굴을 묻고 여유와 운치를 아는 멋적은 봄 날이 그렇게 온다 흐느적거리는 시샘 어둠이 깃든 저녁에 요원하던 봄 그 봄이 그제서야 온다 글로벌(하늘에서 보내온 편지) 2019.11.15
갈대 까끌까끌 날리는 사무치는 연緣을 붙잡고 어딘가에 마음 둘 곳 없이 한낱 허울이라는 것을 알기에 탈색할 겨울을 죽도록 잡아 틀며 갈꽃 허공을 박차고 오른다 포효하는 야성의 성난 파도처럼 길섶에 하늘거리면 흔들릴망정 꺾이지 않아 서걱서걱 비틀비틀 칼춤을 춘다 안달하며 속삭이는 바람결 먼 산을 기웃대는 동안 산이 안개를 벗어나 침묵을 하고 그 안개 천천히 길을 연다 나상의 춤사위 휘젓는 백포 갈대의 시율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고고한 하늘의 환희로 치솟는다 글로벌(하늘에서 보내온 편지) 2019.11.15
동백꽃 늦가을 석양녘 슬쩍 내려앉은 낭자한 선혈 떠나버린 사랑의 아픔이 뜨거운 피 내뿜으며 사랑을 찾는다 그리움에 지친 선홍빛 침묵으로 아파하며 진하고 달콤한 향기를 토한 소녀의 초경처럼 막 피어오르는 아름다운 속삭임 용케 찾아온 시간 속 바람에게 겁탈당항 사랑에 울며 그렁그렁 맻힌 핏방울 뿌리면서 붉은 향음으로 온 숲에 퍼져든다 작은 것 하나 더 피워 한 쌍 이루고 밤새 비벼대고 속삭이던 애틋한 사랑 뭐가 그리 비쁘게 떠나려 하는지 떨어지는 추억을 가슴에 담아 석양은 들판을 어둠으로 물들여도 동백은 추억이 되어 뜨거움으로 탄다 글로벌(하늘에서 보내온 편지) 2019.11.15
만나지 못할 인연 영혼의 길은 한 번 엇갈리면 다시 만날 수 없다 메마른 바윌를 스쳐 지나간 고운 바람결 같은 인연 지금쯤 어디에서 헤매고 있을까 무엇을 어디에서 잃었는지 몰라 두 손으로 주머니를 더듬으며 찾지 못할 만남에 가슴 아파 하는 소외당한 마음 구석에 한 등 타오르는 아픔만이 걸어놓고 슬픈 날들과 기쁜 때를 지나서 어느 먼 산지나 검붉은 빛 저녁 들길을 외롭고 쓸쓸하게 밝히고 서는가 글로벌(하늘에서 보내온 편지) 2019.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