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먹거리 오란비 추적이거든 잠시 걷힌 하늘에 짬을 내자이곳저곳 짜릿함어디에 비할 바 아니리욕(浴)으로 더위 식히고뱃속 챙기는 맛의 묘미자리 돔 한 상 받아푸짐함이 여간 아니다머리 내장 제거하고껍질 뼈 통째로 썰어콩된장에 참기름 떨구고햇마늘 땡초다재기 버무리면구수한 냄새는 어느새침샘을 사정없이 자극한다파도에 몸 맡기고근사한 음식도 맛본다면그야말로 신선이 따로일까더위야 물렀거라훠이훠이 귀하신 한량(閑良)이시다. 작가마을(물위를 걷다) 2019.11.06
쳇바퀴 도는 아내 이순을 훌쩍 넘겨버린 황혼 짙은 나이에손주孫澍 뒷바라지하느라힘들어하는 아내숭조사상 기대치 않는다하나다만 묶지 않을 수 없는 끄나풀지친 몸뚱이 아랑곳없는오롯한 지순의* 사랑이다이슬방울에 풀잎 휘듯이아슬아슬한 곡예사바라보는 눈길에서연민의 정을 느껴본다힘겨운 무게 견뎌내는,아내는 오늘도쳇바퀴를 돌린다*고분고분하다 작가마을(카르페 디엠) 2019.11.06
소나무 긴 겨울 지나는 동안 푸른 잎 실실하게 자존 지키는복수초 눈雪속에 피어나봄 부르는 산길을 걷게 되면등짐 짊어진 옛 기억들이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친다후리치는 도끼질 갈퀴질에등짝땀방울 몸 타고 흘러내렸지한 짐 끙끙 짊어지고 싶은 마음나의 욕심 아니었던가가다가 힘들어 쉬고 싶을 때기대어놓고 한 숨 돌리던 곳친구 같았던 어릴 적 소나무지금도 그 자리에 서 있는지탈색된 검은 점 노인그 날을 그리워해 본들허운데기만 하얗게 날릴 뿐하느작이는 듯 맥 없이 살아왔는데미끈할 소나무 같이멋진 풍경하나 지어내지 못한, 작가마을(카르페 디엠) 2019.11.06
노을에 뿌린 유해 숨차게 달려온 하루가 문을 닫으려합니다황혼에 물든 어머님 얼굴엔붉은빛이 장엄 합니다자식들 제각기 기원을 하고그나마 작은 행복으로마음에 위로를 새깁니다처연한 빛 토하며우리 손 놓고 가신 어머니아름다운 모습 어둠에 묻혀가도가슴에 남기고 간 이야기는해질 적마다 하늘가득그리움으로 남게 하소서 작가마을(카르페 디엠) 2019.11.06
초애원*에 핀 매화 가지에 안긴 바람 뉘 떠나보내고 우는 건지 휘 휘 가지마다 쉬이 이별離別이드냐 낙화落花는 가슴에 지고 여향(餘香)은 콧등에 남아 한갓 푸른 배경背景이요 객경(客景)에 파수꾼이라 지는 꽃 무심하드니 찾는 봄 무심이라 바장이던 암향(暗香) 모호(模糊)한 미소微笑 꽃 아래 홀로 향기香氣마시다 마음에 추위도 잊었네. 작가마을(물위를 걷다) 2019.11.06
하르르 봄기운 지나치게 믿고 잘난 체 으시대다가 가지 끈 붙들지 못해 꽃비로 하르르 나비인가 싶어 살펴보니 꽃잎 파르르 떨고 꽃잎인가 굽어보니 나비로 훨훨 나네 화려한 시절남기고 하나둘 남이 되어 비바람 따라 떠나가는 왠지 저 어벙한 꽃들. 작가마을(물위를 걷다) 2019.11.06
피라칸사스 점점이 붉어 상그럽고 요염한 자태 아른대는 홍등을 달았다 기우는 저 멋 부림 마치 꽃인 양 씨알로 맺혀 있구나 내미는 손길에 듬뿍 건넨 넉넉함 받아 든 알갱이 사이 가시의 경고가 그득하고 스치는 바람에도 찔릴까 비켜서는 그 요요한 춤사위 밑 둥부터 빈틈이 없다 붉은 별 한 겹 더해 놓고 상흔 싸매는 젖은 몸 톡톡 쏘는 가시관 붉은 빛 피라칸사스 작가마을(물위를 걷다) 2019.11.06
나의 간구 고통이 가시처럼 찔려오고 절망이 절벽처럼 느껴질 때는 답답하여 앞이 보이질 않습니다 아무런 욕심 없이 아무런 소유도 이 사랑과 나눔의 본 보이신 주 모습 닮아지게 하소서 아침이슬이 푸른 하늘 듬뿍 담아 꽃망울에 물 주듯 나눠지게 하시고 영혼이 샘솟는 생수가 흘러넘치게 하소서. 작가마을(물위를 걷다) 2019.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