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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먹거리

오란비 추적이거든 잠시 걷힌 하늘에 짬을 내자이곳저곳 짜릿함어디에 비할 바 아니리욕(浴)으로 더위 식히고뱃속 챙기는 맛의 묘미자리 돔 한 상 받아푸짐함이 여간 아니다머리 내장 제거하고껍질 뼈 통째로 썰어콩된장에 참기름 떨구고햇마늘 땡초다재기 버무리면구수한 냄새는 어느새침샘을 사정없이 자극한다파도에 몸 맡기고근사한 음식도 맛본다면그야말로 신선이 따로일까더위야 물렀거라훠이훠이 귀하신 한량(閑良)이시다.

쳇바퀴 도는 아내

이순을 훌쩍 넘겨버린 황혼 짙은 나이에손주孫澍 뒷바라지하느라힘들어하는 아내숭조사상 기대치 않는다하나다만 묶지 않을 수 없는 끄나풀지친 몸뚱이 아랑곳없는오롯한 지순의* 사랑이다이슬방울에 풀잎 휘듯이아슬아슬한 곡예사바라보는 눈길에서연민의 정을 느껴본다힘겨운 무게 견뎌내는,아내는 오늘도쳇바퀴를 돌린다*고분고분하다

소나무

긴 겨울 지나는 동안 푸른 잎 실실하게 자존 지키는복수초 눈雪속에 피어나봄 부르는 산길을 걷게 되면등짐 짊어진 옛 기억들이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친다후리치는 도끼질 갈퀴질에등짝땀방울 몸 타고 흘러내렸지한 짐 끙끙 짊어지고 싶은 마음나의 욕심 아니었던가가다가 힘들어 쉬고 싶을 때기대어놓고 한 숨 돌리던 곳친구 같았던 어릴 적 소나무지금도 그 자리에 서 있는지탈색된 검은 점 노인그 날을 그리워해 본들허운데기만 하얗게 날릴 뿐하느작이는 듯 맥 없이 살아왔는데미끈할 소나무 같이멋진 풍경하나 지어내지 못한,

피라칸사스

점점이 붉어 상그럽고 요염한 자태 아른대는 홍등을 달았다 기우는 저 멋 부림 마치 꽃인 양 씨알로 맺혀 있구나 내미는 손길에 듬뿍 건넨 넉넉함 받아 든 알갱이 사이 가시의 경고가 그득하고 스치는 바람에도 찔릴까 비켜서는 그 요요한 춤사위 밑 둥부터 빈틈이 없다 붉은 별 한 겹 더해 놓고 상흔 싸매는 젖은 몸 톡톡 쏘는 가시관 붉은 빛 피라칸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