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와 참새 60

왜 서러운가 묻거든

장산 구비구비 타고 오는 한낮의 신도시 독경소리, 세속을 떠나 삭발을 하고 불가에 든 젊은 스님이 도량 지대방 댓돌 위에 흰 고무신 벗어두고 운다 붉게 우는 늦겨을 색소폰 소리 뚝 뚝 지거든 신발 하나 들여 두면 그냥 그만인 것을 무명의 승복 여미며 홀로 흘러든 빈방에 뚝뚝 낙엽 비 스치는 듯 천년 살아 만년을 두고 신도시 시장에 늙어버릴 하얀 낮달이 와서 묻는다 뭐가 그리 서러운지 무시로 왜 숨어 산새처럼 왜 우는가 말다

제비와 참새 2020.12.06

롯데의 난

형과 아우가 비수를 날리며 연일 고래싸움을 한다 연로하여 판단력이 흐린 아버지를 격동시켜 전선을 구축하고 가족들이 편 나누기 줄 세우기 온갖 방법으로 비수를 날리며 전쟁을 한다 점입가경이다 국민들도 형과 아우 편으로 나누어져 응원가를 부르며 내기게임에 몰입 한다 일본어로 소통하는 얌전해 보이는 형 한국어로 사업하는 와일드한 스타일의 동생 볼만한 관전 청백전이다 자식들에게 돈을 물려주면 형제끼리 물고 뜯다가 창경원 원숭이 꼴 된다 아버지 신격호 사장은 모든 재산을 사회나 국가에 헌납하고 형제끼리 사이좋게 지내도록 중재하는 본을 보인다면 한국과 일본의 영웅이 될 텐데 돈과 명예 욕심에 가려서 분별이 안 되나보다 욕심이 장성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하면 사망에 이르느니라

제비와 참새 2020.09.06

해수욕장을 걷는 여자-

수평선 바라보던 눈매 호기심 매섭게 발동한다 중력에 떠밀려 온 해초나 휘황찬란한 가로등 반짝임도 날리는 바람의 소요 누르며 질풍노도에 드러누웠다 싱그러운 해초 향기처럼 어디선가 쓸려온 것 같은 머리칼 흩날리는 한 여자 바다에 전이된 풍경 속으로 하염없이 고개 떨구고 뚜벅 뚜벅 밤을 적신다 믿음이 안 가는 사람 속삭이고 푼 솔깃한 마음 고독의 고독 숨기며 진실의 한계 넘어 모랫길 맨발로 걸어가는 낯설음조차 마주친 일 없는 나불이에 귀먹은 여자 내가 갖고 싶은 여자

제비와 참새 2020.08.30

어젯밤 휴식

별빛을 살라 머리에 두르고 침대에 대자로 뻐드러져 한세상 맛있게 잠이 들었네 꿈도 잊고 현실도 함께 누웠네 나른한 세월은 푸드덕거리며 창공으로 비상했고 나의 몸은 허공을 가로질러 한 세기를 뛰어넘더니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네아! 개운한 이 맛역사를 다시 쓰기 위해침대를 박차고 일어나게 되었다오늘을 위해 다시 뛰어야지씽씽 고고

제비와 참새 2020.04.12

수족관 활어-o

광활한 바다 속을 헤매며 마음껏 활보하던 물고기들이 좁은 수족관에 갇혀 한치 앞을 모르고 눈만 껌벅이며 지느러미로 노를 젓고 있다 광어 도다리 참돔 농어 개상어 바닷장어 우럭 가오리 쥐치 게르치 감성돔 온갖 횟감들이 파닥거린다 예리하고 날카로운 포 칼로 쪽진 머리칼의 횟집 아줌마는 정연하게 또박또박 글자를 새기듯 세월의 질긴 내장을 긁어내고 화풀이하듯 칼을 휘두른다 입에서 녹아내린 바다의 전사들 싱싱한 대낮에 별빛이 감돈다 미포항 온갖 물고기들은 영문도 모르는 채 마지막 날의 희생양이 된다

제비와 참새 2020.04.12

단절---ㅇ

한 건물에 많은 방이 있으나 문이 연결되어있지 않았다면 그거야 별개의 존재다 인격 감정 성격 코드가 맞지 않으면 한방을 써도 중창이나 합창하기가 어렵다 만약에 친구나 가족 이웃이 낯설게 느껴지고 이방인처럼 보인다면 그야말 그건 깜빡이 넣지 않고 차선을 바꾸는 거!? 황당한 일 겪고 정글에서 사라진 비단 동물들의 스토리일까~ 삶이 장난이 아니다 감정도 쉽게 치유되는 것도 아닌 단절 인격인으로써 스스로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형벌이다 사회와 주변 구성원을 단절하고 자기 동굴 속으로 들어가 자연과 벗 삼아 산중이나 무인도에 초막을 짓고 신선이 된 자연인이랴 규제 제도 질서 체면 명예 법테두리 훌러덩 벗고 혼자만의 세상에서 그냥 살아가는 사람들이 티브이에서 가끔 나오는 데가 있다 노아는 120년간 대홍수가 온다..

제비와 참새 2020.04.12

해운대 밤거리의 군상

밤거리엔 기쁜 사람들보다 슬프고 우울한 사람이 많네아내와 다정하게 손잡고인생의 여유를 즐기기보다부적절한 비정상이 많아 보이네발바닥 땀나게 일하는 사람들보다술 먹고 방탕한 사람들이 많네흰옷 입은 사람이 많겠지만얼굴에 분칠한 사람이 더 많네술과 고기 냄새가 안개처럼 자욱하네바람이 가슴에 숭숭 구멍 내고 지나네어둠이 있어 비틀거리기에 좋은 곳이네 공허한 마음 채울 길 없어갈대처럼 흔들리는 것을한 번쯤 이해하고 말고 한다네

제비와 참새 2020.04.12

의자

서있는 사람은 오시오나는 빈 의자한 때 유행했던 노랫말이다의자가 간절하게 그리운 이들이분명 있을게다몸이 불편한 장애인종일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자리 없는 실직자들배움의 기회를 놓친 이들모두다 의자가 그리운 이들이다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면간혹 의자를 사이에 두고양보를 하거나 다툼을 한다상대에게 자리를 양보하며호의를 베풀고 배려와사랑의 미덕을 실천함이 어떨까자리에 연연하지 말고나보다 더 낫다 여겨지거나유능한 사람이라 생각되거든과감하게 자리를 내어주고훌훌 털고 일어서는후회 없는 자리문화를 만들어보라

제비와 참새 2020.04.12

가뭄(旱害)

가뭄(旱害)- 왜 비가 안 오는 건지땜과 논바닥이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지고물고기들이 숨을 못 쉬어모두 죽어가고 있다사상 초유의 가뭄이생명체들을 위협한다인간의 재앙이다사람의 몸도 70%가 수분인데생명체에 해로 엄습해 온다물을 아껴 써야겠다물 부족사태가 오고 있다물 쓰듯 하다는 말은 옛말이다물이 증발해도 구름이 얇다지구상에 소망이 없는 줄 알고조화옹께서 물을 뽑아 올려지구와 가까운 어느 별에생명체를 창조해놓고물을 공급해주는 것은 아닐까물이 없어져 간다지구의 종말이다쩍 쩍 갈라진 양심에물고기가 박제되어가고 있다

제비와 참새 2020.04.12

상황 윤리,,,출작

니가 그카니 내가 그카지 상황윤리다 개혁보수는, 니가 그케도 난 개안타 아가씨가 어쩌다가사랑에 빠져 임신을 했는데곧 바로 낙태를 하는 것이상황윤리다 아니야 생명은 고귀하며아이가 무슨 죄가 있어 아이를 위해 희생해야지혼자 낳아 키우면서 길 찾아야 돼똑같은 상황에 직면했지만가치관에 따라좌우에 양비론이 팽팽하다 보수신학과 진보신학의 차이다모든 것이 신의 주권으로 볼 때보수신학이 옳단다인간적 관점에서 본다면상황윤리가 통한다두 관점은 기찻길처럼철로가 팽행선이다편의주의와 인간학에서는상황윤리를 지지한단다 보수개혁주의는신의 뜻을 찾아 실행에 옮긴다이 상황에서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아이를 살리느냐엄마를 살리느냐갑론을박 할 수 있다 일종에 뉘앙스다 보수개혁은 생명이 먼저며인격과 사람이 있고그다음에당이 있고 보수가 있다충..

제비와 참새 2020.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