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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

아조아주 옛날 나 어릴 적 숨바꼭질할 때 장독대 뒤에 숨어 도톰한 꽃 두어 송이 보았지 닭 볏처럼 우뚝 세우고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에 호들갑을 빌어 부채춤 살짝 추던 꽃이라 정화수 한 사발 장독대에 올려놓고 뭇 세월 자식 잘 돼라 지극정성 비손하시더니 치성致誠에 타오르는 어머니 사랑 눈 가는 곳곳에 그 사랑 베어 곱디곱더라.

지리산 피아골에서

들뜬 녹음소리가 독경소리와 함께 산야에 퍼진다 푸욱 빠진 부토 에돌아가니 인기척에 놀란 다람쥐가 바위틈으로 얼른 숨는다 오르내리는 낯선 사람들 스스럼없는 인사말에 녹음방초 색깔 짙게 드리우고 허리 굽은 노송은 햇볕 한 줌 더 받으려 저리 하늘 향해 손 벌리는가 홀로 굽은 산 아래 묵묵히 바라보고 서서 무슨 생각 그토록 잠겼을까 그 많은 세월 동안... 몰아쉬던 숨 고르고 약수터에 발길 멈춰 물 한 모금 마시고 나니 물맛, 얼른 표현할 언어의 궁색함에 흐르던 땀이 싹 가신다

황진이

조선 11대 중종 왕 시절절세가인 황진이,진랑眞浪의 별호別號와명월明月이라는 기명妓名출중出衆한 미색美色이라서양반가 규중처녀閨中處女로부덕婦德을 쌓았으니이름 하여 기생妓生 황진이라비단결 머리 풀어박연폭포 낙수로 먹물 삼더니너른 바위에 시 한수 갈기며허옇게 불은 젖통보일 똥 말 똥 춤사위 했다나몸 달은 남정네들혼께나 빠졌으리넋 빠진 옆집 총각도 역시명월이 한테 반해상사병 걸려 죽었다는데미친년 깐 보고 안하무인이더니꽃상여에 속적삼 걸어주고아나 가라 어서 가라청춘이 만리 같을 내 사람아나 어이 널 보낼꺼나 했다고,,,이슬 꽃 서리 꽃 흘려대며천체에 홀로 남아만 겹 서러운 사유 안고서방님 따르는 불멸의 존재려니당신 상흔 내가 싸매리라 했다네어절씨구저절씨구너를 안고 내가내가 돌아간다황진이, 황진이, 황진이.

12월의 엽서

12월의 엽서 또 한 해가 가버린다고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아직 남아있는 날들로 인해고마워하는 마음을 갖게 하소서 한 해 동안 받은우정과 사랑의 선물들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성화 그려진 감사 카드 한 장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게 하소서 해야 할 일 곧잘 미루고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남에게 마음 닫아걸었던한 해의 잘못된 것을 뉘우치며겸손한 길을 묻게 하소서 한해가 지나지만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진정 오늘밖에 없는 것처럼...

한사랑 2019.11.05

성탄절의 기도

네온 빛 찬란한 거리는 돌아왔는데고요한밤 거룩한 밤은 오지 않습니다빛나는 파티징글벨은 있는데주님께 바칠 예물은 없습니다성탄츄리는 반짝이는데당신의 별은 보이지 않습니다주님!아기예수는 어디 있습니까천사의노래 듣지 못한 가슴에함박눈이나 펑펑 부어주소서 멀리 퍼져가는 종소리 따라은빛 세상 하얀 발자국 찍으며낮은 곳으로 오신 주님을 찾아경배하게 하소서

한사랑 2019.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