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장 생활이 윤택해지고의술도 발달하다보니인간의 종수가 산수傘壽*를 넘는다핵가족이 일반화되고대가족제도가 무너져노인문제가 외면당하는 터부모는 열 자식을금지옥엽, 애지중지 길렀지만열 자식,한 부모 모른 체 하는구나지극 정성 키워놔 봐야그 은혜 모른다면눈총 속에 밥 한 끼 얻어먹고감 놔라 배 놔라 떠들어 봤자늙어서 노망 들었다 할 것이고모르는 척 하는 게 상수 아니겠나늙고 힘 떨어지면고려장이 무엇인지그 땐쟤들도 분명 알게 되겠지. *80세 작가마을(물위를 걷다) 2019.11.06
새해맞이 여명제치고 불을 토한다 장엄하게 타오른 태양온 세상 비치는 서막을 알리듯합장하여 갈구하는 소망으로찬란한 열기 지펴오른다불면不眠 터는 불덩이하나우주의 심장 뜨겁게 끓여칠흑의 어둠 가르고 있다 산 무너뜨리고바다 가라앉혀다시 시작하려는 용솟음생명의 두근거림이다. 작가마을(물위를 걷다) 2019.11.06
성령 난, 보았지 말할 수 없는 신기함, 때 묻은 마음 모두 벗어던지고 내 군더더기 쓸데없는 생각들 다 지워버리고 나니 깨끗함 채워져 있는 영롱한 꿈속을 그제야 보고 알았지 씻어 버리고 나면 온전한 영혼 나비로 춤추고 이 세상 부귀와 바꿀 수도 없는 뜨거운 사랑 그 사랑 그래서 나는 느끼지. 행 2;17 작가마을(물위를 걷다) 2019.11.06
몽돌 같은 시詩 갈고닦아도 좀처럼 윤이 나지 않는다 반질반질한 몽돌처럼 아름다운 글 적고 싶으나 세파에 맡기지 못한 모나고 알량한 자존심 넘어뜨렸다 일으키고 질타하는 바람과 파도는 스승이 될 수 없다며 혼자 열심히 갈고닦아본들 몽돌처럼 윤기 흐르는 그런 글 한 편 쓸 수가 없구나 부대끼며 구를 일이다 한 자리에서 수 년 깎았을까 잘 갈린 몽돌하나 집어 매끈매끈한 유수 가늠하니 울뚝불뚝한 내 성정 부끄럽다는 마음이 든다. 작가마을(물위를 걷다) 2019.11.06
둠벙 가물어 타든 논바닥어귀 동그랗고 네모난 소沼 있었지그 속에 맑은 해 있었고구름 흘러 하늘 펼쳐 지나고파아란 바람 같은 나 있었어 동맹이하나 집어던지면툼벙하는 소리와 함께 파장이 일고놀란 생명들 곤두박질치던너, 요즘도 존재하고 있는 건지 사색의 노 저었던 곳그 곳에서 나는단비 기다리며잊혀진 물꼬 돋우고 있다. 작가마을(물위를 걷다) 2019.11.06
꿈에서 본 고향 개구리소리 물꼬걱정 하는 밤 만월 차오르듯 치자 꽃 하얗게 밤 지새고 감꽃 파랗게 열매 맺는 그리움 향한 꿈길 헤맨다 바쁘게 살았다 하지만, 반거들충이라니 챙긴 것이라곤 허름한 넝마 한 벌과 버리기 아까운 추억 한 다발 호연지기浩然之氣 키웠더니 절망 같은 삶 휘청이며 풍성함 있을까 기웃거린다 쉼표 찍을 사이 없이 일손에 매달린 일거리로 가득한 좁은 공간 그리움이라는 향수가 반가운 손님으로 찾아와 비몽사몽 날 흔들어 깨운다 시인은 못내 별 헤아리다 잠을 놓친다. 작가마을(물위를 걷다) 2019.11.06
서설瑞雪 유난히 춥다 삼한사온 잊은 지 이미 오래, 칼바람 움츠림이 시간을 따라잡지 못해 계절 또한 미동이다 야윈 떨켜 흐느끼는 나무의 살갗 줄기 휑한 바람이 지나는 동안 봄 기다리는 인내 잦게 내리는 눈雪 차라리 서설이라 하자 지저분한 것 감추고 투명하고 맑은 호사만 있을 것 같은 예감 밋밋함 묵상에 잠겨 있다 잠깬 조무래기들의 고함소리 귀청을 여지없이 찢는다 뿌드득뿌드득 처녀설處女雪 밟는다. 작가마을(물위를 걷다) 2019.11.06
까치(신항만에서) 더불어 살아온 자연의 숙명 종족보존의 본능과 가족계획 준비의 반란이다 문명이 인간 사치라며 아슬아슬한 전봇대 위에 방 한 칸 마련하고 얽매여 사는 동물의 세계 허접한 잡동사니 물어다 다독다독 이음새 박고 어긋어긋 철사동가리로 짜깁기 해 놓았더니 영역 빼앗은 이 누구인가 분통한 절규 애가 끓은다 반가움 기별하는 길조 어쩌다 인간의 문명 앞에 이 모양 이 꼴 되었는지 마치 내가 까치인 양 왼 종일 내내 슬퍼만 진다. 작가마을(물위를 걷다) 2019.11.06
홍매화 겨울 짊어진 허리 휘는 아픔 무수한 꽃단장에 부리지 못한 힘겨움 사 알 짝 입김 불어주면 아득한 빛살이 꽃술 하나 밀어 올리고 그제야 봄맞이를 서둔다 흔들리는 것이라면 꽃이어도 좋고 숲길에 쌓여 가는 꽃잎이어도 좋다 깨끗함, 영혼 한 자락 차고도 곱게 붉은 피 한 모금 머금는다 작가마을(물위를 걷다) 2019.11.06
겨울 잎새 죽으면 죽었지 떨어질 수 없단다 이미 죽어있는 것들이, 겨울나무 가지 끝 바싹 말라붙어 있는 나부끼는 잎겨드랑이 모진 바람 불어와도 떨어지지 않겠다며 안간힘쓰는 모습이라니 한정된 시간 더 참아내지 못하는 이미 죽어있는 잿빛주검 하르르 직 전 마지막 순간까지 떨어지지 않으려 애쓴 애절한 저 항거. 작가마을(물위를 걷다) 2019.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