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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

전라도 땅, 고흥이란 곳에 가보게 되면동강면 매곡리에 자리하고 있는 매곡교회가 있다필자의 고등학교 1년 선배인 정도순 목사가이 교회의 담임목사로 시무하는 교회다아담하게 지어진 교회도 교회지만대문을 열고 들어서게 되면수많은 장독들이 금방 시야에 꽉 차 들어온다큰독 작은 독 긴 독 짧은 독 그야말로 모양새도 천차만별이다색깔도 다양한 게 검은 독 누런 독 검붉은 독각양각색의 독들이 끝을 가늠하기 모르게 놓여있는데어림잡아 수 백 개는 되는 것 같아 보인다독들은 무엇을 느끼는 중일까햇살이 장독의 푸짐한 몸뚱어리에 쪼이면서더욱 넉넉하고 온순한 빛으로 번지고 있지는 않을까내가 보건대 장독은 숨을 쉬고 있는 우주를 연상케 하는 것 같아 보였다간장이건 된장이건 그 안에 발효 중인 세계가 있음이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가져온..

대변 멸치축제

기장 멸치 축제를 다녀와서 대변 고갯길을 유유자적 넘어 본다 비릿한 냄새가 영산홍 꽃향기와 함께 어지러이 날린다 낙화를 이루었던 벚꽃 향기와 멸치의 비린내가 이상야릇한 부자연스러움 속에서 뭔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려는 분위기다 멸치는 벚꽃의 난분분한 사월과 오월을 좋아하나 보다 벚꽃이 지면 대변항은 온통 은빛으로 물들기 때문이다 벚꽃이 하르르 되고 대신 영산홍이 만개하는데 도로변 양쪽으로 어여쁘게 피어있는 모습들이야말로 참으로 예쁘고 앙증맞기가 그지없다 벚꽃과 멸치! 빨간 꽃 영산홍과 은빛! 이게 바로 대변항이다 싱싱한 멸치비린내와 멸치젓 곰삭는 냄새로 아침이 밝고 저녁이 저문 곳이라 할 수 있겠다 대변을 보려면 비릿한 냄새를 각오해야 한다 야릇한 갯내음에 발 디딜 틈이 보이지 않는 곳이며 거기에다 전국서..

또 어느 음식점에서

한낮 기온이 30도를 중심으로 오르락내리락그리 무더웠던 여름도 이제 폭염과 함께 서서히꼬리를 내려 제법 날씨가 서늘해지는 느낌이다그 동안 흘렸던 땀방울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이제 입맛이 훌훌 돌아 식욕을 자꾸만 부추기는 것 같다 필자가 살고 있는 이곳해운대에는 유독 손꼽힌다는대형음식점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곳이다그 많은 식당 중에서도 오늘은 특별히대구탕 집을 찾아가 맛을 보기로 했다 간(間)만에 달맞이 길을 올랐다음식점이름이 원조대구탕집인데 원조라서인가아니면 맛 때문인지 모를 그야말로 사람 행렬이 즐비하다약간의 기다리는 시간쯤은 감수해야만 했었다홀 안엔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있었다제 아내를 비롯한 자식들 그리고 손자들을 대리고 왔는데손자 녀석들은 대구탕에 별 관심이 없는 듯했다염불보담은 젯밥이라든가넓..

어느 음식점에서

국물에 속이 확 풀린다 약제 삼계탕은 탄약뿌리와 줄기로 육수를 내어 보양식으로 달여 만든 한방삼계탕을 말 한다삼계탕을 며칠 먹어주면 감기는 물론이고 지친 몸에 기지개를 켤 수 있겠거니 하는 마음에 부산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삼계탕 집을 인터넷으로 찾았다 부산에서 제일 유명하고 소문난 삼계탕집이 있다는인터넷 게시 글을 접하고 필자는 아내와 함께 자식들을 대동시켰다삼계탕 집에 들어선 시간은 오후 1시 30분점심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육수를 끓이기 위한 탄재재료를 구하기 위해 시장에 다녀오는 시간이란다 구수하고 담백(淡白)한 맛의 비결은 여기에 있었겠다 35시간 고아낸 탄약뿌리의 힘이다 서둘러 종용(慫慂)한 작품이랄까 일단 유명한 여러 보약약제로 달인국물은 국물 색깔부터가 벌건 탄약 빛으로 맛에 느낌이 남다를 것..

어느 음식점에서

배가 출출하다땀을 흘리고 운동을 좀 낫이 했다 싶으면어김없이 생각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거시기다굳이 들먹거린다면 우리는 그것을 개고기라고 부르며좀 점잖게 말 한다면 영양탕이라고 흔히 말한다육질이 좋고 맛이 뛰어나며 흔한 음식이 결코 아니라 할 수 있는무엇보다 보양음식으로 알려진 우리의 전통음식이리라 이 음식이 혐오스러운 음식이라며사람에 따라서는 상상 그 자체를 부인하는 사람도 많다허나 필자는 우리음식문화의 일부분이라 생각해서인지별 대수롭지 않는 듯한 나쁘지 않은 음식으로 알고 즐겨왔다오늘은 필자가 개고기에 대해 잠간(暫間 )언급을 하겠다평시 운동을 해야만 하는 습관인지 모르겠으나산을 오르거나 평지를 걷는 것은 나에게 있어 일상이 되어 버렸다시간만 주어진다면 그곳이 어느 곳이든지 가리지 않는 편이..

중년의 우리는

새로운 것 보다는 오래된 걸 좋아하고,반짝이는 아름다움 보다는 은근한 매력을 더 좋아하며화려한 외출보다는 오랫만의 푸근한 외출을 꿈꿉니다.화가나면 고래고래 소리지르기 보다는조용한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으로 화를 달래고정열적인 키스보다는 이마 위의 작은 입맞춤을 더 좋아합니다.반짝이는 스포츠카 보다는 오래된 고물차라도평안함에 감사를 하고 색 찐한 사랑보다는항상 챙겨주는 은근한 친구의 눈웃음을 더 그리워하며그 친구의 눈웃음이 그리워 합니다.하지 않아도 될 투정을 부리고 물어보지 않은 말을 하며짜증 나도록 듣기 싫은 소리도 곧잘 들어줍니다.눈만 뜨면 만나지 못해도 늘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지확인하기 좋아하고 늘 사랑한다좋아한다는 말은 못해도그것이 사랑이라는 걸 우리는 압니다.우울한 날은 괜스레 차 한잔..

겨울이 스산한 바다

누구나 시인이 되는 그 곳 겨울 바다겨울이 한창인 스산한 바닷가를 거닐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고즈넉한 듯 황량하고 쓸쓸한 듯 평온한 바다가 홀로 거기에 있습니다.무리를 잃고 외떨어진 늙은 물새가 안식을 찾아 날아들고 한여름 이글거리던 햇빛도 아득한 심연 속으로 잠겨듭니다.혹여, 여러분 시인이 되고 싶습니까?겨울바다에 서면 누구나 시인이 됩니다. 한 번 그렇게 해 보십시오바다는 기억을 지우지만 동시에 사색을 깨웁니다.어느 시인은 세상 끝닿을 때 없다고 느껴질 때는 바다에 가보라고 했습니다.연일 운전에 지쳐 있는데 설운 편견의 마음까지 달랠 길 없다면..."파도야 어쪄란 말이드냐" 난들 그러고 싶어 그러겠느냐?하고 애꿎은 바다를 향해 속 시원히 원망도 흘려보내 보십시오.그리고 열악한 환경으로 부터의 응어리..

카테고리 없음 2019.09.13