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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편지

맵살스런 찬바람에도 한낮의 햇살만은어차피 봄날의 것이더라 노오란 개나리가삐악거리는 병아리떼처럼뾰족뾰족 얼굴을 내밀 때쯤하얗게 피는 매화도 시샘하는 바람에 떨려 꽃이파리 날고뒤란에는 벚꽃이 망울망울새하얀 젖가슴 풀어헤치더라목련꽃 봉오리보고심히 감당치 못한 산수유가덩달아서 봄으로 익는다 누구의 편지들일까누구에게 보낸 시詩 들일까봄의 편지와 시詩 가연서도 달지 않은 채주위를 두루두루 에워싸기 시작한다 봄 속에 내 발을내 마음을 빠트린다 *푸른별*

꿈꾸는 시인

밝아오는 회동 수원지에나를 유혹하듯 육신을 세운다부풀은 꿈 설친 잠에 비틀거릴 때쯤몽롱해진 생각들을 강물에 푸니짙게 깔리어 드리운 물안개가나의 몸을 칭칭 에두른다물에 빠진 별들은별무리가 되어 꿈으로 빛나고낮달은 나무에 걸터앉아그 꿈 헤아린다강 뚝 너머 참새 떼푸른 그리움으로 아침을 쪼면나는, 달리는 발통 소리 내며 시인의 꿈을 줍는다 *푸른별*

동심의 꿈

한번쯤 꿈을 꾸어본다긴 단잠에서 깨어 베란다 창문을 열면순백의 눈 속에 파묻혀 있는어릴 쩍 시절이 아닐 찌라도아파트 마당을 덮을 수 있을 만큼의눈이라도 왔으면 하고 소망을 가져본다하얀 능선위로 내려온 하늘을 닮아쪽빛보다 더 푸르른 장산을 덮을은빛의 설원은 아닐지라도그저 눈사람 하나 만들 만한 눈이내렸으면 하는 마음뿐이다겨울이 길었던 유년 시절에는그래도 이따금씩 많은 눈들이 내렸었다산도 들도 내 마음도 온통 새하얀 눈으로 덮었었지순백의 세상에서조잘조잘 참새 떼가 눈 헤집어 아침을 쪼면강아지들도 신이 나는 듯 날뛰며 설쳐댔다왠지 포근하고 넉넉한 마음 이었지달빛 질펀한 티 없고 깨끗한 하얀 선물처럼눈 오는 날의 동네 안팎은온통 정담과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푸른별*

낙원

아무나 요단을 건너면 안 되지 펼쳐진 내 소망의 이상향황금다리 너머에는각종 과일이 주렁주렁요단강 저편에 바람이 소소(蘇蘇)하다한세상 무성했던 죄악훌훌 벗어 던지고마침내 안온한 천국알몸으로 선다욕심으로 가려졌던 저 하늘 열리니깊고도 넓어라그윽도 하여라아름다운 소쇄원(瀟灑園)의 동산아*소쇄원;흠과 티가 없는 맑고 깨끗한 곳 *도서출판*

추억의 봄

봄이다 황금빛 색깔의 햇빛이뽀얗게 시야를 가린다열 예닐곱쯤의 봄날 즈음에계단 논 보리밭 이랑에 앉아나는 꼴을 베고 있었지갓 피어난 보리 이삭의까끌까끌한 수염이자꾸 눈을 쑤시어 따가웠지만눈을 들기라도 한다면봄 햇살 부드러워온 들과 마음은 꽃으로 지천이다아득한 세월지난 시절을 뒤 집어 놓고스며드는 추억의 시절이 푸르러그 날들 푸르다 하지만정작 꼴 베는 내 모습 어디를 가고 보이지 않는 나의 봄 *푸른별*

봄비가 내리면

촉촉이 봄비가 내리면부르는 음성은빗방울 소리에 적시어 옵니다귀 기울이면 목소리 들리는 것 같아도랑물 깨워 말을 새깁니다갈갈이 찢어 내리는 슬픈 기억들쏟아지는 봄비에 씻기우고흠뻑 젖어버린 찬 기운잠시 옛일을 생각나게 합니다봄비를 기다리듯그리워하는 나무들 마냥그대를 그리워하며 살았습니다파릇파릇 이파리가추억의 소리를 쏟아 냅니다 *푸른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