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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땅에서는 햇빛 가려 우울하게 하던 구름이추수 때에 비가 될 지 모르는 일 하늘에 올라 보니햇빛 물든 *극세사極細絲아름다운 솜털이다 해-설피 구름 바다는시속 7백 킬로로 날아도 안식 주는눕고 싶은 황홀한 이불이다 땅 위에 살며 검게 타버린 가슴도높이 올라 내려다보면아름답게 하는 하늘의 비췸이다 위에 있는 것 눌리지 않아깨달음 많큼 자유를 얻는다날아라 구름 위로나는 주님 등에 업힌다

한사랑 2019.11.05

십자가에 흐르는 강

십자가에 강물 흐른다야훼 가슴 사랑의 샘물보혈의 피 강이 되어꽃들은 지천으로 피어나고물결위에 영원의 노래 파도친다생명나무숲은 다시 푸르고천사들의 웃음소리 가득하다세상 땅 끝까지가슴과 가슴으로 흐르는 강사막을 적시어 오아시스를 만들고배들은 쉼 없이바람에 실어 나르는 복된 소식영혼들은 강물에서별이 되어 하늘에 오른다

한사랑 2019.11.05

내가 사는 성은

내가 사는 성은 높고 견고한 성벽 언제나 왕이 있어하얀 깃발 높이 휘날리며아침저녁 평화의 나팔소리울려 퍼지는 곳숲속의 새들 푸른 하늘 날아오르고다정한 호수에 토실한 사슴가족그림자가 일렁이면거북이 짧은 목 길게 빼고한 백년 느릿한 기지개 펴는아침이슬로 단장한 머리신랑인 양 막 솟아오른햇살에 방긋 웃으면잠을 깬 나비실바람 위에 앉아 나들이 가는착한 해님이 동네 한 바퀴 다 돌면송아지 어미 찾아 마중 나오고밥상 짊어진 농부의 지게 위에노을이 앉아 감사의 만찬이 익어가는내가 사는 성은 높고 견고한 성벽언제나 왕이 있어 하얀 깃발 휘날리고예배당 첨탑 사닥다리로하늘이 내려와 사는 곳시편 18 ; 2

한사랑 2019.11.05

옛것을 벗어버리고

표현*標然히 지나고 있습니다함께 걸었던 길 위어깨에 매달리는 낙엽도석양이 가슴 찢어하늘에 선혈을 뿌렸습니다소슬바람에 한 줄기 연기도 없이타오르는 나무 아래붉은 입술이 뒹굴고머리가 희여진 억새 풀들이이별의 *세마포를 입고바람에 버성대고 있습니다차가운 바람의 채찍으로옛것을 벗어버리고새 생명으로 덧입는 계절 꿈꾸며들을 건너 흐르는 강물에기러기 가을을 물고하늘 높이 날아오릅니다 *標然=표할표 인연연*세마포=가는 삼실로 짠 매우 고운 배 (細麻布), 가는 배 에배소서 4 ; 22

하늘로부터

지금, 꽃잎 자락 펄럭여 깨운 바람은나뭇가지 끝에서 울부짖으며마음 모롱이에 서성이던그때 그 바람이었소잠 못 이루는 밤창문을 흔들어대며돛 올려 배 떠나게 하듯추적추적 가을비 내리게 하던그때 그 바람이었소뜨거운 바람이었소세상을 불 질러 버릴꽃들이 불타는 바람불 바람이었소맞바람 뒤바람옆바람 습한 바람도살아남지 못한 바람이었소세상에서 없어지지 않는가슴에 살아 있는 숨 바람태워져 한 줌의 재가 되어도잿가루 뒤집어쓰고춤을 추는 바람이오 사도행전 2 ; 2

한사랑 2019.11.05

더러는 좋은 땅에

땅이 바다를 가르며 이산 저산 손을 잡고둑이 만들어졌습니다바닷물은 빠져나가지 못하고오랜 날 햇볕에 말리어 소금이 되자황새 두루미 내려왔다가훌쩍 떠나버렸습니다담수지가 없어하늘에서 내리는 비로염기를 빼고좋은 흙 실어다가개토로 일군 옥토황금빛 출렁이는가을이 있었는데기후변화로 생긴 태풍에둑이 깡그리 무너져염분에 농사를 망쳤습니다비를 자주 받을 수 없는농부는 쇠약해지고추수한 알곡 모아둔십자가 등불 켜진 곡간에는가라지도 있었습니다다시 하늘이 무너지고눈물이 바다를 덮으면그때는 낫을 들고당신을 부르겠습니다 마3;12 마13;8 마13;25

한사랑 2019.11.05

등산

바람 같은 바랑 메고등산화 신고모자까지 쿡꾹 눌러 써본다후이 후이 산 오르면마치 꽃 만나는 봉접인 양오르는 기분나만의 설레임 된다매양 한자리체바퀴 도는 것 같은숨 가쁜 일상탈출을 시도해보듯산이 있어 그곳에 오른다힘겨우면 등짐 풀어놓고지푸라기 같은 목숨 구기고 앉아한 모금 자연수에흐르는 땀 식히고오르고 넘으며늘 푸른 새떼와 함께언제든 숨차면쉬기도하곤하지.

가을 날의 기도

가을날의 기도 이름 없이 흔들리는 들풀 하나를 위해서라도 주님, 서두르지 마소서 아직 덜 익은 영혼 젖은 이슬이 부족할 뿐입니다 작은 씨앗 생명의 입 열 때까지 풀잎 한 포기 포기에 습한 수기水氣 머물게 하시되 열매 알알이 영글어지게 하소서 온땅 가득한 푸르름 삭풍에 여위어가도 불모의 땅 일구는 영혼 기쁨으로 노래하게 하소서 불타는 가을 이별의 만찬만은 외롭지 않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